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기념비적 여성영화"라는 호평을 받은 <코르사주>가 오는 2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코르사주>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자신의 초상을 스스로 완성하다
<코르사주>는 숨이 막힐 듯한 황실의 통제를 벗어던지고 마침내 황실의 문턱을 뛰어넘은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의 초상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2022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오스트리아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 역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를 비롯해 <올드> <베르히만 아일랜드> 등의 작품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배우 비키 크립스가 맡았다. 비키 크립스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1킬로그램의 머리를 이고서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뿐인 삶에 염증을 느끼는 황후를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초대 황후로 유럽 전역에서 큰사랑을 받은 인물인 엘리자베트는 국내에서 '시씨'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그녀를 다룬 작품들이 등장할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엘리자베트. 넷플릭스에서는 엘리자베트의 젊은 시절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를 공개했고, 국내에선 엘리자베트의 합스부르크 왕가를 소개하는 <합스부르크 600주년> 전시가 얼마 전 시작되기도 했다.
이렇듯 시대를 넘어 여전히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엘리자베트 황후를 이 영화는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그려냈다. 포장된 이미지에 갇혀 살던 삶을 힘들어했던 엘리자베트는 자신을 조이던 코르사주를 벗고 스스로의 초상을 완성하려 한다. 그 과정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갑갑한 황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가는 한 여성의 투쟁을 진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묘사해낸다.
나이 든 후의 엘리자베트를 상상해내다
감독 마리 크로이처는 나이가 든 후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는 황후 엘리자베트의 일화에 호기심을 느끼고 상상력을 더해 이 이야기를 썼다. 극중 엘리자베트는 마흔인데, 황실 소속 화가는 엘리자베트의 변한 얼굴을 지적하고 주치의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마흔이니 건강에 조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하다. 이런 조언들에 엘리자베트는 자신에게 요구되는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반항하는데, 감독은 '마흔이 된 황후 엘리자베트'의 이런 반항적 태도를 주요하게 그려냄으로써 여성 관객들에게 해방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엘리자베트의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진 것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173센티미터의 큰 키임에도 식단 조절과 체조, 승마 등의 운동으로 평생 50킬로그램을 넘지 않았다는 그녀는 약 40센티미터의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르사주를 조이는 데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만이 그의 전부가 아니다. 엘리자베트는 항상 언어공부를 하고 글을 썼으며 철학, 문학, 역사 등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영화는 지식과 자유를 사랑한 엘리자베트의 감춰진 모습을 전한다.
그녀의 이런 성향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남편인 요제프 황제가 축일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을 때, 엘리자베트는 새끼 호랑이와 목걸이 등을 말하면서 "완벽한 시설을 갖춘 정신 병원이 가장 마음에 든다"라며 슬쩍 덧붙이는데 이런 면모가 그녀의 성향을 잘 말해준다.
엘리자베트가 자신의 허리를 동여맨 코르사주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완성하는 이 이야기는 여전히 이런 저런 속박에 시달리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 줄 평: 비키 크립스의 섬세한 표정 속으로 빠져들다
평점: ★★★☆(3.5/5)
| 영화정보 |
제목 코르사주(Corsage)
국가 오스트리아 외
감독 마리 크로이처(Marie Kreutzer)
주연 비키 크립스(Vicky Krieps)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제공/공동배급 ㈜플레이그램
상영등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4분
개봉 2022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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