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0 11:55최종 업데이트 23.06.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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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음, 분진, 공사 현장을 둘러싼 펜스, 노가다, 새벽 인력시장, 철거, 조폭, 비자금, 비리 온상, 불법, 함바 비리, 돈 뭉치 담긴 사과 상자,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주상복합 아파트 38층 붕괴, 임금 체불, 안전 불감증...

국민들이 '건설'하면 떠올리는 단어와 이미지들일 것이다. 건설산업은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친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건폭'이라 왜곡해서 부르는 200만 건설 노동자, 자신의 몸을 불살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왜곡과 탄압의 광기를 멈춰 달라고 한 양회동 열사가 있다.


이 글은 건설공사 현장 펜스에 갇힌 건설산업의 진짜 불법적인 문제와 건설 현장의 현실, 그 안에서 천대받으면서도 묵묵히 일하며 척박한 건설 현장을 변화시켜 온 건설 노동자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이다.

2023년 2월 현재 대한민국의 건설사는 9만 개가 조금 넘는다(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등록된 건설사 기준).  한 건물마다 한 개씩 있다는 편의점 수가 2022년 9월 기준 5만여 개(국세통계포털 기준)인 걸 감안하면 굉장히 많다.  건설 경기가 하락했다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등록된 건설사는 증가했다. 건설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생기는 걸까. 그것은 건설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숨겨져 있음에도 이를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건설업계와 이를 방조하는 정부 관료들로 인해 건설업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서 발주자로부터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생산체계(계약관계)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타 산업과는 다른 비지속성, 비상시성의 특성도 가지고 있으며, 자본과 사람이 집약된 산업이다. 쉽게 말해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는 모든 건설공사는 입찰과 낙찰을 통한 계약(다단계 하도급)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수년의 기간에 건설 노동자와 건설 장비를 사용하여 진행된다. 타 산업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채용 과정 없이 필요할 때마다 노동자와 장비를 구해서 사용한다.

건설업계는 수십 년 동안 합법적인 두 단계를 넘어 3단계에서 7단계에 이르는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으로 공사를 진행해왔다. 공사 발주자는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 등에는 관심이 없고 빠른 준공만 원할 뿐이고, 공사를 도급받는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업체는 가장 싼 가격에 시공할 건설업체에게 하도급한다. 공사를 하도급 받은 전문건설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직접 시공하지 않고 더 싼 가격에 공사를 할 무등록 건설업자에게 불법적으로 재하도급한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에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와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이 죽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주상복합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 노동자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건설산업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해도 그 순간만 반짝할 뿐 건설사는 비자금으로 미봉하고, 정부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의지도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노조가 채용 강요? 금품 갈취?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콘크리트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작년 11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 노동자를 '건폭'이라고 하며, 건설산업에서 모든 불법을 건설 노동자가 저지르고 있으니 조폭을 일망타진하듯이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 전 정부 부처가 합세하여 건설 노동자를 잡겠다고 나섰고, 정부가 이에 대한 발표를 할 때마다 언론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아쓰기를 했다.

이로써 건설 노동자는 건설 폭력배이고, 건설 노동조합은 불법을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 당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 설치된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는 건설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고 건설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국가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정부가 건설 노동조합을 매도하는 근거로 드는 몇 가지는 건설 현장에 노조의 탈을 쓴 조직폭력배가 있어 건설사에게 채용을 강요하고, 협박을 통해 금품과 월례비를 받아간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에 대한 무지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6개월이 넘도록 지속한 건폭몰이 광기는 수많은 가짜뉴스를 양산했다. 이제 그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노조의 탈을 쓴 조폭이 있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실제로 조폭이 만든 노동조합이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실력도 없이 건설 현장에 와서 금품만 받아가는 조폭 노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여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건설 현장에 있는 모든 건설 노동조합을 조폭 노조라고 지칭하면서 노동조합의 문을 닫도록 하겠다고 한다. 조폭이 건설회사를 만들어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서 9만 개 건설사 모두를 조폭으로 치부하고 검거하지 않는다. 일부 노조 탈을 쓴 조폭의 문제를 모든 건설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확대하여 제대로된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조합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둘째, 정부는 건설사에게 노동조합이 고용을 요구하는 것을 채용 강요라 하고 하며 이를 문제삼고 있다. 건설산업은 타 산업과는 다른 고용 절차가 있다. 건설 노동자는 장기간 채용공고를 하고 고용을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노동조합을 포함한 인력 사무소 등이 건설 노동자를 공급해왔고 건설사들도 실력 있는 건설 노동자를 공급받기 위해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 공급하는 건설 노동자를 고용하고 일을 시켜왔다.

팀 작업을 하는 건설산업의 특성 상 팀장이나 반장 또는 지역의 지대장이 건설사와 건설 노동자 간의 노무 관리와 현장의 공사를 담당하는 공무 역할을 해왔다. 양회동 열사도 이러한 일을 했다. 그런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 현장을 전혀 모른 채 건설 노동조합의 간부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공짜로 돈을 받아간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셋째, 노사 간 합의된 단체협약에 의한 '전임비'를 금품이라며 왜곡하고 있다. 노동부가 고시한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기준에 근거하여 노사 간에 합의된 협약서에 따라 전임비를 지급받은 것을 윤석열 정부는 금품수수라고 왜곡했다. 정확한 정보와 근거를 제시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침묵하면서 방조했다. 결국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 수개월에 걸쳐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넘는 건설사와 체결한 합법적인 단체협약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법을 완전히 무시하면서까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건설사가 지급하는 월례비를 문제삼고 있다. 월례비는 십수 년 전부터 있어왔던 건설 현장의 관행으로 전국 모든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지급한다.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초과 근무를 시키거나 빠른 공사진척을 위해 위험한 업무를 요구할 때 건설사가 지급하는 돈이다. 광주고등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바른 돈은 아니기에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건설사에 월례비를 지급하지 말고 안전하지 않은 업무 지시도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한 바 있으며, 실제로 월례비를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투명하고 안전한 현장 만들어
 

창원 한서빌딩 앞 광장에 있는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 시민분향소. ⓒ 윤성효

     
건설 노동조합은 '건설 폭력배'가 아니라 건설 현장의 불법을 개선하고, 투명하게 하고,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현장으로 만들어 왔다.

불법적인 다단계를 양산하는 '시공 참여자 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시공 참여자 제도를 명시하면서 전문건설업체가 해야 할 시공을 시공 참여자들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 제도는 건설 공사 다단계 하도급 체계를 굳건히 하고, 불법적인 다단계를 양산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시공 참여자들은 일상적으로 건설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고, 안전도 보장하지 못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이 제도 폐지를 요구했고, 2008년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으로 시공 참여자 제도는 폐지됐다.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건설 노동자, 건설 기계 장비, 자재 등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예정 공사비와 낙찰 공사비, 집행 공사비가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공사이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리는 이러한 깜깜이 공사비는 비자금 조성 도구로 사용됐다. 이에 노동조합에서는 건설 공사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건설 공사에 대한 전자카드제 도입을 요구했다. 그 결과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건설 노동자 모두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공개하여 투명성이 확보되었다.

건설 공사를 위한 설계부터, 착공, 준공에 이르기까지 건설 공사를 하기 위한 기간 산정의 기준이 전무했다. 주먹구구식의 공사로 인해 안전은 도외시한 채, 건설사의 이득을 위해서만 공사 기간이 정해졌다. 모든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는 공사 기간 산정의 기준 없이 '빨리 빨리'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로 인해 1년에 400명이 넘는 건설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건설 공사 기간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다. 그 결과 국토부 장관이 '공공 건설 공사의 공사 기간 산정 기준'을 고시하게 됐다.

퇴직금도 없는 열악한 임금 등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 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1996년 제정되었다. 건설 노동자들은 일한 날을 기준으로 건설 노동자 퇴직금인 퇴직 공제금을 매일 적립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건설 현장에서 일요일은 공사하는 날이고,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 이상이었다. 건설 현장의 일요일 가동과 10시간 노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에 정부도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부터 일요일 휴무 투쟁에 돌입했고, 오랜 노력의 결과로 사용자측과 일요일 휴무 합의를 이뤄냈다. 이후 건설 현장의 일요일 휴무는 안착되기 시작했다. 또한 토목 노동자와 건설 기계 노동자의 일 8시간 노동 요구 투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나 8시간 노동이 노동조합을 넘어 비조합원들에게도 확산되어 정착하기 시작했다.

건설 현장에서 임금체불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건설 노동자가 체불된 임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용자에게 맞아 죽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체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있음에도 건설 현장 적용은 불가능했고, 유보임금(일명 쓰메끼리)이 만연했다. 그러나 정부는 건설 현장 체불 근절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유보임금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 했다. 노동조합은 일한 만큼 제때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고, 유보임금이 체불과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선제적 임금 체불 근절 방안으로 공공 공사 임금 직접 지급제 도입을 요구해 실현시켰다.

작업 현장이 옥외인 건설산업에서 폭염은 심각한 재해 요인이다. 살인적인 폭염에도 건설 노동자들은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없어서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노동조합이 폭염 시 작업 중지를 요구했으며,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시 작업 중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이 마련됐다.

건설 현장에는 작업복을 갈아 입을 탈의실이 없어서 집에서부터 작업복을 입고 출근을 해야 하고, 화장실이 부족하고 열악하여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침해받아 왔다. 또한 함바라고 불리던 식당은 멀건 된장국에 단무지가 전부였다. 폭염이 심할 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휴게실은 전혀 없었다. 노동조합은 건설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 보건을 위해 화장실, 탈의실, 식당, 휴게실 설치를 요구했고, 법 개정에 이르게 되었다.

정부가 할 일을 노조가 했다
 

지난 2월 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관련 현장 방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금 체불을 줄이고, 화장실을 설치하고, 안전한 현장이 되도록 하는 수많은 역할을 노동조합이 했다. 임금 중간 착취를 근절시키고, 무등록 장비인 타워크레인을 등록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할 일을 노동조합이 나서서 했다. 더 나아가 타 산업에서는 사용자가 나서서 하고 있는 교육·훈련까지 노동조합이 조합비를 사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수십 년 동안 건설 현장을 변화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래서 이제는 건설 현장에도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암울하기만 했던 건설산업의 미래가 조금은 희망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말살하려 하는 노동조합이 건설 현장을 긍정적으로, 투명하게 바꿔내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조합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건설 노동자를 위해서 희망의 건설산업을 위해서 노동조합이 한 일이다.

양회동 열사는 유서에서 건설노동조합의 이런 노력이 대통령 한마디로 공갈이 되고, 협박이 되는 현실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광기는 건설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30%가 해고되고 고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행하려고 하는 법치주의이고, 노동개혁인지 묻고 싶다.

올바른 건설 현장을 위해 노력하시다가 산화하신 양회동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송주현 /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 송주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송주현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20여 년째 건설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건설TF 위원, 건설 관련 정부 위원회 등에 참여했고, 건설산업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정부 정책, 입법 등에 대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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