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5 19:18최종 업데이트 23.08.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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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1]서울시립대 QS 세계 대학 평가 순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평가 대상 대학 숫자도 증가했다. 전체 대학 숫자 대비 순위(백분율)는 60~70%대에서 큰 변화가 없다. ⓒ 이은영

 
[검증대상] "반값등록금 때문에 시립대 경쟁력 하락" 국힘 서울시의원 주장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QS(쿼커렐리 시먼스) 세계대학평가 순위 하락을 내세워 "반값 등록금 때문에 서울시립대 대학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숙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이 8월 3일 YTN 라디오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시립대, 대학 랭킹 500위→800위 '뚝'..."박원순 표 반값 등록금, 효과 다 했다"’고 발언하고 있다. ⓒ YTN 라디오


이숙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국민의힘)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인터뷰에서 "QS 결과에 따르면 시립대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시행된 2012년에는 세계 500위권이었었지만 2023년에는 800위권 이하로 떨어졌다"며 "등록금 수입이 줄다 보니 학교 교육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어 대학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시의회 보도자료에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 순위가 2012년 500위권에서 2022년 800위권으로 곤두박질치며 대학 경쟁력이 형편없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중단하고 원상 복구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값 등록금 정책 때문에 서울시립대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 게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 내용] '박원순표 반값 등록금' 2012년 시행... 서울시 지원 예산도 증가
 

지난 2011년 11월 7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한대련 등 주최로 열린 '전 대학 반값등록금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듬해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제도를 시행했다. ⓒ 권우성

 
'반값 등록금'은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는 정책으로, 2011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선거 공약이었다. 당시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자금 대출 부담이 늘면서 '고액등록금'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졌다. 서울시는 2012년 입학하는 서울시립대 신입생부터 예산을 지원해 등록금을 기존 금액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후 서울시립대 등록금 수입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서울시에서 나머지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에 서울시립대 예산 자체가 줄어들진 않았다.

지난 6월 12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2년 반값등록금 시행 전후 서울시립대 예산은 803억 원에서 840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서울시가 지원하던 지원금이 2011년 305억 원에서 2012년 486억 원(약 180억 원 증가)으로 늘어나면서 등록금 부족분이 메워졌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립대 예산이 1.5배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증가 추세였는데, 2023년 크게 감액됐다(관련기사 : [동아일보] '반값등록금' 기로 서울시립대… "인상 필요" vs "학생 부담").

따라서 등록금 수입이 줄었기 때문에 대학의 교육시설 투자 여력이 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부 세계대학평가 순위 하락했지만... '순위 백분율' 제자리거나 상승 사례도

그렇다면 2012년 이후 서울시립대의 대학 경쟁력이 하락한 건 사실일까?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 2012년 이후 QS를 비롯한 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시립대의 순위 변동을 비교했다. 다만 QS, THE, CWUR 등 세계대학평가의 경우 지난 10년 사이 평가 대상 대학(표본) 수가 적게는 1.7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증가한 것을 감안해 '순위 백분율'(전체 평가 대학수 대비 대학 순위: 순위 백분율이 높을수록 하위권임)도 함께 따져봤다. 이밖에 <중앙일보> 국내대학평가 순위 변동도 살펴봤다.

[① QS 세계대학평가] 순위 400~500계단 하락... '순위 백분율' 60~70%대 제자리

영국 대학평가 기관인 '쿼커렐리 시먼스(QS)'가 매년 발표하는 QS 세계 대학 평가에서 10년 전 500위 권이던 서울시립대 순위가 900위 권으로 하락한 건 사실이다. [그래프 1]에서 보듯, 시립대는 2012년 500위 권이었지만 2014년부터는 600위 권, 2020년 이후 800위 권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950~1000위 권으로 다시 150위 정도 하락했다.

QS는 대학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학계 및 졸업생 평판도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외국인 교수 및 학생 비율 △국제 연구협력 △취업률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립대 미래혁신원 평가팀 관계자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QS 순위가 하락한 이유는 평가에 참여한 비교 대학의 수(표본)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2년 당시 873개였던 평가 대학 수는 2023년 현재 1498개로 600여 개로 70% 가량 늘었다. 그 사이 전체 평가 대학수 대비 서울시립대 순위 백분율은 60~70%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2012년 57~63% 수준이던 시립대는 반값등록금 제도가 평가에 반영된 2013-2014년(QS는 2013년부터 당해 연도와 다음 연도를 함께 표기해서 발표함) 61-72%를 기록했고, 2023-2024년 현재도 63~68%다.

[② THE 세계대학평가] 순위 하락했지만 '순위 백분율'은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그래프2] 서울시립대 THE 세계 대학 평가 순위는 하락했지만, 평가 대학수도 늘어났다. ⓒ 이은영

  
2010년 QS에서 분리된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즈 고등교육(THE)'에서 매년 발표하는 THE 세계대학평가 결과도 QS와 유사했다. 서울시립대가 처음으로 THE 순위권에 진입한 2015년 350위 권이었지만 2017년부터 800위 권에 머물다 2023년에는 1201-1500위 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THE 평가 대학 수가 400개에서 2345개로 6배 가까이 늘면서 순위 백분율은 오히려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올랐다. [그래프 2]에서 보듯 2015년부터 2017년까지 80~100% 수준으로 최하위권이었지만 2018년부터 2019년에는 70%를 기록했고, 2022년 이후 50~60%대를 유지하고 있다.

[③ CWUR 세계 대학 평가] 순위 변동 없고 순위 백분율은 최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그래프 3] 서울시립대 CWUR 세계 대학 순위는 2014년부터 2023년 사이에 800~900위 권으로 순위 변동이 크지 않다. ⓒ 이은영

 
아랍에미리트 비영리 교육단체인 세계대학순위센터가 발표하는 CWUR(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 세계대학평가 경우, 서울시립대 순위는 2014년 970위에서 2023년 현재 939위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CWUR은 대학 제출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육 수준 △동문 취업 실적 △교수 수준 △연구 실적 등을 평가한다.

CWUR도 2019년부터 평가 대학 수를 1000개에서 2000개로 2배 늘리면서 서울시립대의 순위 백분율은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올랐다. [그래프 3]에서 시립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80~90%로 하위권이었지만, 2019년부터 2023년까지는 40%대로 올라섰다. 

[➃ 중앙일보 국내 대학 평가] 상위 10~20위 권 유지... 2021년 이후 11위
 

[그래프 4] 서울시립대 중앙일보 국내 대학 평가 순위 ⓒ 이은영

 
국내 대학 평가에서도 서울시립대의 하락세는 확인할 수 없었다. 국내 대학만 평가하는 <중앙일보> 평가에서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이 시행된 2012년 14위에서 2013년 19위로 5계단 하락했다. 하지만 [그래프4]에서 보듯 2014년부터 다시 14위를 회복했고 2021년 11위까지 상승했다. [그래프4]

다른 대학 QS 순위도 1년 만에 100~200위 하락... 전문가 "객관성·신뢰성 떨어져"

한편 서울시립대 내부에서도 QS 순위 하락만 가지고 대학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서울시립대가 발표한 '2012년 등록금 인하 이후 대학운영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에 따르면 "학생 유치 및 중도 탈락 부문에서 기회균형선발 학생 비율이 상승하여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있고, 신입생 경쟁률이 2015년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교육 연구 성과 부문에서는 비교 대학에 비해 높은 수준의 취업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국내 다른 대학들도 QS 순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52개 대학은 지난 6월 QS 세계대학평가 항목의 불합리성 등을 이유로 QS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올해 QS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시립대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학 순위도 전년 대비 100~200위 정도(중간 그룹 기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 <대학지성 인앤아웃> '전국 52개 대학, QS 세계대학평가 거부 선언').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10일 <오마이뉴스>에 "QS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강한 정성 지표인 '평판도'가 45%에 달한다"며 "평가 지표의 객관성과 평가 자료의 신뢰성을 봤을 때, 대학 경쟁력과 연관시키는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 "반값 등록금 때문에 서울시립대 경쟁력 하락" 주장은 '대체로 거짓'

김현기 의장, 이숙자 기획경제위원장 등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서울시립대 QS 세계대학평가 순위 하락을 근거로 반값 등록금 때문에 대학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QS, THE 등 일부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크게 하락한 건 10년 사이 평가 대상 대학 숫자가 각각 1.7배, 6배 늘어났기 때문이다. 모집단 증가를 반영한 '순위 백분율'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올랐다. CWUR 세계 대학 평가의 경우 평가 대상이 2배 늘었지만 순위 하락이 없었고, 중앙일보 국내대학평가 순위는 오히려 상승했다. 또한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서울시 예산 지원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에 대학 재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반값등록금 때문에 서울시립대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국민의힘 시의원들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반값 등록금 때문에 서울시립대 경쟁력 떨어졌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8.03
  • 출처
    이숙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YTN 라디오 인터뷰/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보도자료출처링크
  • 근거자료
    서울시의회 보도자료, ‘서울시립대학교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학교 순위는 ‘곤두박질’, 그만 두는 학생 ‘줄이어’’(2022.11.14.)자료링크 서울시립대, ‘[정책과제 결과보고서] 2012년 등록금 인하 이후 대학운영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2023.07.12.)자료링크 서울시립대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 위원회, 제3차 회의 결과보고자료(2023.7.20.)자료링크 동아일보, ‘반값등록금’ 기로 서울시립대… “인상 필요” vs “학생 부담”(2023.6.12.)자료링크 QS 세계 대학 평가 순위, 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12~2023-2024(University of Seoul)자료링크 THE 세계 대학 평가 순위, THE World University rankings 2015~2023(University of Seoul)자료링크 CWUR, GLOBAL 2000 LIST BY THE CENTER FOR WORLD UNIVERSITY RANKINGS자료링크 중앙일보 대학평가, 중앙일보 홈페이지자료링크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오마이뉴스 인터뷰 (2023.8.10.)자료링크 대학교육연구소, ‘한국 등록금 부담 완화의 역사 및 정책’ (2023.07.13.)자료링크 대학교육연구소, ‘"세계순위 00위" 약속 달성 대학 한 곳도 없었다’ (2018.05.29.)자료링크 염동기, ‘세계대학 평가체제 개선을 위한 실증분석 및 DEA 평가모형 적용연구’(행정논총, 2013)자료링크 ‘전국 52개 대학, QS 세계대학평가 거부 선언’, 대학지성 In&Out(2023.7.8.)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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