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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북부 소도시인 치앙라이에서 지냈던 지난 1월, 문득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면서 지냈는데 남쪽 나라로 떠나오니 삶이 참 단순해졌습니다.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가 단순해지자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생각할 것 없이 하루를 살았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안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사는데 한국에 있는 내 지인들은 여전히 바쁘게 살며 뭔가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런 것을 (페이스 북에서) 볼 때마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퇴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없는데, 나 역시 머리 속으로 구상을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니 그 역시 '일'이라면 일이었는데도 나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태어나 자란 우리 세대는 아무 것도 안 하는 삶을 조금은 죄악시하고 경원합니다. 우리는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쫓깁니다. 그래서 쉬러 온 치앙라이에서도 쫓기는 듯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치앙라이는 자연 환경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맑고 푸른 하늘과 밝은 태양, 그리고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그것 만으로도 충족감을 줍니다. 따뜻한데다 온천도 많고 물가도 싸니 한국의 은퇴 생활자들이 겨울을 보내러 옵니다. 그들은 대부분 60대 중후반에서 70대의 부부입니다. 이 세대는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는 시대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곧 나태함이며 또 그것은 곧 '실패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쉬러 온 남쪽 나라에서도 여전히 한국적인 삶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는 그래서 생각해냈습니다. 그곳에 가서 뭐 하려고 하냐고 묻는 제 지인들에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는 답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 없지만 말입니다.
참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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