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12 04:42최종 업데이트 23.06.12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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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계 각국의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노년의 삶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각국의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노인의 경험을 사회가 잘 활용하고 있는지 <오마이뉴스>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식을 보내오는 시민기자들과 함께 전 세계 노년의 삶을 들여다봤습니다.[편집자말]
이름도 차가운 계획생육(计划生育)이 중국에 등장한 건 덩샤오핑이 실권을 잡은 1979년 5기 전인대 2차회의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산아 제한을 시작한 건 그보다 앞선 문화대혁명 중반인 1971년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의 <개구리>는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 1만 명의 아이를 받은 주인공 커더우의 고모는 산아 제한 시대가 되자 정관 수술과 임신 중절 수술에 나서고 이런 그에게 '살아 있는 염라대왕'이라는 칭호가 붙는다.
 
자네 고모는 사람도 아니야, 요괴야 요괴! ...수년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짓밟았나? 두 손에 피를 잔뜩 묻혔으니 아마 죽은 후에 염라대왕이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걸세.

중국에 산아 제한이 시작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때 태어난 아이들은 '소황제'로 불렸지만 지금은 소황제가 아니라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까지 어깨에 짊어 멘 '일 소'가 됐다. 마름모꼴로 변해가는 인구 피라미드는 결국 고령화 사회라는 결과를 낳았다.
 

타이산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와 손녀. 독생 자녀 제도는 필연적으로 고령화 사회를 낳았다. ⓒ 조창완

 
노인 인구 급증

중국은 고령화 사회다. 덩샤오핑 시대부터 강화된 독생자녀 제도 때문에 출산율과 인구 자연증가율은 계속 하락했다. 합계출산율도 크게 감소해 2020년에는 1.3에 불과했다. 출생 인구도 감소해 1992년에 2000만 명이 무너졌고, 2020년 제7차 인구조사에서는 연간 출생 인구가 1200만 명 정도였다. 이후 출생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1062만명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기록을 작성한 후 처음으로 1000만 명 아래인 956만 명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800만 명대를 예상하는 상황이다.


반면 노인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평균수명 증가다. 1953년 중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39.8세, 여성은 40.8세였으나 1973년에는 남녀 모두 60세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남성 73.64세, 여성 79.43세였다.

문제는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 버렸다'(未富先老)라는 점이다. 1982년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천만 명 미만이었고 고령화율은 4.91%에 불과했다. 201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서며 고령화율이 8.9%로 높아졌으며, 202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억 9100만 명으로 고령화율이 13.52%로 높아졌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태스크포스(TF)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규모는 2035년 3억 4600만 명, 2050년 4억 4900만 명에 달하고 고령화율은 20.5%와 3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고령화 속도. 중국 노인인구 규모와 노령화율 변화(1982~2020년). 노령화율은 1982년 4.91%에서 2020년 13.52%까지 증가했고, 노인인구 숫자도 1982년 4927만 명에서 2020년 1억 9064만 명으로 증가했다. ⓒ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1인당 GDP가 약 2000달러가 넘는 시점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던 선부후로(先富後老)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중국은 미부선로(未富先老)의 치명적인 상황이다. 중국은 2000년 고령화 사회 진입 당시 1인당 GDP가 1000달러(958.58달러)에도 못 미쳤다. 일본은 고령화로 진입한 1970년 1인당 GDP가 2000달러(1957달러)였다. 현재 1인당 GDP는 중국이 1만 3721달러, 일본이 3만 5385달러다.

새로운 인구 혁명

문제는 노동인구의 감소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 보장 및 정부 재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사회 보장 및 노동 고용 지출은 전체 재정 예산의 2.21%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가계와 기업의 순저축 감소뿐 아니라 재정 적자 확대와 경상수지 흑자 구조 축소로 이어진다.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재정 위기 발생 위험이 커진다.

중국 역시 고령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양로보험'(养老保险)을 비롯해 의료보험, 실업보험, 산재보험(工伤保险), 출산보험(生育保险) 등 5대 보험 체계를 갖추었다.

하지만 국유기업의 민영화, 기금 고갈 위험 등으로 제도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현재 베이징의 경우 기업은 매월 임금의 16%를 납부하고 본인은 8%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양로보험에 든다. 이런 방식으로 15년 이상 가입하면 남성들은 60세부터, 여성들은 55세부터 소득 대비 45% 정도가 지급된다. 2035년이 되면 이 기금마저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중국 정부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안을 찾는데, 고령화 속도는 빠르고 출산율은 낮아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생산과 소비, 부양과 피부양 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2020년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노동연령인구 약 5명이 부양한다. 하지만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1명을 1.5명이 부양해야 한다. 2050년에는 근로연령 인구 1명이 노인인구 1명을 부양하는 '등짐사회'(背驮社会)가 되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가족 규모가 감소하고 독거 노인이 크게 증가하면서 노인 요양 부담이 크게 늘었다.
 

상하이 루쉰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국의 퇴직자들. ⓒ 조창완

 
당연히 해결책에 대한 고심도 많다. 복단대학(复旦大学) 인구연구소 왕구이신(王桂新) 소장은 해결책으로 4가지 정도를 내세운다.

우선 고령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 고령화가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구 감소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둘째, 인구 고령화 속도를 조절해 인구 고령화를 늦추는 종합 조치를 취하는 '유예 전략'과 인구 고령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에 적응하는 '적응 전략'을 익힐 것. 셋째, 출산권을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주고 출산 행위에 대한 모든 통제를 완전히 없애는 '혁명'을 할 것. 마지막으로는 남녀의 평등한 지위를 보장하고 연령 차별을 타파해 여성·노년층의 직장 출입과 고용 유연화를 제도화하는 국가 고령화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골든실버

중국의 대표적인 검색 업체인 '바이두' 지수에 따르면 실버 이코노미와 관련된 4대 트렌드는 노인 상품, 연금 서비스, 요양원, 노인 보험이다. 시장의 타깃도 과반수를 차지하게 될 노인으로 전환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노인을 타깃으로 하는 실버산업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노인상품 및 서비스 규모는 2021년 5조 위안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는 부부가 아니어도 남녀 간 사귀는 일이 낯설지 않다. 공원에서 사교댄스를 하는 노인들, 악기나 합창을 하는 노인들도 보통은 부부가 아니다. 그러면서 각광 받는 것이 노인교류 앱(老年人交友平台)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앱이 '지기교우'(知己交友)다. 이 앱의 중장년층 공간은 노인들이 친구를 사귀는 데 주안점을 둔 생활 플랫폼이다. 건강, 여행, 출사와 같이 관심사를 공유하는 친구들을 찾는 데 주로 활용된다.

중노년생활 앱의 서비스 목록. 노인생활구역, 노인대학, 희극보고음악듣기, 채팅광장이 있다. ⓒ 中老年生活

 
'중노년생활'(中老年生活) 앱은 50~70세를 타깃으로 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뜻이 맞는 친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지식을 탐구하는 등 개성 있는 노인 라이프를 표방한다. '노우양생'(老友养生)은 노인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만들어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고전 희곡, 문학작품, 오락, 건강 등 다양한 취미 중심의 커뮤니티다. 이밖에도 '온라인노인대학'(网上老年大学)이나 노인 판 틱톡 기능을 하는 '소친생활'(小亲生活) 등도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 살았던 이들은 헤이처(黑車)의 추억이 많다. 헤이처는 자기 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이들로 왕징3구 등 아파트 입구에 헤어처들이 많았다. 베이징 후코우(戶口, 호적)를 가진 이들 중년들은 젊은 시절 대출로 아파트 3채 정도는 보유하고 있었다. 30평을 기준으로 살 때 우리 돈으로 1억 원 정도였던 이 아파트들은 지금은 보통 한 채에 우리 돈 15억 원을 호가한다. 결국 이들은 자산 45억 원 정도의 골든 실버가 됐다.

반면에 3선(살기좋은 도시의 순위를 뜻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등급이 높다) 이하의 도시에서는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타이산(泰山)으로 유명한 산둥성 타이안은 인구 540만 명의 3선 도시다. 타이안에 있는 헝따청(恒大城)은 2020년 ㎡당 9700위안가량이었던 아파트가 지금은 8300위안가량으로 떨어졌다. 109.63㎡의 아파트가 우리 돈 1억 7800만 원으로 재산 가치의 증식은 고사하고 가치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는 부동산을 더 불안하게 할 수밖에 없다.
  

상하이 루쉰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국의 퇴직자들. 퇴직은 빠르고 죽음까지의 시간은 길다. 중국도 웰다잉은 가장 큰 사회적 과제다. ⓒ 조창완

 
지금 중국의 장년층(55~75세) 중 중간 연령인 65세들은 1958년에 태어났다. 이들은 10살쯤에 문화혁명을 겪었고 스무 살에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됐다. 50살에는 하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것을 봤다. 60살에는 세계의 쌍두마차를 뜻하는 G2라는 말도 들었다. 도시에 살았다면 아이들은 하나밖에 낳을 수 없었다. 그 독생 자녀 아이들이 결혼해 이제는 마음대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도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빠른 고령화 국가가 됐다.

분명히 중국의 장년층과 노년층은 종이호랑이였던 중국 대륙을 세계적인 국가로 키운 위대한 세대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령화 사회를 맞아 일부 골든 실버를 제외하고는 노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인구변화라는 거대한 파도가 중국이라는 거함을 어떻게 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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