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0월 30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에서 인공지능 규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유보적인 일론 머스크, 조심스러운 리시 수낵, 의견 조율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EU 앞에서 미국 상무부 장관 지나 레이몬도는 미국 AI 안전 기구(AI Safety Institute) 설치를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의 발 빠른 행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이다. 그는 AI 안전 정상회의 이틀 전에 인공 지능 규제에 대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규제의 주체는 정부이어야 한다는 점에 쐐기를 박은 셈이며 규제가 필요한 영역을 최초로 명시했다.
행정명령에서는 "책임감있는 AI"를 강조했다. 책임감이란 개인의 사생활, 시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국가 안보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됨을 뜻한다. 가령 형량·재범 가능성 예측 등 사법 영역에서 사용될 인공 지능의 경우 선입견과 차별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또 AI가 직장 내에서 감시 기능을 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들의 단체 교섭권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 군사 영역도 물론 포함된다.
이를 위해 주요 기업이 최신 AI 모델을 출시할때는 모든 안전 시험 결과와 기타 중요한 정보를 정부와 공유하도록 했다. 특히 국가 안보, 국가 경제, 공공 건강 분야의 AI는 실험 단계부터 정부에 공지해야 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를 통해 AI 개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게 하는 동시에 국토안전부, 상공부, 에너지부, 법무부, 국가 안전회의 등에게 해당 분야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행정명령의 마지막 목표, 국제 사회에서의 미국 지도력 향상이다. 현재 인공 지능 개발에 최선두에 있는 기업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다. 그리고 이들을 규제하는 권한을 미국 정부가 가진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인공 지능을 통한 미래 사회 변화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국제 사회 담론 형성에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UN이 이야기한 '국제적 규제'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쿠테레스(Antonio Guterres)가 지난 2일 영국 버킹엄셔주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안전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이에 대해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한 이가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안토니오 쿠테레스(Antonio Guterres)다. 그는 11월 2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적인 규제 없이는 (국가간) 격차와 불협화음이라는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몇 국가로 집중된 AI가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뜻이다.
안토니오 쿠테레스 사무총장은 AI 부문 상위 30개국에 아프리카 국가가 단 하나도 없으며, 하위 25개국 중 21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라는 현실을 지적하며, AI는 모두에게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AI라는 "실존적 위기"를 앞두고 시장, 정부, 각 국가가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국제주의가 저물고 자국주의로 돌아서는 현시점, 더더구나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두고 노골적으로 경쟁하는 지점에 말이다.
블레츨리 선언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또 다른 실존 위기인 기후 변화를 두고 기후회의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자회의)가 11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다. 11월 초의 AI 안전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고 보면 의미심장한 지점들이 보일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