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내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부와 검찰청의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 이원석 검찰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보자. 첫째,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통합적으로 운영하여 실제적으로 산업재해 예방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중대재해는 유해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때 예방할 수 있다.
중대재해법 제4조 1항 4호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가 산안법과 연결되므로 구체적인 유해요인의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산안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제4조 1항 1호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은 안전보건이 실제적으로 경영의 일부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핵심내용은 비즈니스 과정에서 유해위험 관리의 절차가 존중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관계자 각각에게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며, 자원을 할당하고, 노동자의 참여를 통한 원활한 유해위험 의사소통으로 안전보건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산안법 개정을 통해 유해요인별로 실제적인 위험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산안법은 일터 안전보건에 대해 사업주에게 일반의무(General duty)는 부여하지 않고, 지시적 규제 준수를 강제하고 있다. 이것은 사업주가 스스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자기규율을 하는 데 제약사항이 될 수 있다. 영국과 같이 규제의 내용을 위험관리 단계들로 재구성하고,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성에 맞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셋째, 산재 예방 정책과 감독 방법 전체를 재정비해야 한다. 안전보건 실현 체계에는 두 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 하나는 국가에 의한 규제 및 감독, 다른 하나는 산업 내 자기규율을 통한 자체 노력이다. 이 두 가지 요소 간의 관계, 균형 및 상호 작용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와 정책을 통한 국가의 역할과 구체적 실행에 있어서 사업장의 역할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산재예방 정책과 감독 방법은 매뉴얼을 제공하고 그 열거된 항목의 실행을 확인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넷째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정책 실행을 위한 인적 자원을 계발하고, 기술적 개발과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국책 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 일터 안전보건은 유해요인과 위험관리에 대한 기술적 요소뿐 아니라, 노사관계 및 사업 경영, 사회적 가치가 연결되어 역할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각 분야들이 '일터의 생명, 안전 및 건강'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두고 기여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연구를 통해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그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책 연구소가 필요하다.
다섯째, 산재 예방사업 예산을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근거해 재설계해야 한다. 2023년 산재 예방사업비는 총 1조 1900억 원인데 재정지원 사업이 약 72.6%, 기술지원이 20%, 교육과 기술이 4%, 연구개발과 정보시스템 운영이 1%를 차지했다.
이것은 정부가 새롭게 표방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구습의 연장선상에 있는 배분이다. 정부는 사업장의 관점에서 유해위험에 관한 정보를 쉽게 습득하고 재구조화하여 실행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재편성해야 한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생명·안전·건강의 문제는 직업생활을 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다. 정부는 일터 생명·안전·보건이 어떻게 현장에서 잘 만들어질 수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일터 생명·안전·건강의 화두는 한국 사회에서 지속될 것이며,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사회가 계속 지켜볼 것이다. 정부는 이점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