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26 07:09최종 업데이트 24.01.2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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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소셜 코리아에서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소수정당의 문제진단과 정책비전을 청해 듣는 연속 서면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소수정당들이 제 목소리를 전달할 언로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소셜 코리아가 소수정당의 언로가 되어 보고자 합니다. 2주에 걸쳐 기본소득당, 정의당, 진보당, 새로운선택 대표들이 각 정당의 비전을 밝힙니다. 나름의 대안 담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입장과 전략을 달리하고 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당들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첫번째 인터뷰이는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입니다. 오 공동대표는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 정책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 오준호

  
- 22대 총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 <서울의 봄>에서 가장 긴박한 순간은, 반란군 지원부대와 반란을 막으려는 진압군 부대가 서울을 향해 경쟁하며 달려오는 장면이다. 12.12 군사반란 사건을 재현한 이 영화는 통념과 달리 반란의 성공 여부가 그 시점에서 확실치 않았다고 말한다. 진압군 지도부가 몸을 사리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했으면 반란을 막을 수 있었다. 진압군 측이 망설이는 사이 반란군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울을 장악해버린다. 


행동할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교훈은 비단 민주화가 짓밟힌 그 시대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이 그동안 성장해 온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전환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주어진 시간에 전환을 위한 개혁에 착수해야 하는데, 그 개혁을 막는 힘 또한 견고하다.

2024년 총선의 의미가 여기 있다. 이번 총선은 더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의 전환적 개혁을 시작하느냐 못 하느냐 결정하는 선거다."

- 전환을 위한 개혁은 어떤 것인가?

"전환 방향은 분명하다. 탄소중립을 선진국들 속도에 맞춰 서둘러 달성해야 한다. 차세대 첨단기술·디지털기술 중심의 산업전환을 이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전환 과정에서 불평등이 커지지 않고 국민의 기본적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편적 복지를 완성해야 한다.

이 전환을 골든아워 안에 해내야 한다. 임계점에 다다른 기후위기와 저출생에 의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골든아워는 앞으로 10년 또는 길어야 20년이다. 이 시간을 놓친다면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서 미끄러져 고착된 위기 속에 살아갈 것이다. 반대로 서둘러 개혁을 결단하고 실행한다면, 혁신과 분배가 선순환하며 국민의 경제적 안정이 튼튼히 보장되는 선진 복지국가로 갈 수 있다." 

- 전환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환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문제는 이 중요한 시기에 집권세력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란 사실이다. 검사 집단, 극우이념 세력,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이 뭉친 이 권력 카르텔은 개혁에 철저히 무관심하다. 그뿐 아니라 경제와 민주주의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막고 원전 부흥에 매달리며, 건전재정에 집착해 교육과 과학기술 예산을 뭉텅 깎아대고, 그러면서 부자 감세로 재정을 악화시킨다. 거부권 남용으로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편법과 변칙으로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 중국과 북한에 적대적인 언행을 일삼는 동안 대중 무역도 한반도 긴장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금의 권력 카르텔을 해체 혹은 고립시키지 않고 개혁의 공간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어설픈 설득보다 확실한 힘으로 굴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민주정치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할 일은 분명하다. 민주진보 진영은 개혁을 위한 연합정치로 힘을 모아내야 한다. 이 연합정치를 '개혁연합'이라 부르자.

이런 문제인식에서 기본소득당은 지난해 11월 24일 '개혁연합신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민주진보 진영이 개혁연합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고립시키고 전환적 개혁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개혁연합의 당면 목표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 그리고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이다. 궁극적 목표는 대한민국을 권력 카르텔의 나라, 재벌 대기업과 자산 부자를 위한 나라에서 '모두의 대한민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비전은 혁신국가, 기본 보장 사회, 정치개혁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가운데)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한창민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 오른쪽은 김상균 열린민주당 대표. ⓒ 남소연

 
- 기본소득당이 제안하는 개혁연합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개혁연합'에 함께 하는 세력들은 22대 국회에서 전환적 개혁 입법 추진에 협력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구체적 과제들은 합의가 필요하지만, 세 가지 개혁 기조를 포함해야 한다. 녹색전환·산업전환, 분배·복지체계 혁신, 민주주의·정치개혁이다. 개혁 기조 그리고 관련 정책들을 좀 더 설명해보자.

첫째, 대한민국을 녹색국가, 혁신국가로 바꿔내자.

담대한 공적 투자로 신속하게 탈탄소 에너지전환을 이루고, 첨단 디지털기술 중심 산업전환을 달성하자.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막대한 돈이 든다며 주저해선 안 된다. 지금도 한해 150조 원을 화석연료 수입에 지출하는데, '햇빛과 바람의 나라'가 되면 이 돈이 '탈탄소 보너스'로 돌아온다. 전력부문부터 204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삼자. 탄소세를 도입해 화석연료 사용을 축소하고, 국가 조달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성큼성큼 늘리자. 독일의 '풍력발전법'을 참고해 지자체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땅을 제공하게 하자.

한편 산업전환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을 회복하는 정도를 넘어 대폭 증액해야 한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처럼 '한국형 다르파'에 해당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 장기적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정부·민간의 합동 연구를 지원하게 하자. 녹색전환과 산업전환의 공적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무이자 영구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자.

둘째, 국민의 '기본'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자.

감염병 재난이나 고물가 상황에도 기본적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 국민 기본소득 보장을 포함한 보편적 소득보장 체계를 완성하자.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탄소세·토지보유세 같은 기본소득형 목적세를 신설하는 한편, 정부 주도로 초대형 '국민부 펀드'를 조성하도록 한다. 국민부 펀드로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국민배당'으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밖에 주거, 교육, 공공서비스에서 '기본사회'가 실현되도록 한다. 기본사회를 위한 방안으로, 토지 임대부 주택 공급 확대, 국립대 등록금 무상화, '모두의 티켓' 제공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모두의 티켓'은 연 100회까지 쓸 수 있는 무료 대중교통 이용권이다. 은행 횡재세로 은행이 고금리로 얻은 초과이익을 환수해 금융 약자를 지원하고, 신용과 상관없이 누구든 제공하는 '기본금융'을 도입해 서민의 금융 소외를 해소할 것이다.

셋째, 양당제의 폐단을 줄이고 권력의 전횡을 막는 정치개혁을 이루자.

국회의원 선거에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착시켜 다양한 정당의 출현을 북돋자. 현 선거제는 거대정당에 투표하는 표의 가치가 소수정당에 투표하는 표보다 월등하게 높아 민주적 대표성을 위협한다. 연동형 제도가 효과를 내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최소 2대 1로 맞추도록 한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 배당'을 도입하자. 현 정치기부금 제도는 세금 환급 혜택을 받는 중상류층 시민만을 위한 제도다. 대신 모든 유권자에게 '정치 기부용 바우처'를 제공해 정치 참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으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며,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과 특별사면권은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자. 또한 검찰 개혁도 완수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권에 대해, 국민 참여형 기소권 통제기구를 신설해 검찰의 기소권 행사와 불행사가 타당한지 국민이 감독하게 한다."  

- 대통령 중임제를 도입하려면 개헌이 필요할 텐데...

"그렇다. 개헌안은 정치개혁뿐 아니라 사회적 전환과 생태적 전환의 기본 원칙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게 국민의 주거권·안전권·생태기본권 등을 신설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 또한 국민발안제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 '시민의회' 같은 숙의민주주의 제도를 헌법에 포함하여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도록 한다. 새 헌법은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 원칙을 현행 헌법보다 더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탄핵 촛불항쟁을 포함하여 국가의 민주적 지향을 선명하게 하자.

1987년 민주항쟁의 산물인 현 헌법을 미래 가치에 걸맞게 개정하는 일, 개혁연합의 사명이다. 개혁연합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개헌을 공론화하고 국민 참여를 통해 이를 완수하자."

모호한 3지대 아닌 '반윤 개혁 최대연합'으로
 

국회 본회의장 모습 ⓒ 공동취재사진

 
   
-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탈당한 분들이 많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거대양당 양비론에 기댄 애매모호한 3지대 노선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 심판과 전환적 개혁을 위한 '최대연합'이다. 개혁연합의 총선 목표는 민주진보진영의 압도적인 승리다. 개혁연합에 동참한 세력들이 200석을 얻으면 윤석열 정부가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개혁의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 1월 15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에 공식 제안했다. 창당 준비 중인 개혁연합신당의 방향을 비례연합정당으로 분명히 밝혔다."

- 비례연합정당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 계획인가?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방법은 기본소득당이 당명을 바꾸고 스스로 플랫폼이 되는 방법과, 정당들 바깥에 임시 플랫폼 정당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기본소득당은 자신의 당명을 잠시 내려놓고라도 민주진보 진영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비례연합정당이 결성되면 각 정당의 비례선거 후보자들은 소속 정당에서 비례연합정당으로 옮겨와 공동명부를 구성한다. 지역구에서는 연합에 참여하는 정당들이 합의한 단일후보로 상대후보와 대결할 것이다.

총선 후 비례연합정당 당선자들은 원하면 소속 정당에 복귀할 수 있다. 단, 연합정당에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하더라도, 총선 후 연합정당이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여 세력들은 분명히 합의해야 한다. 개혁연합에 참여한 소수정당들이 총선 후 공동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을 합의한다면 더 좋다. 유의미한 진보 교섭단체들이 등장하고, 개혁 추진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 진정한 다당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 비례연합정당이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런 비난은 전혀 옳지 않다. 위성정당은 거대정당이 수직적으로 통제하는 정당인데 반해, 개혁연합신당의 구상은 수평적 연합정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개혁연합에 참여한 세력들은 공동지도부를 구성하고 개혁과제를 민주적으로 합의할 것이다. 선거 후 거대정당과 합당하지 않겠다고 못 박고 시작한다.

이 구상이 꼼수라고 비난하는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직전 국회가 어렵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정했는데도 불복하여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진보 진영이 위성정당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연합정치의 가능성마저 포기하는 것은 국민의힘에게 과반 의석을 거저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전환의 골든아워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고,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내버려두자는 말과 같다. 민주진보 진영은 그런 무력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개혁연합신당 추진에서 비례연합정당 제안까지, 기본소득당의 목소리에 반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호응해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가 구성됐다. 비례연합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도 커졌다. 이제 선거제 결정과 '최대연합' 구성에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의 결단이 남았다."

- 결국 민주당의 결단이 중요한데 민주당이 미적대고 있다.

"민주당은 서둘러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 개혁과제 중심 연합정치 참여를 밝혀주기 바란다. 그저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기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총선 승리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것인가. 개혁 방향을 명확히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선거는 집권세력의 '혁신 쇼'에 언제든 휘둘린다. 또한 민주당은 병립형 선거제로 퇴행하거나 독자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시도해서도 결코 안 된다. 스스로 개혁을 후퇴시키면서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 명토 박아 둔다. 현 선거제 하에 연합정치로 승리하고, 다음 국회에 선거제 개혁을 완성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시간이 얼마 없지만, 희망의 힘은 기적을 만든다. 윤석열 정권 심판과 전환적 개혁을 위한 최대연합을 결성해, 압도적 총선 승리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자.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나라로, 모두의 기본을 보장하는 사회로 전환을 시작하자. '대한민국의 봄'을 향한 출발을 알리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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