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사진

림수진 (rhimsu)

우리엘은 종종 우리집에 들러 남은 음식을 챙겨가기도 하고 낡은 옷이나 신발을 받아가기도 했다. 아무리 소박한 음식이라도, 아무리 낡은 옷이나 신발이라도 우리엘은 그냥 받아가는 법이 없었다. 언제든 시간이 날 때 집 앞을 쓸어두거나 집 안으로 들어와 마당 풀을 정리해두고 갔다. 우렁각시처럼. 가진 것 하나도 없이 하루하루 겨우 밥과 마약을 사 먹어 가며 살아갔지만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고향에 가지 못하고 죽었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 마저도 고향에 닿지 못하였다. 첫 번째 아내가 병으로 죽기 전 아내의 친정 식구들이 돈을 모아줘 여비를 마련해 아픈 아내를 데리고 그의 고향 마을에 보름 간 다녀올 수 있었다. 오고 가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릴 만큼 그의 고향은 먼 곳이었다.

ⓒ림수진2022.11.01
댓글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관련기사

멕시코 어느 시골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날이 밝으면 동물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자연이 주는 세례를 받습니다. 낮에는 일을 합니다. 집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학교에서 지리학, 지정학, 국제분쟁, 이주 등을 강의합니다. 저녁이 되면 집 앞 어디쯤 가만히 서서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독자의견

회원 의견 0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