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통일운동' 놓고 강사-교사 열띤 논쟁

보수성향 인사들이 대거 강사에 포함돼 우편향 논란을 불러온 '고교 현대사 특강'이 열린 서울의 한 고등학교. 200여명의 3학년 학생들 앞에 중앙일보 논설고문을 지낸 강위석 씨가 강단에 섰습니다.

강씨는 '세계경제와 자유의 강물'이라는 주제로 강연 내내 자유주의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강씨는 강연 도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통일운동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강위석/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 박정희 대통령의 가장 큰 공적은 사회를 혼란으로부터 지켜낸 것입니다. 그래서 날 때부터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도 학교도 다니게 한 것입니다. 6.25 전쟁이 계속 되고 있었다면 무슨 수로 학교도 다니고 그렇게 합니까. 어떤 허상에 너무 매달린다든지 지금 금방 되지도 않을 통일은 놔두고... 통일에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통일에 대한 역적이다 혹은 반역자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열을 올리는 일은 우리한테 유리하지 않습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시간. 자리에 앉아 있던 일부 교사들과 학생이 손을 들고 일어나 강씨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권혁진/효문고 교사 : 경제발전을 해주었기 때문에 박정희의 독재정치를 인정한다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우리 학생들이 도대체 뭘 배우게 될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게 될지 걱정입니다.]

[나평순/효문고 교사 : 허상에 매달리는 통일같은 이야기는 접어두고 나와 가족을 위해 이로운 생각을 하자고 했는데 이것은 개인주의적, 패밀리주의적, 이기주의적인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목조목 따지는 교사들 앞에 강씨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주장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강위석/전 중앙일보 논설고문 : 남한에서 내 자유를 희생하고 통일하는 것은 내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는다, 내 손자들이 미래를 희생하고 통일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고교 현대사 특강' 첫날. 예정된 강연시간이 지나서도 이어진 교사들과 강씨와의 논쟁으로 강의실은 뜨거웠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08.11.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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