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가면 뺏어간 경찰의 꼴불견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퍼포먼스를 위해 준비한 이명박 대통령 가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주최 측도 모르게 사라진 가면은 경찰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

'4대강 예산을 줄이고,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며 기자회견을 준비한 '4대강사업저지범대위'와 '등록금넷' 활동가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진행하려고 한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인 '삽질 퍼포먼스'는 맨 얼굴을 드러낸 채 끝나고야 말았다.

해산하는 참가자들을 보며 경찰은 만족했는지, 그제서야 경찰 승합차에서 이명박 대통령 가면을 꺼내와 돌려줬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팀장은 "YS-DJ-노무현 정부까지 대통령 가면은 사회풍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경찰들도 괴롭히지 않았다"면서 "전 세계에서 권력자나 대통령에 대한 풍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팀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찰이 권력에 노골적인 충성을 다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가면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경찰의 행위를 비판했다.

왕조시대에도 가면 속에 얼굴을 숨긴 백성들이 양반탈과 선비탈을 쓰고 그들의 위선과 거드름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높으신 분들을 내놓고 조롱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지만, 하회탈춤은 오히려 양반들의 지원 속에 자리를 잡아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하회탈춤은 국제탈춤 페스티벌(비록 올해는 신종플루로 행사가 취소되기 했지만)로 그 규모와 명성이 커졌지만, 현대판 탈놀이는 경찰의 방해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권우성 | 2009.09.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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