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통 다룬 연극? 동병상련 하벨의 연극 <리빙>

체코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이 퇴임후 극본을 쓴 연극 <리빙>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동구권의 대표적인 부조리극 작가로 알려진 뒤 '벨벳 혁명'을 이끌고 체코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까지 지낸 하벨은 최고 권력자가 '권력 이후' 겪게 된 수난을 <리빙>에 그려냈습니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빌렘 리에게르는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 소유 빌라에서 추방당하고, 경찰에 연행돼 밤샘 조사를 받습니다.

[빌라에서 추방당하게 된 빌렘 그리고 경찰의 연행]

언론은 빌렘이 열변을 토한 정치 이슈는 외면한 채 여성 편력만 부각시킨 악의적인 보도를 합니다.

[빌렘의 여성 편력에만 관심을 갖는 기자]

총리 시절 빌렘을 돕던 보좌관들은 입장을 바꾸어 현 부수상 끌라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합니다.

[빌렘의 동지가 빌렘에 등을 돌리고 대신 끌라인을 선택한 빌렘의 친구]

자신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낀 빌렘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합니다.

[비바람 속에서 신세를 한탄하는 빌렘]

<리빙>은 얼마 전까지 최고 권력자였던 전 총리 빌렘이 권력 이양 이후 그의 후임자 끌라인에 의해 추방되고 정치 동지들이 철새처럼 권력을 쫓아 빌렘을 떠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리빙>은 2008년 초연 당시부터 고난받는 전 총리 빌렘이 하벨을, 빌렘을 쫓아낸 끌라인이 현 체코 대통령 클라우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 속에 '하벨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정권을 잡은 현 정권의 탄압과 믿었던 동지들의 외면, 그리고 사생활까지 파헤친 악의적인 언론 보도로 민심까지 잃은 빌렘의 퇴임후 모습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검찰과 언론 상황이 연극 <리빙>의 빌렘 전 총리의 상황과 겹쳐집니다.

전직 대통령 하벨이 권력의 뒷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줘 세계 연극계에서 화제가 됐던 <리빙>은 체코 아르하 극장의 공연으로 4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국내 관객과 만납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03.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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