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없어졌다는 당신, 몇번이나 전화하시나요"

부족한 혈액을 구한다는 글에 헌혈을 자청하고 나서는 누리꾼들, 버리기 아까운 물건이나 자신의 재능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후배들의 몸부림에 치킨을 사들고 나서는 선배 부대까지.

SNS는 이제 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한 권에 집대성한 신간, <정이란 무엇인가>.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를 찾은 저자 정운현 씨는 이러한 SNS가 사라진 한국의 '정' 문화를 되살리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운현 / <정이란 무엇인가> 저자] 우리가 선의를 가지고 잘 사용하고 페이스 북 친구맺기 등 이런 것들 선의를 가지고 잘 활용하면 파편화된 사회에서 그나마 조각난 정을 기우고, 조금 더 우리가 인정스럽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 씨는 '정'을 프랑스의 '똘레랑스'와 같은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설명하며 세계에 수출할만한 심리 상품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소 생소한 개념인 '물정'에 대해 소개하며 고국을 그리워한 안중근 의사의 충정과 심장 만큼은 고국에 돌아가기 원했던 쇼팽의 바람 등이 모두 이같은 물정에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정운현 / <정이란 무엇인가> 저자] 쇼팽이 마지막 죽으며 누이의 품에서 '내 심장은 늘 내 조국 폴란드를 잊지 않았다, 내 심장을 고국에 묻어다오.'해서 심장만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 것이 물정. 어머니도 아버지도 애인 친구도 아닌데. 내 혼과 육신을 주고 싶은 것, 그 것이 '물정'이다.

사랑하는 남녀 간에 '애인'이라는 말 대신 '정인'이라는 말은 어떨까요?

정 씨는 남녀 간의 깊고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우리 고유의 말인 이 말이 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사라져 갔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정운현 / <정이란 무엇인가> 저자] 그 시대에 정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가 한 집에 살지 않는 한 정은 곧 '한'이 될 것. 얼마나 보고 싶고 얼마나 그립고, 그런 사람을 포함하는 말이 '정인'이라는 것. 왜 안쓰여지나 생각해보면, 그렇게 간절한 사랑이 없다. 가면되고, 음성을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수있는데 저런 간절한 그리움 어디서 볼수 있나? 시대에 따라 저 말도 죽어버린 것.

쉽게 '한국 사회에 정이 사라졌다'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나왔습니다.

[정운현 / <정이란 무엇인가> 저자] 요즘 사회를 '비정한 사회다' '인정머리 없는 사회다' 얘기하는데 그 이전에 왜 그런 사회가 되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일주일에 한번 어머니께 전화하는 사람 없다. 일년에 다섯번 고향 가는 사람도 없다. 평균쳐도 그렇다. 그래놓고 무슨 정 얘기할 수 있나. 젖만 떼면 따로 재우는데 엄마, 자식 간에 무슨 정 있나. 그냥 '당신 배에서 태어나서' 그럴 수도 있어요.

'무정', '격정', '온정', '냉정', '역정' 등 이미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우리 삶에 나타고 있는 한국의 '정' 문화. 신간 <정이란 무엇인가>는 공기와 같이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어서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정'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떠올려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1.06.10 15: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