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나 TV를 생산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삶을 통제하는 권력기구다"
2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책세상 펴냄)' 출간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저자인 박형준(44)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은 권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혁명이후 생산은 역사적으로 점점 더 사회적 성격이 더 강해져 왔다"고 주장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미국 기업이 대만기업에 하청을 주기도 하고, 대만 기업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온 부품을 중국에 공장을 세워 조립하기도 한다"며 대기업이 더욱 커지고 지배력을 독점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을 기업의 집합적 개념으로 보면 기업의 소유주들은 채권 또는 주식을 통해서 이 같은 생산프로세스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또한 이 과정에서 생산된 부를 이자나 배당이라는 형태로 이윤 청구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자본이나 기업이 현대사회에선 더 이상 생산기구가 아니라 권력기구라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그가 자신의 책에서 사용한 이론은 '권력자본론'이다. 그의 주장은 지도교수였던 조너선 닛잔 캐나다 요크대 교수의 권력자본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국의 많은 진보 지식인들이 공유하는 마르크스주의와도, 또한 주류 경제학 이론과도 완전히 다르다.
'베블런 효과'로 잘 알려진 소스타인 베블런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생산 활동과 전혀 별개의 개념이다.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으로부터 자본주의적 이윤의 원천을 찾았던 마르크스와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기존 자본주의에 관한 경제학 이론은 높은 생산성의 가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권력자본론자들에게 자본은 생산의 효율을 높이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인 사보타주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권력을 행사하는 게 자본이다. 베블런은 사보타주를 "생산현장에서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날 박 연구위원은 "국가와 자본은 대립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라며" 한국 재벌은 국가와 함께 전략적 사보타주를 주도해 사회적 부를 축적해나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을 많이하는 효율성보다는 이윤을 많이 내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 재벌들은 다른 기업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이윤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의 저자인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강연을 담고 있다.
글 - 김지혜 기자
ⓒ이종호 | 2013.11.28 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