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일 전, 아들이 군대에서 죽었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아들은 병원에 실려 가기 전날에만 네 차례나 연대 의무실을 찾아갔다. 그때마다 아들에게 쥐어진 건 두통약 몇 알뿐이었다.
병원에 실려 가던 날 새벽에도 아들은 상급부대(사단) 의무실로 이송됐다. 하지만 침대가 꽉 찼다는 이유로 다시 연대 의무실로 돌아와야 했다. 그때도 아들 손엔 두통약 몇 알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군대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우리 아들처럼, 군대에서 응급상황에 처하게 된 애들은 다 죽어야 하는 거죠."
군 생활에 만족했던 아들은 자주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 나 군대가 체질에 맞나 봐. 육사(육군사관학교) 갈 걸 그랬어."
그랬던 아들이 군대 때문에 죽었다.
# 기자의 말
남겨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멀쩡하다고 해서 국가의 부름을 받은 아들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유공자 혹은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기' 위해 엄마는 직접 아들의 사체검안서를 들고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를 찾아가야 합니다.
사실 엄마는 보상금을 주겠다는 종이 쪼가리보다 훨씬 더 절실한 게 있습니다.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정보공개, 진심 어린 사과, 따뜻한 위로,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웃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일상이 그들의 가슴에 콕콕 트라우마를 새겼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가 차원의 군 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의미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바로 가기)에서 국가의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군 피해치유센터 함께'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 스토리펀딩 링크
- 프로젝트 :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7468
- 6화 :
https://storyfunding.kakao.com/episode/30356
(글 : 소중한 기자, 영상 : 안정호 기자)
ⓒ | 2017.10.23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