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오열했다. 잠든 듯 쓰러져 있는 아들을 흔들어 보고 머리도 만져봤지만 소용이 없다. 아들의 손과 발은 이미 차디차게 굳어 있다. 몸뚱이에 감싼 팔레스타인 국기만이 아들의 마지막 온기를 부여잡고 있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이다. 소년은 팔레스타인 자치령 가자지구에서 시위를 하다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날 외신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최소 58명이 숨지고 270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 약 1300여 명이 총탄에 맞았고 이중 16세 이하의 어린이 8명도 포함돼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시위가 격렬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개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딸 이방카를 보내 이를 축하했고, 영상 메시지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선언처럼 단순하지 않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1947년 11월 유엔은 종교적 특수성을 고려해 예루살렘을 ‘국제사회 관할 지역’으로 규정했다. 예루살렘에 지금까지 각국의 대사관이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다.
격분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가자지구 북쪽 분리 장벽을 따라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저지전을 넘어서면 발포하겠다고 경고했고, 실제로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미국 대사관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5월 14일은 이스라엘에 건국기념일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겐 재앙의 날이 됐다.
(취재 및 영상편집 : 김종훈 / 영상 : 백악관 홈페이지, 트위터)
ⓒ김종훈 | 2018.05.15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