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전체보기] 400km 걸어온 김진숙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7일 오후 청와대앞에 도착한 뒤 발언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전문]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스테이지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한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길 함께 걸어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권우성 | 2021.02.08 08:10

댓글

오마이뉴스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