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정도. 족히 20cm는 넘는듯했다. 공주보 상류 300여m 지점 펄밭에 삽으로 판 3개의 구멍. 그 밑바닥은 모래였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삼기 전에 백제문화제 때문에 한 달여 담수한 기간에 쌓인 펄의 깊이를 누군가가 가늠한 흔적이다. 공주시가 그토록 자랑해 온 국가 명승지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걷기 힘들 정도로 푹푹 빠지는 늪지대로 변했다.
"악취가 심하죠? 이게 다 공주시와 환경부가 한 짓입니다."
지난 25일, 이곳을 조사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집행위원)의 말이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9월 22일부터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행사 때 띄울 유등과 부교 등을 설치하려면 수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철거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공주시를 항의방문하기도 했지만, 환경부는 공주시의 담수 요청을 승인했다.
공주보의 수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6일 백제문화제가 끝난 뒤인 15일부터였다.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보관리단은 백제문화제가 종료됐기에 단계적으로 수위를 내리겠다면서 1주에 2m씩 수문을 개방하겠다고 공지했다.
수문 개방 열흘 뒤인 이날 찾아간 고마나루는 백제문화제 때보다 수위가 4m 남짓 내려간 상태였다. 하지만 담수 이전에 드러나 있던 고운 모래톱은 펄로 뒤덮여 썩어가고 있었다. 장화를 신고 들어갔는데 발목 이상 펄 속에 잠겨서 제대로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곳곳에 찍혀있는 수달과 고라니 발자국이 군데군데 뭉개져 있는 건, 펄속에 빠져 힘겹게 지나간 야생동물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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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 2024.10.30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