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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모델로 한다. 세계 최고 실력자 '한미숙'(문소리), 일본서 감독을 하다가 선수로 뛴 '김혜경'(김정은), '짤릴' 위험 없는 국내 유일한 골키퍼 '오수희'(조은지) 그리고 엄포스 '엄태웅'이 맡은 감독까지. 그렇다면 그 실제 주인공은 과연 누굴까.

[실력 최고! 오성옥] 우선 영화 속 '미숙'(문소리)은 '오성옥'(36·오스트리아 히포방크·사진1) 선수를 본땄다. 눈치 빠른 사람은 "어! 그 사람?"할 게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인터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성옥'은 "후배들이 열심히 뛰어줬는데 제가 마지막 조금만 더 해줬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며 흐느꼈다.

'오성옥'은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실력은 최고라 평가받는다. 지난해에는 30대 후반 나이에도 8월 카자흐스탄 베이징올림픽 예선과 12월 프랑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했다.

덕분에 '오성옥'은 지난 2007년 한국 핸드볼에서 남녀를 통틀어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선수로 뽑혔다. '오성옥'은 올해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현재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최고참으로서 다시 금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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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서 선수로, 임오경] 다음은 감독하다 선수로 급(急) 돌아선 '혜경'(김정은). 혜경의 실제 모델은 '임오경'(37·사진2) 선수다. 지금은 현 일본 실업팀인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감독을 맡고 있다. 당시 대표팀의 왕언니였던 '임오경'은 이번 영화를 위해 감독과 배우 등을 수차례 만나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일본 리그 시즌을 앞두고 영화 관람을 위해 잠깐 한국에 들르는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임오경'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기 전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많이 울었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4년 결승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나고 후유증과 슬럼프에 빠져서 몇 달간은 제대로 생활을 못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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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손' 오영란] 국내 유일한 골키퍼 '오수희'(조은지)는 핸드볼 계의 거미손 '오영란'(36·전 효명건설·사진3) 선수다. '오영란'은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다음해 경남아너스빌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에서 우승과 더불어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지 15년째. 대표팀 막내와 나이 차이가 16년이나 나는 국가공인 대한민국 아줌마다.

지난 2006년 말, 결혼 5년만에 딸 서희를 낳은 뒤 요즘 한창 아이의 재롱에 푹 빠져 있다. '오영란'은 동갑내기 친구 오성옥과 함께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수 생활의 황혼을 불태울 계획이다.

[분노의 인터뷰 임영철] 끝으로 '대표팀 감독'(엄태웅)은 비교적 쉽다. 누군지 금방 머리에 떠오른다. 선수들 걱정에 분노 섞인 인터뷰를 했던 '임영철'(48·전 효명건설·사진4) 감독이다. 임 감독은 경기 직후 "패인은 한마디로 덴마크의 핸드볼 열기와 우리나라의 핸드볼 열기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핸드볼에 무관심하다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팀이 없다"고 말한 뒤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다소 날카로운 눈매에, '독사'라고 불릴 정도로 엄격하고 냉정한 사나이. 그의 말에, 잠깐 "핸드볼을 살리자"는 붐이 일기도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거의 달라진 게 없다. 다행히 벽산건설이 효명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한숨은 돌렸다. 올해는 오랜 옛 전우인 오성옥, 오영란과 함께 베이징에서의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한편,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는 선수로 오영란, 문경하, 허순영, 김차연, 이상은, 오성옥, 문필희, 허영숙, 임오경, 장소희, 이공주, 최임정, 명복희, 우선희, 김현옥 등이 참가했다. 임 감독 옆은 백상서 코치가 곁을 지켰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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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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