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개장한 우다오커우복장시장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서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체 이미지와 안전만을 고려한 중국 정부의 올림픽 정책을 읽을 수 있다.

올해 4월 개장한 우다오커우복장시장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서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체 이미지와 안전만을 고려한 중국 정부의 올림픽 정책을 읽을 수 있다. ⓒ 김대오


 동왕좡올림픽광장에서는 매일 아침 탁구 시합이 열리고 있다. 돌탁구대는 산뜻한 디자인의 나무질감의 탁구대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동왕좡올림픽광장에서는 매일 아침 탁구 시합이 열리고 있다. 돌탁구대는 산뜻한 디자인의 나무질감의 탁구대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 김대오


"한 달 남짓만 생활하면 되는데!"하면서 이래저래 필요한 물건 사기를 미루다가 "그래도 살 건 사자!"며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가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우다오커우복장시장(五道口服裝市長)에 갔다. 중국은 전기 콘센트 모양이 다양해 전원 꽂기가 불편해서 다용도 연결선을 하나 사고, 또 아침에 중국인 할아버지와 탁구시합을 위해 탁구 라켓도 하나 샀다.

얼마 전 우다오커우 동왕좡(東王庄) 올림픽광장을 아침 산책을 하다가 "한국인이니까 제가 유승민이고, 할아버지는 왕하오(王皓) 하세요"라면서 "제가 이기면 이번 올림픽에서 유승민이 금메달이고, 할아버지가 이기면 왕하오가 금메달 따는 겁니다"라고 전제하고 시합을 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돌로 된 야외 탁구대였는데, 이제는 제법 나무 질감이 느껴지는 걸로 바뀌었다. 아침마다 그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시합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일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매일 아침 벌이는 탁구 시합의 성적만으로 금메달이 가려진다면 아직까지는 유승민의 금메달 전망이 아주 밝은 셈이다.

"올림픽 특수 노렸는데 웬 된서리!"

 오래된 우다오커우복장시장은 7월 26일부터 두 달간 영업이 중단된다. 안전을 내세운 지나친 통제라는 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큰 곳이다.

오래된 우다오커우복장시장은 7월 26일부터 두 달간 영업이 중단된다. 안전을 내세운 지나친 통제라는 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큰 곳이다. ⓒ 김대오


 우다오커우복장시장에서 일하는 종원원은 새로운 물건을 받을 수가 없는 처지에서 손님은 줄어들고 그나마 7월 26일부터 일을 할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다오커우복장시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새로운 물건을 받을 수가 없는 처지에서 손님은 줄어들고 그나마 7월 26일부터 일을 할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 김대오


그런데 복장시장에서 우연히 한 종업원의 말을 들었는데 오는 26일부터 두 달간 영업이 중단된단다. 이유인즉, "상가 건물이 비좁고 사람이 많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서"라고 한다. 그곳 상인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림픽 특수를 노렸는데 웬 때 아닌 된서리냐"며 생계를 위협하는 과도한 올림픽 통제에 불만을 쏟아놓았다.

이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똑같은 이름의 시장이 올해 4월 개장했는데, 그곳에 가서 영업이 중단되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낡고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영업장을 선별해 영업중단조치가 내려진 것 같다. 그곳에 있는 영세 상인들과 많은 농촌 출신의 종업원들에게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거나 다름없어 보였다.

일하는 영업소가 중단되면 임시거류증이 무효화되고 종업원들은 제각각 고향으로 돌아가야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차비며 영업중지로 인한 손실액은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그들에게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윗쪽의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지(上有政策, 下有對策) 않느냐?"했더니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어떤 대책도 소용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중국 주류사회에겐 '기회·축제'... 돈 없는 서민들에겐 '간섭·통제'

 임시거류증 수속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임시거류증 수속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 김대오


 엄격해진 공안의 임시거류증 검사를 피해 노숙하는 외지노동자들도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엄격해진 공안의 임시거류증 검사를 피해 노숙하는 외지노동자들도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김대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파출소마다 길게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공안들의 신분증 검사가 강화되면서 베이징 호구(戶口)가 없는 외지인들은 거류 기간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화칭지아위엔 등지에서도 신분증 검사가 시행되고 있는데, 불법체류자인 경우 일부러 귀가시간을 늦추거나 아예 노숙을 하는 경우도 많다. 올림픽이 중국의 주류사회에게는 기회이자 또 축제이겠지만,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온갖 간섭과 통제만 불러오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신장(新疆)특산물 가게에 들렀다가 신장 출신 종업원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을 방문하려고 호텔을 예약하려니까 신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예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티베트 독립 시위와 쓰촨 지진에 크게 놀란 중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지 안전하고 원만한 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최근 발표된 '올림픽 경기장 관람 규칙'의 '디자인의 단체 티를 입을 경우 경기장 입장을 불허하겠다'는 등의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도 이를 반증한다.

사회적 인프라와 시민의식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원만하게 치러내야 하는 중국 정부의 부담과 어려운 처지를 감안하면 이해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서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지나친 통제와 규제는 지적해야 할 부분이다.

왜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일까

 공항에서 순시 중인 무장경찰의 모습이다. 베이징올림픽 최우선 화두는 '안전'으로 보인다.

공항에서 순시 중인 무장경찰의 모습이다. 베이징올림픽 최우선 화두는 '안전'으로 보인다. ⓒ 김대오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 8분'이라는 개막식 시간은 '돈을 벌다'는 의미의 '파(發)'와 숫자 8의 발음 '빠'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부러 맞춘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돈에 '환장'하는 중국인들의 일면을 느끼게도 하지만, 사실 이 올림픽 개막일은 '울며 겨자 먹기'식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중국으로서는 40℃까지 올라가는, 그것도 비가 자주 오는 우기에 개막일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 올림픽 수입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TV중계권료의 광고 수입을 챙기기 위해 유럽인들의 휴가철에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이 8월이 되고 만 것이다. 무의미한 경제적 이윤 창출의 시그널 8월 8일 저녁 8시 8분처럼 중국은 이미 올림픽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오직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낡은 상가의 영업도, 교회의 예배도, 학원의 강습도 조금이라도 불법적이거나 불안전한 구석이 있는 곳은 현재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행사의 사회적 묵약 아래 철저하게 진행되는 이 단속과 통제는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과도한 측면도 없지 않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베이징 시내 상점들의 간판 교체 시, 비용의 70%를 정부가 대주고 업주는 30%만 부담하면 되도록 한 이후 베이징 시내의 간판들은 한결 산뜻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체면과 이미지를 중시 여기는 중국인의 일면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 산뜻하고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는 과도한 올림픽 통제와 지나친 규제에 신음하는 많은 소외된 서민들이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가 잘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베이징올림픽 휘장을 수놓은 꽃들이다. 겉모습과 이미지만 챙기지 말고 서민들의 한결 힘들어진 삶도 함께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베이징올림픽 휘장을 수놓은 꽃들이다. 겉모습과 이미지만 챙기지 말고 서민들의 한결 힘들어진 삶도 함께 챙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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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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