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방영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지난 25일 방영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 팬엔터테인먼트


KBS <적도의 남자> 10회 마지막 장면에서 성공한 사업가 데이빗 김으로 이장일(이준혁 분)에게 등장한 김선우(엄태웅 분)은 너무나도 빨리 자신의 존재를 밝혀버린다. 왜 자신 앞에서 여전히 안 보이는 척 속였나는 장일의 물음에 선우는 "놀라게 해주려고." 라면서 애써 태연한 척한다.

하지만 장일을 진짜 놀라게 해주려는 선우의 치밀한 계획은 따로 숨겨져 있다. 선우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진노식(김영철 분)과 장일 아버지(이원종 분)을 감옥 보내는 그 이상의 파멸이니까. 허나 선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버지 죽음과 관련된 진정서 조사에서 불러낼 피진정인으로 장일을 쏙 빼놓은 채 진노식 회장의 이름만 적어 넣었다. 서서히 그리고 하나하나씩 자신에게 도전했던 모든 것들의 목을 조르고자하는 선우다.

그러나 선우의 최종 복수 목표물이 될 장일에게는 불행하게도 선우 외에도 13년 전 장일이 선우의 뒤통수를 치는 장면을 목격한 이가 또 하나 있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선우의 오랜 친구이자 장일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최수미(임정은 분)이다. 지난 10회에서 장일을 자신의 작품 전시회에 초대한 수미는 선우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다리 위를 터벅터벅 걸어간 장일의 뒷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장일을 기겁하게 만든다.

 25일 방영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25일 방영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 팬엔터테인먼트


사실 수미는 선우의 점자를 해석하기 이전부터 장일이 선우를 죽이려고 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장일이 각목으로 선우의 머리를 치는 장면을 너무나도 똑똑히 보았고, 사진의 한 장면처럼 그때 그 사건의 전모를 세세하게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이미 이장일이 김선우를 죽이려고 한 범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침묵해온 수미. 이장일을 사랑했기에 그의 범행을 눈감아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13년 전 사건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거부하는 이장일을 자신의 남자로 옭매이고자 한다.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면서도 여전히 이장일을 포기하지 않고, 유일한 친구 선우까지 배신한 수미의 행동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집착이다. 심지어 "이장일 나 그날 거기 있었어." 하면서 싸늘한 미소를 짓는 수미는 두려운 공포분위기까지 조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일에게 여러 번 퇴짜 맞고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그의 사랑을 구걸하는 그녀가 안타깝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얼치기 박수무당 딸로 무시 받았던 외톨이의 아픈 트라우마가 있는 수미. 그 외로움이 깊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고픈 마음이 병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따스하게 다가온 장일에게 깊이 빠져버리게 되었고 자신이 박수무당 딸을 알고 냉혹하게 차버린 그를 향한 애증과 오기가 섞어 더욱더 그를 차지하고픈 욕망이 그녀와 이장일, 그리고 김선우 모두를 파멸로 이끌게 된다.

 25일 방영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25일 방영된 KBS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 한 장면 ⓒ 팬엔터테인먼트


만약 보통 복수극이 취하는 이분법적 전개대로라면 자신의 이익 혹은 욕망을 위해 친구를 배신한 수미는 분명 악역이다. 하지만 그녀의 불우한 환경이 오늘날 병적인 외로움과 집착에 시달리는 수미를 만들었고, 친구까지 배신하면서도 끝내 장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처절한 외사랑이 더욱더 그녀를 비참하게 만든다.

하지만 장일의 사랑을 갈구하는 수미 못지않게 살인 미수 용의자 이장일 또한 만만치 않게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분명 그가 친구 선우를 죽이려고 한 것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버지가 반강제적으로 선우 아버지 살해 범행에 가담하면서 한순간에 친구를 배신하게 된 상황. 그리고 점점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선우와 수미로 인해 나락에 빠진 채 괴로워하는 장일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악역마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게 하는 기이한 풍경을 자아나게 한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 되어 자신이 당했던 그 이상을 되갚아주려는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온 선우. 그리고 선우에 이어 수미, 그리고 진노식 회장에게까지 13년 전 사건을 빌미로 코너에 몰리며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는 장일. 하지만 <적도의 남자> 대망의 첫 회에서 진노식에게 총을 겨누며 "피묻은 거래인 줄은 미처 몰랐다."는 장일의 수난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편 25일 방영한 <적도의 남자> 11회는 지난 10회에 비해 2.0% 상승한 15.0%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3회 연속 수목극 1위를 지켰다.

적도의 남자 엄태웅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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