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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영화 포스터

▲ <집으로 가는 길> 영화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주)다세포클럽


친구에게 보증을 서주었다가 모든 것을 잃게 된 종배(고수 분)와 정연(전도연 분). 그렇게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이 깨지면서 종배와 정연, 딸 혜린(강지우 분)은 비 오는 날에 쫓겨나다시피 나온다. 월세도 변변하게 내지 못하고, 딸에게 장난감 하나 제대로 사주지 못할 정도로 종배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어느 날, 종배의 후배 문도(최민철 분)가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면 거액을 주겠노라 제안한다. 가족을 위한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인 정연. 그러나 원석이라 알았던 물건이 마약으로 밝혀지면서 정연은 프랑스에서 체포된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CJ 엔터테인먼트,(주)다세포클럽


최근 잇따라 등장한 <이태원 살인사건>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의 사회 고발 영화는 드라마 형식으로 개별 사건을 재구성하여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일깨웠다. 이들 영화는 공분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사건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목적에도 충실했다. 이것은 TV의 보도 프로그램 등이 일회성에선 파장이 더 클지라도 영화가 가진 연속성의 힘은 시간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오로라 공주> <용의자 X>를 거치며 '여성'에서 '가족'으로, 오리지널 영화 각본에서 유명한 원작 소설의 각색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가던 방은진 감독은 신작 <집으로 가는 길>에서 실화에 주목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10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원석으로 생각했던 물건을 운반했으나 실은 그 물건은 마약이었고, 그로 인해 마약 운반범으로 낯선 타국의 교도소에서 2년의 세월시간 동안 갇혀 지냈던 '장미정 사건'을 토대로 삼았다. 한층 민감한 사회의 공기 속으로 방은진 감독은 과감하게 다가섰다.

현실에서 '장미정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엇갈린다.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으나, 애초부터 그녀가 마약임을 알면서 운반했을 거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과욕이 부른 결과이기에 마땅한 죗값을 치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외교부가 당시 어떤 노력을 했는가란 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집으로 가는 길>이 한쪽에 일방적인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가능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장미정 사건'의 해석과 지지를 바라지 않는다. 영화는 실제 사건의 틀을 빌려 대한민국 정부의 불합리한 처사를 고발하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마땅히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란 무엇인가를 질문할 따름이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CJ 엔터테인먼트,(주)다세포클럽


<집으로 가는 길>에서 정연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무지로 죄를 지었다고 말하면서 제발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녀가 간절히 돌아가길 소원하는 집은 그녀의 가족을 의미하지만, 나아가 대한민국을 뜻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자국민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과 다름없다.

정연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도움을 받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재판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정연의 오열과 아내를 돌려달라는 종배의 울부짖음을 대한민국 정부는 철저히 외면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정연이 자신의 여권에 적힌 "대한민국 국민인 이 여권 소지인이 아무 지장 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고 필요한 모든 편의 및 보호를 베풀어 주실 것을 관계자 여러분께 요청합니다."라는 문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다. 이것을 만든 대한민국은 과연 국민을 위해 무엇을 노력하는 것일까? 이 장면은 영화가 말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낸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스틸 ⓒ CJ 엔터테인먼트,(주)다세포클럽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변호인>이 '변호사 노무현'을 빌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겼다면 <집으로 가는 길>은 '장미정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부가 자국민을 외면하면 국민은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정연은 국회의원 등의 지위가 높은 분과는 다른,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 모든 국민이 절대 평등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한 2013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일본의 모순된 사법 시스템을 비판했던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에 나온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시기를" 을 빌린다면 "부디 당신이 보호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보호해주시기를"이라 항변하는 영화의 목소리는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사회의 정의를 위해 올바른 방향을 겨누지만, 아쉽게도 영화의 톤을 조절하는 데엔 실패했다. 냉정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그려져야 할 대한민국 정부의 부조리한 집단을 단순하게 희화화시킴으로 현실의 공기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집단으로 만들었다.

비판의 대상을 코미디 영화에서나 보이는 과장된 바보로 묘사하며 현실이 아닌 영화 안에 머문 존재가 되었기에 영화의 메시지마저 빛이 바랜다. 가슴이 뜨거워지기는 쉬워도,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가슴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전도연 고수 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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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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