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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마녀사냥>을 진행하는 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

JTBC <마녀사냥>을 진행하는 신동엽·성시경·허지웅·샘 해밍턴 ⓒ JTBC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이라는 소설은 브라질에서 태어난 마리아라는 소녀가 진정한 성과 사랑의 완성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서 작품의 제목으로 쓰인 '11분'은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하는데 있어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갑남을녀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성행위에서 도대체 '시간의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인터넷 기사 주변에 잔뜩 들어차 있는 비뇨기과 광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치 언제인가부터 그 수많은 광고들이 우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긴' 성행위가 '좋은' 성행위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실제 사례가 등장했다. 27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서는 자신과 함께 잠자리를 하는 남성이 3분 정도의 짧은 성행위 시간으로 인해 매번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는 한 여성의 고민이 등장했다. '3분 카레'라며 살짝 놀려대기도 했지만, 그 고민을 보낸 여성은 '자신은 절대 이 남성에게 불만이 없지만, 정작 남성 자신이 너무 괴로워한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날 <마녀사냥> 내내 이 커플의 이야기는 화두가 되었다. 고민을 상담하는 네 명의 MC들은 물론, 거리로 나선 이원 생중계 카메라에 등장한 젊은 시민들에게도 이 고민은 단연 화제였다. 또 다른 패널들이 초청된 '그린라이트를 꺼요' 코너에서도 다시 한 번 이 고민이 던져졌다. 이 고민을 두고 대다수의 남성은 그 '시간'이 자존심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을 표했다. 반면 여성들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여성과 남성의 생각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마녀사냥>은 잘 보여줬다.

결국은 통념을 답습하고 마는 '마녀사냥'의 함정

 JTBC <마녀사냥>을 진행하는 신동엽·성시경·허지웅

JTBC <마녀사냥>을 진행하는 신동엽·성시경·허지웅 ⓒ JTBC


이 간극은 성시경의 명쾌한 정의와 신동엽의 첨언처럼, 사람들이 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는 있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상적인 통로가 없다 보니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임에도,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왜곡된 지식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상대방은 괜찮다는데 나 혼자 자괴감에 빠지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녀사냥>은 즐겨보는 프로그램의 수위에 들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단지 <마녀사냥>이 19금의 야한 이야기를 해 주어서가 아닐 것이다. 바로 이런 지점,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거리에서 카메라에 비친 여성조차 성행위의 시간을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시대에, 여전히 그들이 사랑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은 단편적이다. 그래서 이들은 <마녀사냥>에 등장하는 동년배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패널들의 솔직한 말에 솔깃하게 되는 것이다. 27일의 화두 또한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의 통계에 근거한 명쾌한 결론과 '상호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성시경의 충고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 '꼭 적절한 정보'만을 전달하지는 못한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신동엽은 '짧아도 괜찮다'는 여성들의 답변이 거짓임을 밝히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같은 질문을 여성 패널과 거리의 시민들에게 던졌다. 그리고 결국은, '너무 짧은 건 싫다'는 답을 반복적으로 얻어 내고야 말았다. 이런 집요한 질문은 <마녀사냥>이 '양질의 정보'와 '19금 탐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결국은 탐닉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버렸다.

이는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건강한 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프로그램의 본 취지와는 달리, 결국은 '여성들은 자신을 오래도록 즐겁게 해주는 남성을 좋아한다'는 통념을 다시 한 번 답습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제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를 설명해 준다 해도, 결국 이날 <마녀사냥>을 지켜본 대다수 남성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집요한 신동엽이 얻어낸 '짧은 건 싫어요'라는 말 한 마디가 아닐까. 이러니, 여전히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마녀사냥 성시경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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