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기대상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방송사들이 각각 시상식을 준비해 한 해 동안 좋은 연기를 펼쳤거나 화제를 모은 작품을 치하하는 자리다.

그러나 너무 많이 남발되는 상과 바뀌는 시상 기준 등으로 공신력이 떨어지고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각 방송사는 논란을 최소화하고 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는 한다. 단순히 명분만 만드는 시상식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의미있는 시상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수상결과에 대한 대중들의 전반적인 공감이 없이는 연기대상은 의미를 갖기 힘들다. 과연 올해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은 어떤 작품, 누구에게 돌아갈까. 미리 예상해 보자.

MBC
대상 <왔다! 장보리> 이유리, 최우수상 <마마> 송윤아?

 악역으로서 완벽할만큼의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리

MBC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 역을 맡았던 이유리. ⓒ MBC


MBC는 공중파 방송 3사 중 유독 연기대상에 있어서만큼은 논란에 자주 시달렸다. 대상마저 나누어 주거나, 해를 넘어 방송되는 드라마에 출연한 톱스타에게 무조건적인 대상을 안기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출연자 한 명이 아닌 작품에 대상을 안기며 선정 기준마저 모호하고 애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기대상을 시청자와 방송사의 소통의 장이 아닌, 방송사의 이익을 위해 활용한다는 질타를 받곤 했다.

MBC는 이런 '불공정성'과 '불합리함'을 해결하고자 공동수상의 가능성을 없애고 연기대상을 100% 문자 투표로 뽑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대상이 인기투표도 아닌데 너무 가벼운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시청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와 그간의 논란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만큼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청자 문자투표로 대상의 결과가 정해진다면, 대상 수상은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가 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왔다! 장보리>는 최고 시청률이 37%를 넘겼으며 악역이었던 연민정 캐릭터는 끊임없이 회자되었다. 조연이었지만 주연을 뛰어넘는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인 이유리는 각종 광고를 꿰차고 <세바퀴>의 안방마님이 되는 등 행운을 거머쥐었다.

아직까지 연민정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일으킨 캐릭터는 MBC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마마>에서 호연을 보여주며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던 송윤아가 이유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었지만, 전문가나 방송 관계자의 결정이 아닌 시청자 투표라면 이유리의 낙승이 예상된다.

KBS
대상 <정도전> 조재현 유력, 화제작 없는 게 가장 큰 문제

 <정도전>으로 작품성과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조재현

<정도전>으로 작품성과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조재현 ⓒ kbs


KBS의 경우, <정도전>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호연을 펼친 조재현의 연기대상 수상이 예상된다. <정도전>은 작품성과 시의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사극이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정치 관계와 복잡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잘 포착하며 수작으로 남았다. 그 안에서 조재현은 '미스 캐스팅'이라는 처음의 논란을 딛고 정도전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KBS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도전> <왕가네 식구들> <가족끼리 왜 이래> 등 주말극이나 <뻐꾸기 둥지> 등의 일일극은 꽤 좋은 성과를 냈지만, <정도전>을 제외하고는 작품성으로 승부가 가능하거나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작품이 전멸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KBS 1TV의 일일극은 시청률 텃밭이었음에도, 시청률이 예전처럼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아쉬운 지점이다.

더군다나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KBS가 내세울만한 작품이 없다는 점은 시상결과에 대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응원했던 작품의 시상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정도전>을 제외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이 없다는 점이 KBS로서는 가장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BS
대상 <별그대> 김수현, 전지현... 최우수상 조인성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작품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조인성에게 대상이 돌아갈 수도 있지만,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대박을 친 <별에서 온 그대>에서 대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니아층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지만 시청률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올렸다. <별에서 온 그대>는 방송사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은 물론, 이미 톱스타였던 김수현과 전지현의 이름값 역시 다시 한 번 수직 상승하게 만들어 주었다.

문제는 전지현과 김수현 중 누구에게 대상을 안기냐는 것. 전지현은 이미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며 <별에서 온 그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의 단독 수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방송사의 사정상 전지현과 김수현의 공동 수상 역시 예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상을 두고 김수현과 전지현 사이의 미묘한 줄타기를 보는 긴장감이 SBS 시상식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공동수상이라는 식상한 결말은 연말 시상식에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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