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TBC 음악 여헹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방영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영국 옆의 작은 섬나라. 맑은 날보단 흐린 날이 더 많은 지역에다 인구수 고작 500만명이 채 못되는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가수와 그룹 들을 다수 배출한 음악 강국이 바로 아일랜드다.

설명이 필요없는 록 밴드 유투(U2)를 필두로 밴 모리슨, 게리 무어, 씬 리지, 엔야, 코어스, 보이존, 웨스트라이프, 데미안 라이스, 셔네이드 오코너 등은 아일랜드가 배출한 대표적인 음악인들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기후, 문화적 특색이 강한 지역답게 이곳 출신 음악인들은 기존 미국-영국 출신들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진가를 미처 알리지 못한 아일랜드의 숨겨진 "국보급" 음악인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비록 빌보드 같은 유명 인기 순위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외면당했지만 해외 동료 가수 및 음악팬들에겐 꾸준히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그룹 및 가수들을 소개해본다.

[하나] 아일랜드의 국민 포크 그룹, 치프턴스

 그룹 치프턴스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그룹 치프턴스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치프턴스(The Chieftains)는 1965년 결성되어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크 그룹이다. 몇차례의 멤버 교체 및 사망 등으로 이젠 원년 멤버들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꾸준한 음반 및 공연 활동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 및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된 건 1975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이자 18세기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 <배리 린든>을 통해서였다. 바이올린과 아이리시 휘슬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연주곡 'Woman of Ireland (Love Theme From Barry Lyndon)'이 영화와 함께 사랑받으면서 치프턴스는 아일랜드를 넘어 미국에서도 주목받는 포크 그룹이 되었다.

 치프턴스의 연주곡 'Woman of Ireland'가 삽입된 영화 <배리 린든>의 한장면

치프턴스의 연주곡 'Woman of Ireland'가 삽입된 영화 <배리 린든>의 한장면 ⓒ Warner Brothers


1980~90년대 들어선 그래미 어워드 포크 음악 부문의 단골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지금까지 총 여섯차례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특히 제임스 골웨이, 롤링 스톤스,  톰 존스, 마크 노플러(다이어 스트레이츠), 스팅, 잭슨 브라운 등 쟁쟁한 음악계 거장들과의 협연을 통해 현대적인 아이리시 포크 음악의 틀을 닦은 건 치프턴스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국내에선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컬래버레이션 보컬 부문 수상작 'Have I Told You Lately?'가 담긴 1995년 음반 < The Long Black Veil > 등 몇 작품이 소개되긴 했지만 상업적으로는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다행히 이 음반을 비롯해서 여러 히트곡 모음집 등은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감상이 가능하다.

[추천곡] 'Woman Of Ireland', 'Have I Told You Lately?' (밴 모리슨 협연), 'Our Hero'(스팅 협연)


[둘] 엔야의 가족 그룹, 클라나드

 아일랜드 그룹 클라나드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아일랜드 그룹 클라나드의 히트곡 모음집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클라나드(Clannad)는1973년 데뷔 앨범 발표 이래 40여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아이리시 포크, 뉴에이지, 팝,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독특한 음악을 들려준 밴드다. 

리드 보컬을 담당한 모야 브레넌을 비롯한 4남매가 팀의 주축을 이룬 가족 그룹으로 그중 가장 어린 막내 엔야(Enya)는 후일 솔로 활동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하지만 실제 엔야가 정식 멤버로 활동한 건 3년 정도에 불과하다).

1980년대 들어 메이저 레이블 RCA와 계약을 통해 본격적으로 영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클라나드는 인기 그룹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특히 1985년에 발매된 싱글 'In A Lifetime'은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르던 U2의 보컬리스트 보노와의 듀엣으로 인기를 얻었다.

1990년대 들어 이른바 "월드 뮤직" 붐이 일면서 클라나드는 전성기를 누리게 되는데 치프턴스와 마찬가지로 인기 영화에 자신들의 곡들이 수록되면서 미국과 해외 시장에서 더 큰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클라나드의 곡들이 삽입된 영화 <패트리어트 게임>, '라스트 모히칸' 사운드트랙

클라나드의 곡들이 삽입된 영화 <패트리어트 게임>, '라스트 모히칸' 사운드트랙 ⓒ Milan, Morgan Creek


1982년 발표된 싱글이자 영국 인기 TV시리즈의 주제곡 'Harry's Game'은 10년이 지난 1992년 "잭 라이언"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인 해리슨 포드 주연 <패트리어트 게임>의 엔딩 곡으로 사용되었고 'I Will Find You'는 역시 같은해 개봉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 <라스트 모히칸>에 삽입돼 팀의 유명세에 큰 일조를 하게 된다.

이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선 "월드 뮤직 부문"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록 2000년대 이후 잠정 해산 상태에 놓이며 잊히는 듯했지만 2013년엔 무려 15년만의 새 음반 < Nádúr >를 발표하면서 다시 클라나드를 재가동시킨다.

[추천트랙] 'In A Lifetime', 'I Will Find You', 'Harry's Game'


[셋] 비운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로리 갤러거

 로리 갤러거의 라이브 명반 'Irish Tour' 표지

로리 갤러거의 라이브 명반 'Irish Tour'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아일랜드는 서정성을 강조한 음악뿐만 아니라 블루스, 하드 록 등에서도 탁월한 인물들을 배출한 바 있다. 기타리스트 故 게리 무어, 그의 친구 故 필 리뇻이 이끌던 씬 리지(Thin Lizzy) 같은 이들은 미국을 넘어 세계 록 음악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비록 47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지만 로리 갤러거(Rory Gallagher, 1948~1995)는 이들보다 먼저 등장한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면서 가장 미국적인 사운드로 2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타 영웅"으로 인기를 누린 연주인이었다.

머디 워터스, 앨버트 킹, 프레디 킹 등 흑인 기타리스트 영향을 크게 받았던 로리는 10대 후반 3인조 그룹 테이스트(Taste)를 결성해 아일랜드 음악계에서 일찌감치 스타 대열에 합류했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펼친 1971년부턴 쉼없는 순회 공연으로 이웃 영국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지지세를 넓혀나간다.

로리는 기타 및 보컬+베이스+드럼이라는 3인조의 단촐한 구성만으로도 폭발력 있는 음악을 들려줬고 도색이 벗겨진 낡은 펜더 스트래토캐스터 기타는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는다

이 시기에 발표한 < Live In Europe >, < Irish Tour > 등 일련의 공연 실황 음반들은 지금도 해외 유력 음악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명반 목록에 자주 언급되는 걸작으로 손꼽힐 정도다. 

한때 영국에선 에릭 클랩튼을 제치고 인기 기타리스트 투표 1위에 오를 만큼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알코올, 약물 문제로 건강을 헤치면서 점점 대중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간 이식 수술 부작용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추천곡] 'Messin' With The Kid' (주니어 웰스 원곡, 링크는 서독 TV 출연 영상 유튜브), 'Hoodoo Man' (미국 구전 민요) 등.
(특이하게도 자신의 곡을 싱글로 발매하는 걸 극도로 기피한 탓에 음반과 달리, 영미 인기 순위에 등장한 로리의 노래는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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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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