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찰대학에서 만난 희열(강하늘)과 기준(박서준)은 입학 동기가 참 남다르다. 과학고 출신인 희열은 모두 카이스트에 입학하는 뻔한 상황에 벗어나 특별해지고 싶어서 경찰대에 입학하였고, 기준은 단지 학비가 무료라서 입학했다. 동기도,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은 모종의 사건으로 가까워진다. 2년 후, 함께 외박하다가 우연히 납치되는 소녀를 목격하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청년경찰>은 위치 선정이 좋은 이야기다. 영화 속 두 인물은 아직 정식 경찰이 되지 않은 경찰대학교 학생이면서도 왜 경찰이 되려고 하는지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자신이 왜 대학에 왔는지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 흔한 청년들이다. 정의하기 힘든 청춘들의 에너지를 동력 삼아 나아가는 힘찬 이야기인 셈이다.

경찰대학은 묘한 장소다. 대학교지만 군대 못지않은 규율과 기강이 존재한다. 엄격한 단체생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청년들의 욕구를 유머로 활용한다. 그러면서 일탈의 욕구는 우연히 납치사건을 접하게 만든다. 사건에 휘말린 두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정의로움이 사회의 현실에 대입하기 힘들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영화 속에서 일어난 범죄는 어둑하다 못해 암울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뿜어내다가도 금세 두 캐릭터의 밝은 기운으로 환기한다.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튀어나가는 기준과, 이성적이면서 욕을 즐기는 두뇌파 희열의 어울리지 않는 두 인물의 케미는 밝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해지려는 분위기를 벗어난다. 다급한 납치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서에 신고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사건을 우선시하고, 사람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어둑한 현실에 물들 것처럼 보이지만, 청춘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동력 삼아 학교에서 배운 정의를 실천하려고 한다. 현실감을 벗어나는 행동들이지만, 경찰대학 학생이라는 위치가 이들의 행동을 수긍하게끔 만든다.

수사기법에 의해 납치사건을 수사하려 했지만, 막상 현실에 적용하니 지지부진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사건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으나 그 이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든 것은 기준이 시험지에 썼던 오답, '열정, 집념, 진심'이었다. 이상적이면서 허무맹랑해 보이는 해결책이지만 두 청년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절대 밉지만은 않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실현하고자 하는 학생으로서의 본분과 타인을 도와야 한다는 인간으로 해야 할 도리를 모두 실천하려는 청년의 진심 어린 마음이었기 때문에.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놓고는 곧장 20대 청년들의 유머로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는 밝은 기운 때문에 두 청년 경찰을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지지부진하고 뻔했던 그동안의 형사물 속에서, 거대한 욕심 없이 청춘의 에너지와 진심을 내세우는 이 영화에 작은 응원을 보낸다. 두 청년 경찰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건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청년경찰 쁘띠거니 박서준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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