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빵꾸>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배우 박용우

영화 <빵꾸>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배우 박용우 ⓒ 유성호

 
기름때가 군데군데 낀 작업복 차림의 재구(박용우)는 언제부턴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이다. 아내 순영(조은지)과 함께 서울에서 작은 정비소를 운영하다 파산 후 아내의 고향으로 함께 내려온 뒤 모든 일이 풀리지 않는다. 처가의 눈총은 따갑고 새롭게 시골 마을에 차린 정비소는 곧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손님이 없다. 

영화 <빵꾸>는 시종일관 이 부부의 우울한 현실을 비추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그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지난 5일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어둡지만은 않다. 객석에선 여러 차례 웃음도 나왔다.  

서민의 재정의


영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민'이라는 개념에 균열을 낸다. 흔히 힘없음, 착함으로 대변되곤 했던 서민 이미지가 이 영화에선 범죄를 저지르는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 손님을 얻기 위해 도로에 쇳조각을 놓는 재구와 순영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박용우를 5일 저녁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아내의 고향에서 뭔가 서울에서처럼 소소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더 각박해진 거지. 제 입장에서 재구는 참 짠한 인물이었다. 편집 과정에서 덜어졌는데 짠한 모습을 보이는 분량이 좀 더 있었다. 감독님과 얘길 많이 했다.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평범한 직업군이나 평범한 형편의 사람이 아주 소소한 욕심을 품었을 때도 그게 욕망이 되고 탐욕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하시더라. 저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접근했다. 개인적으론 조금 더 진하고 세게 갔으면 했다."

도로 위에 쇳조각을 올리는 행위로 재구와 순영은 돈을 번다. 영화는 그 행위로 두 부부가 마음 졸이거나 때론 우연히 의인이 되기도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 짠하지만 폭소가 나오는 순간도 등장하는 것. 영화에 나오는 익살스러운 상황은 대부분 박용우, 조은지 등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었다. 

"나름 웃음 포인트들이 있다. 흐름상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논의 하에) 애드리브를 꽤 많이 했던 것 같다. 일단 영화에 참여한 배우로서 관객분들이 우리 캐릭터에 많이 몰입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건 감독님이 직접 얘기해야 할 부분이긴 한데 재구와 순영을 통해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두 사람 모두 남의 눈치를 보잖나. 남과 자신들을 비교하고.. 어쩌면 서민이란 단어를 대변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해석하기론 이 부부의 삶은 (영화에선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굉장히 불행했다고 본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 중 유일하게 남 눈치를 안 보고 사는 분이 노부부다. 하지만 이들도 상징적인 대사를 던진다. '티격태격 40년을 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하잖나. 개인적으론 지금 현재 서민이라는 단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좀 슬픈 단어 같다. 앞으로 그 서민이라는 단어가 행복함을 품고 있는 단어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또한 기대 중"
 
 영화 <빵꾸>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배우 박용우

영화 <빵꾸>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배우 박용우 ⓒ 유성호

 
올해 6월 강화도에서 크랭크인 한 <빵꾸>는 22회차 만에 촬영을 마친 저예산 영화다. 박용우는 "감독님이 인간 욕망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며 "저 역시 인간의 탐욕 자체를 보여주는 건 되게 예술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출연의 변을 밝혔다. 그에게 작품 선택 기준은 규모의 크고 작음이 아닌 주제의식과 캐릭터의 개연성이었다. 서민과 탐욕이라는 화두가 담긴 작품의 역설적 주제에 대해 박용우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주제와 연결될 수 있을지 모르기에 조심스럽지만 욕망이라는 게 사람을 변질시키는 것이지 돈이나 권력이 사람을 변질시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욕망이 돈과 권력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사람이 둘이 모이면 서로 대화하고 셋이 되면 패가 나뉜다고들 하잖나. 어떤 직업군이든 어떤 위치에 있든 이건 본질적인 속성 같다."

어두운 현실을 묘사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조은지에 대해서도 그는 "작품 전에 서로 만나 친해질 시간은 없었지만 각 신마다 서로 많이 준비하면서 연기했다"며 "스태프들 또한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빵꾸> 주역들 영화 <빵꾸>의 감독 하윤재, 배우 박용우, 김한종, 현봉식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세계 79개국 32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3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과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등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빵꾸> 주역들 영화 <빵꾸>의 감독 하윤재, 배우 박용우, 김한종, 현봉식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세계 79개국 32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3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과 아주담담 라운지에서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핸드프린팅 등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 유성호

 
영화 <빵꾸>는 내년 개봉 예정이기에 대중입장에선 현재 촬영 중인 OCN 드라마 <프리스트>로 먼저 그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빵꾸>와 대비되는 차가우면서도 냉정한 신부 역할"이라며 박용우는 "작품의 완성도나 시청률은 배우가 어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괜찮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아마도 사람들이 신부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을 것인데 그걸 깨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신부하면 인자하면서도 좀 마른 가느다란 이미지를 떠올리잖나. 아마 지금껏 나온 신부 캐릭터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연기하면서 기대가 더 커진 상황이다."  

드라마와 영화로 박용우는 더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계획이다. 이 사실에 박용우 역시 기대를 품고 있어 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중 한 사람으로 꼽히던 그다. "잘 생겼다는 말도 좋지만 멋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박용우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향기 나는 사람이길'이라 적어놨는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빵꾸>의 배우 박용우와 감독 하윤재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영화 <빵꾸>의 배우 박용우와 감독 하윤재이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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