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화려한 인기 뒤에 가려진 어른들의 욕심과 무관심속에 방치됐던 아역 배우,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라야했던 스포츠 국가대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립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4월 15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배우 김성은과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이 출연했다. 지금도 본명보다 미달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김성은은 현재 어엿한 성인이 되어 2018년도부터 연극, 뮤지컬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작년에 학교를 다시 복학한 만학도 대학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김성은은 아역 시절에 <순풍산부인과>를 통하여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약 30여 편의 광고를 촬영했고 9살의 나이에 자택까지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성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게 다 내 탓 같다"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김성은 자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문제도 마치 자신의 기운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자책감을 드러냈다. 
 
김성은은 굴곡진 연애사를 고백하며 남자친구가 잘못한 상황에서도 "내가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애들을 만나겠지"라고 자책했다고 밝혔다. 주의깊게 경청하던 오은영은 "김성은은 친구나 소속사 대표 등 뭔가 본인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는 상황을 핸들링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걸 못 했다는 생각이 들면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결과가 안 좋을 때 자기를 돌아보는 '반성'을 한다. 잘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를 반사해서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데 김성은은 자기반성이 도를 넘친다"라고 지적하며 바보증후군(좋지 않은 상황이 모두 내탓이라고 자책하는 현상)을 우려했다.
 
오은영은 "김성은은 미달이가 아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김성은은 과거 <순풍>에서 미달이로 열연하며 '천재 아역배우'라는 찬사까지 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능력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칭찬을 들어도 온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은 김성은에게 눈을 감고 초등학생 시절의 인간 김성은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떠올려보게 했다. 망설이던 김성은의 입에서는 불안한, 바쁜, 유복한 같은 수식어들이 나왔고 마지막으로 '외로움'이 언급됐다. 그리고 이번엔 미달이를 떠올리자 유일하게 언급된 단어는 '피곤'이었다. 오은영은 극중 미달과 본인 김성은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역할 속 인물과 '나'에 대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
 
사람들이 떠올리는 미달이의 대중적인 이미지는 산만함, 활동적, 쾌활, 명랑같은 단어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피곤을 떠올린 것을 두고 오은영은 "미달이와 인간 김성은이 구별이 안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은은 "스릴러 영화같다"며 오은영의 분석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김성은은 미달이를 연기하기 전 실제 성격은 극도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음을 고백했다. <순풍>을 3년간 촬영하며 쪽대본에 빡빡한 촬영스케쥴을 소화하느라 숨쉴틈이 없었고 실수라도 하면 어른들에게 혼나고 눈치를 봤다고 밝혔다. 이윤지는 같은 배우이자 엄마의 시선에서 김성은을 이해하며 "만일 우리 딸한테 그런 식으로 촬영과 학업까지 병행하게 했다면 아이가 고장이 났을 것"이라며 소름 돋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은영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환경"이라고 분석하며 "자기 자신이라는 말에는 외모, 능력, 대인관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어린 시절의 욕만 먹었던 기억이라면 자신을 올바르게 통합해서 세워나가기가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은은 오은영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
 
김성은의 부모님은 딸의 고충을 알고 방송을 그만하자는 데 동의했지만, 김성은에게 감독을 직접 혼자 찾아가 하차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어린 성은은 자신 때문에 방송에 피해를 끼친다는 부담감 때문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오은영은 "아이가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 보호해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인데, 오히려 어린 아이가 어른들을 걱정해준 것"이라고 짚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듣고있던 MC들은 모두 김성은의 마음에 공감하며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 시트콤이라는 <순풍산부인과> 인기에 가려진 당시 방송가의 씁쓸한 현실이었다.
 
김성은은 "미달이든, 성은이든 그때 그시절을 생각하면 피곤밖에 안 떠오른다. 많이 지쳐있었다"고 회상했다. 백화점에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에 시달리며 심지어 속눈썹까지 "이것도 팬서비스"라며 요구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김성은은 그 당시 "나는 내가 불편한 걸 이야기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성은은 "미달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미달의 성향, 성격 등이 학습되어서 제게 너무 오랫동안 묻어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떼내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되지않았다. 남들은 나를 미달이와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니까"라며 고충을 드러냈다.
 
김성은의 또다른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고나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였다. 김성은은 부친이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걸었던 통화를 받지 못했다면서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또한 김성은은 성인이 되어 배우로 컴백했을 때 성형으로 인한 외모평가부터 많은 악플에 시달리며 위축되었다고 고백했다. 김성은은 상처를 받지않기 위해서 어느 순간부터 대중의 평가에 초연해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김성은은 미달이가 아니다. 내면의 미달이를 만나 작별인사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김성은은 조심스럽게 "미달아. 네 덕분에 얻은 좋은 것들이 굉장히 많아.앞으로 내가 살아있는 한 그 감사함을 잊지 않을 거야"라면서 "하지난 나는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도록 할게"라고 고백했다 .
 
오은영은 "미달이는 김성은의 마음속에, 시트콤을 보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꼈던 많은 분들에게 그 나이의 미달이로 영원히 그대로 남아있다. 미달이는 성장하지않는다. 그러나 김성은은 성장한다. 성장하지 않는 마음속의 미달이는 김성은이 아니다. 김성은은 매일매일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응원했다. 오은영은 선물용 쿠션에 아름다울 미(美)에 이룰 달(達), 아름다움을 이룬다는 미달이의 뜻을 풀어서 쓴 글귀를 새기며 응원했다. 
 
"다시 이렇게 살 용기가 안난다" 마음속 고백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카바디-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이 두 번째 손님으로 등장했다. 강한은 '부모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은 나를 누구일까'라는 충격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태어날 때부터 20여 년간 보육원에서 자랐던 강한은 성인이 된 이후 2020년 한 방송을 통하여 어머니와 재회할 기회를 마련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강한과의 만남을 거부하며 편지만을 남겼다. 강한은 먼훗날 어머니와의 만남을 기약하며 여전히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강한은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어린 나이에 저를 낳기엔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저를 낳아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아서 감사하다"며 성숙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오은영은 강한에게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반동 형성 방어기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머니에 대한 미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그렇다고 해서 강한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강한은 "만일 아기 때로 돌아간다면 굳이 나를 안 낳아줘도 된다. 난 다시 이렇게 살 용기가 안 난다"라는 마음속에 숨겨둔 고백을 꺼냈다.

강한은 "흰 도화지 위에 가운데 점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고백하며 한때 삶의 막막함에 정신과를 다녔고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밝혔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루고 갑작스럽게 우울감이 찾아올 때도 있었다고. 심지어 강한은 늘 휴대폰 케이스 안에 가지고 다닌다는 유서를 공개했다. 
 
강한은 "당장 내일 죽어도 미련이 없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사는 게 힘들었고, 사는 원동력도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강한은 이야기 도중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재개된 대화에서 강한은 가족의 빈자리만큼 친구나 지인간의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밝혔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만남에 집착하거나 혹은 친구의 무리한 부탁도 거절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고.
 
오은영은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본인의 기준으로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상대의 기준과 나의 기준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 오은영은 "나만의 기준이란, '나'라는 방이 있다고 생각하라. 어떤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나라는 방안에서 한 번 감당하고 소화가 될 수 있어야 내 것이지, 나의 기준에 어긋나는 자극들은 내 것이 아니니까 내보내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겪는 건 막을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어떤 문제 해결에 내적-외적 자원(자존감, 자긍심, 감정조절능력)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활용하여 '나'를 보호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강한은 그런 자원이 굉장히 없다"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여기서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제가 강한의 외적 자원이 되어주겠다"는 것. 오은영은 "강한이 훗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상견례 자리나 결혼식장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낳은 엄마는 아니지만 마음의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오은영의 배려에 강한은 놀라면서도 감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은영은 "중요한 일로 고민이 생겼을 때는 제게 연락하라"고 당부하며 마지막으로 강한의 이름을 풀이하여 '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라'는 격려를 전했다. 또한 정형돈은 인생 선배로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유서 대신 본인의 꿈과 희망을 적어서 가지고 다녀볼 것"을 조언했다. 강한은 즉석에서 유서를 찢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오은영의 따뜻한 조언, 매일매일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를 되새기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생각한다는 정형돈의 고백은, 강한만이 아니라 지금도 고달픈 현실에 고통받으면서도 미래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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