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박기용 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박기용 위원장 ⓒ 영진위 제공

 
지난 1월 7일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기용 위원장이 4월 16일로 취임 100일을 넘어섰다. 지난해 1년 동안 전임 위원장과 사무국장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불통 논란에 블랙리스트 관련자 복권 문제 등으로 영화계 안팎의 불신을 샀던 영진위였기에, 새로운 위원들과 위원장의 선출은 영진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니 여전히 영진위 운영에 여파가 있는 모습이다. 전임 사무국장 문제의 여파가 신임 사무국장 인선 지연으로 나타났고, 대선 등으로 정부가 바뀔 예정인 가운데, 당장 위기의 영화산업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한국영화에 대한 영진위의 방향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 토론회'를 통해 드러났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문체부 담당 국장까지 참여한 자리에서 영화인들은 절박한 현실을 호소했다. 제작 현장의 요구가 분출했고 국고 지원 확대의 필요성에 영화계가 일치함을 보여줬다. 영화계의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전달하면서 영화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자리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위원장의 역량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1년 9개월의 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엿보게 했다.
 
박기용 위원장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 가지 날카로운 지적들 유익한 발전 극복방안을 잘 들었다"며 "이제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넘은 지원시스템 개혁에 공감하고 문체부를 통해서 재원 요청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오늘 나온 비판과 중요한 정리를 해서 다시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도록 하겠고, 변하는 모습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원 확보가 위원장 역량 판가름
 
 15일 서울 LW켄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 토론회’

15일 서울 LW켄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 토론회’ ⓒ 영진위

 
현재 영화발전기금은 350억 정도만 남아 있어 1년 예산(1000억)의 절반도 안 된다. 공적자금 관리기금에서 800억 원을 차입했으나 연이자가 10억 원 이상 발생해 미봉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영발기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태에서 추가 재정 확보가 안 될 경우 내년까지만 버틸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 감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박기용 위원장의 입장이다. 영화계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 보여야만 국고 지원 요청이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2018년 500억대에서 2019년 900억, 2020년 1000억 시대를 연 예산이 불가피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지난해 영진위 불통 논란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종료 예정이었던 영발기금은 아무런 대안이 반영되지 못한 채 2028년까지 다시 7년 연장됐고, 문체부의 전체 예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진위 예산은 삭감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렇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영진위가 책임질 사안으로 예산이 줄어들면 궁극적으로 독립영화 쪽이 부담을 얻는 데다, 이는 영화산업 위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책 역량이 약하다는 영화인들의 지적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5월 들어설 새 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영진위는 새 정부의 문화예술 기조에 대해 "지극히 옳은 방향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지원을 어느 정도 받아낼 수 있느냐는 것으로. 위원장의 역량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자세 낮추고 있으나 '너무 신중' 지적도
 
박기용 위원장은 취임 후 줄곧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 영진위의 불통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특히 수차례 영진위를 찾아와 원래 계획대로 종합촬영소 착공을 요구한 부산 기장군을 직접 찾아가 설명했다고 한다. 부산 기장군은 영진위가 예산 문제로 종합촬영소 계획을 변경하려는 것에 대해 계속 영진위에 항의해 왔다.
 
관용차 이용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장님이 부산에서도 출퇴근 때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서울 출장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 성하훈

 
그러나 이미 끝냈어야 할 조직 개편과 인사 등에서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영진위 내부의 협의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도 있겠으나, 예전과 비교해 늦어지는 개편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는 셈이다. 영진위는 위원장이 바뀌면 3월 말이나 4월 초 조직 개편과 인사를 완료해 왔다.
 
여기에는 이전 위원장 때와는 다른 영진위 노조의 모습도 한몫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임명된 사무국장이 2021년 12월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육아휴직 관련자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이를 폄훼하는 발언문제를 일으켰다며 신임 위원장 선출과 동시에 물러나겠다고 밝힌 사무국장의 사표 수리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박기용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으나, 사무국장은 2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자동 면직됐다. 하지만 사표 수리가 늦어지면서 후임 사무국장 인선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지난 3월 사무국장이 늦게 선임된 이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조는 "공모제를 도입해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을 공개적인 형태로 검증하자고 했는데, 폐지를 요구한 구시대적인 사무국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사측을 비난했다.
 
이는 지난해 사무국장의 도덕성 논란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의 복권에 대해 별다른 언급없이 받아들였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영진위의 한 내부관계자는 "처음부터 사무국장이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적으로 따져도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고, 침묵하던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비판을 받자 뒤늦게 면피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부산지역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옆에서 보면 노조가 영진위원장이나 영진위원들을 조금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정도"라며 "지난해 태도와 지금을 비교하면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이를 헤쳐나가는 것도 위원장의 역량이다"라고 지적했다.
영진위 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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