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에이스' 찰리 반즈를 내세우고도 졌기에 그 충격이 더 컸다.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 롯데 자이언츠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롯데는 3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서 5-6으로 패배했다. 경기 중반 이후 추격에 나서면서 격차를 한 점 차까지 좁혔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찰리 반즈는 4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5탈삼진 6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수비의 도움이 받쳐주지 못했다거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기에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지 못한 반즈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게다가 반즈와 호흡을 맞춘 포수 강태율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30일 키움과 원정 경기서 선발 출전한 강태율(왼쪽)과 교체 출전한 지시완(오른쪽)

30일 키움과 원정 경기서 선발 출전한 강태율(왼쪽)과 교체 출전한 지시완(오른쪽) ⓒ 롯데 자이언츠

 
공-수 양면에서 보탬이 되지 않은 강태율

1회말 롯데 중견수 잭 렉스의 아쉬운 수비를 틈 타 김혜성이 1타점 2루타를 만들면서 키움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반면 1회초 득점권 기회를 무산시킨 롯데는 2회초에도 점수 없이 침묵했다. 특히 득점 여부를 떠나서 가장 뼈아픈 장면이 나온 이닝이었다.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태율이 상대 선발 윤정현의 2구째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3루 라인을 타고 굴러가더니 3루 베이스에 굴절됐고 이를 침착하게 잡아낸 키움 3루수 김태진이 1루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 정작 배트를 휘두른 강태율은 타구에 집중하지 않고 뒤늦게 페어 여부를 확인하면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아웃됐다. '기본'에서 비롯된 문제다.

수비도 불안했다. 4회말 1사 1, 3루에서 강태율이 반즈의 5구째 슬라이더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그 사이 3루주자 김휘집이 홈으로 들어온 것은 물론이고 1루주자 이용규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진루했다. 5회말에도 폭투가 나오는 등 반즈와 강태율 모두 흔들렸다.

결국 5회말 이정후의 2타점 적시타로 두 팀의 간격은 5점 차까지 벌어져 경기 중반 키움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다. 공격, 수비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게 없었던 강태율은 6회초 지시완이 대타로 나서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정보근(오른쪽)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단계다.

정보근(오른쪽)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단계다. ⓒ 롯데 자이언츠

 
자원은 많은데 성과가 없는 롯데 안방의 고민

올 시즌 팀 내에서 1군 경기에 나선 적이 있는 포수는 정보근, 지시완, 안중열, 강태율까지 네 명이나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안방 사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뛸 포수가 없다.

때에 따라서 서튼 감독이 선발 포수에 변화를 주는 등 고른 기회가 주어졌으나 그에 비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비교적 타격 면에서 장점을 나타냈던 지시완은 수비 쪽에서 크게 흔들려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롯데 '안방 고민'은 시즌 전보다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롯데의 팀 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72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음수를 나타내고 있다. 팀 포수 WAA(대체 선수 대비 수비 기여도) 부문서도 0.620으로 리그 최하위다.

시즌 초반부터 지적을 받았던 롯데도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별다른 움직임 없이 트레이드 시장이 닫히는 날까지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트레이드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FA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내부 자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또 한 번 느끼는 시즌이다. 양의지(NC 다이노스), 유강남(LG 트윈스), 박동원(KIA 타이거즈) 등 주전급 포수가 대거 쏟아지는 2023 FA 시장서 롯데의 움직임을 주목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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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강태율 지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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