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발탁된 IBK기업은행 김하경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발탁된 IBK기업은행 김하경 ⓒ KOVO

 
한때 프로 무대에서도 밀려났던 김하경(IBK기업은행)이 여자배구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대한배구협회는 6일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14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세터 염혜선과 김하경이 공격을 조율하고 박정아, 박혜민, 이선우, 유서연, 표승주, 황민경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하혜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나선다. 박은진, 이다현, 이주아가 미들 블로커(센터)로 중앙을 맡고 김연견, 한다혜가 리베로로 뒷문을 지킨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름은 김하경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백업 세터가 당당히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며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은퇴 고민하다가 선택한 실업 무대... '전화위복'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발탁된 IBK기업은행 김하경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발탁된 IBK기업은행 김하경 ⓒ KOVO

 
김하경은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IBK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당시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와 백업 세터 이소진의 그늘에 가려 코트에 설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결국 3년 만에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되어 쓸쓸히 떠나게 됐다. 은퇴를 고민했으나, 김하경은 대구광역시청 배구단에 입단하며 실업 무대에 도전했다. 그곳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가 다시 프로 무대의 부름을 받은 것은 2년 뒤였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였던 염혜선이 보상 선수로 갑자기 팀을 떠나게 됐고, 세터가 이나연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되자 사령탑이었던 김우재 감독이 김하경을 선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으나, 김하경은 여전히 백업 세터였다. 이듬해 이나연도 떠났으나 IBK기업은행은 조송화를 영입했다. 세터는 경기 감각이 중요하지만,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 탓에 실력을 보여주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만년 백업'으로 초라하게 끝날 것 같았던 김하경의 배구 인생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벌어졌다. 작년 11월 조송화가 무단 이탈로 배구판에서 퇴출당하자 김하경이 주전 세터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김호철 감독의 '불호령' 견뎌낸 김하경... 태극마크 달았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김하경 세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김하경 세터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 KOVO

 
조송화 사태로 홍역을 치른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김호철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현역 시절 세계적인 세터였던 김호철 감독은 새로운 세터를 영입하는 대신 김하경을 키우기로 했다. 

김하경에게는 엄청난 기회였으나, 그만큼 혹독했다. 김호철 감독은 작전 타임마다 불호령을 내리며 김하경을 다그쳤다. 거친 표현을 쓰기도 했으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하며 공을 들였다. 김하경도 눈물을 흘리며 버텨냈다. 

모든 자리가 어렵지만, 특히 배구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리는 세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김하경은 차츰 성장해갔고, 어느새 어엿한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데 이어 누구나 꿈꾸는 국가대표로 거듭났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김하경이 과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국제 대회에서 얼마나 더 성장해서 돌아올지 주목된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불가리아에서 연습 경기를 치른 뒤 9월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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