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양조위 배우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양조위 배우 ⓒ 부산영화제 제공

  
개막식부터 핸드프린팅까지 배우 양조위가 코로나19 이후 온전히 정상화된 부산영화제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배우로서 활동한 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였다. 아시아 최고 스타 배우가 움직이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고, 환호와 열광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럴수록 진지하면서도 친근한 자세는 더욱 빛이 났고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기쁨을 안겨줬다.
 
1990년대 작품에 매료된 1990년대 출생 관객들
 
27회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양조위 배우가 지난 7일 야외극장 오픈토크와 핸드프린딩을 끝으로 부산영화제 3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공식 기자회견, <2046> <무간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던 양조위 배우의 피날레는 7일 오후 5시 4천여명 가까운 관객이 운집한 야외극장 행사였다.
 
수 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은 관객들은 무대와 가까운 좌석부터 빠르게 채워나갔고, 서서 보는 관객들도 상당해 전체적인 관객 수는 개막식에 못지않을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냈다. 손짓과 동작 하나하나에 박수와 함성 이어질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양조위 배우 오픈토크에 몰린 관객들

양조위 배우 오픈토크에 몰린 관객들 ⓒ 부

 
양조위 배우는 질문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답변하면서 때로는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하고 마음 따뜻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7일 오픈토크에서 양조위는 왕가위 감독에 "내 연기 생명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이다"라며 "이전에 다른 감독님과 일할 땐 한 번도 이런 방식의 창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작품 캐릭터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관객층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었다.
 
20대 관객들이 많은 것이 특이하게 생각된 듯 이동진 평론가는 "나 역시도 오늘 새로운 경험을 한다"며 "이렇게 어린 팬들이 많이 올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당시에도 샹치를 보러 왔다가 아버지 역할(양조위)을 보고 간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1990년대에 출생한 20대 관객들에 따르면 최근 양조위의 출연 작품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을 본 이후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1990년대 출연한 명작 <아비정전> <비정성시> <중경상림> 등으로 이어졌고, 옛날 작품을 찾아보면서 양조위 진가에 매료됐다는 것이었다.
 
세대와 시간을 초월해 사랑받는 양조위의 등장은 부산영화제의 열기를 점화시킨 원동력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잠할 수밖에 없었던 관객들의 내적 열망을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2046 > 상영 후 양조위 배우 GV

<2046 > 상영 후 양조위 배우 GV ⓒ 부산영화제 제공

 
수요일 개막 이후 금요일까지, 주말보다는 다소 열기가 덜할 수 있었던 영화제 초반 평일에 양조위는 대표적인 화제였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 상영은 일찍 매진됐다. 취소표도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표구하기 너무 어려워 영화제 초반 최고 인기작으로 등극했다. <2046> 상영과 GV(관객과의 대화)를 지켜본 한 관객은 "최고의 시간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콩 우산혁명 지지로 인해 블랙리스트
 
사실 지금껏 양조위는 부산영화제 방문 때마다 언제나 화제를 몰고 왔다. 구름 관객은 덤이었다. 1997년 2회 부산영화제 때 <해피투게더>로 방문했을 때도 당시 야외무대 인사가 진행된 남포동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뤄 압사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25년이 지나서도 인기와 열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양조위의 부산행은 홍콩이 정치적인 문제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올라선 부산영화제의 역할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2020년 개막작 <칠중주: 홍콩이야기>, 2021년 폐막작 <매염방>에 이어 2022년 양조위에게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것은 홍콩영화에 대한 기억과 민주화 투쟁에 연대한다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양조위 배우는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작업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는 했으나,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지지한 이후 TV 출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셈이다.
  
 양조위 배우 GV를 진행하고 있는 박선영 프로그래머(왼쪽)

양조위 배우 GV를 진행하고 있는 박선영 프로그래머(왼쪽) ⓒ 부산영화제 제공

 
이번 양조위 방문을 이끌어 낸 숨은 공로자는 아시아영화를 담당하고 있는 박선영 프로그래머다. 부산영화제 데일리 <씨네21>과의 인터뷰에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이후 다시 뜨거워진 부분도 있어 일단 시도나 해보자는 기분으로 작년 연말에 조심스럽게 타진했더니 너무 흔쾌하게 수락해 주었다"며 "영화제에서 상영할 작품을 배우 스스로 선정하는 것도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비교적 일찍 흔쾌히 부산행을 수락했던 양조위 배우의 팬들을 향한 자세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났다. 오픈토크와 핸드프린팅을 마친 뒤 좌우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관객들에게 답례했고, "곧 다시 또 만나자"는 인사를 끝으로 무대 뒤로 사라졌다. 형식적인 표현이 아닌 자신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낸 한국 팬들에게 진심을 담은 느낌이었다.
 
 핸드프린팅을 마친 양조위 배우가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함께 석고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핸드프린팅을 마친 양조위 배우가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함께 석고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 부산영화제 제공

  
 7일 부산영화제 모든 행사를 끝낸 양조위 배우가 야외극장에 모인 관객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고 있다.

7일 부산영화제 모든 행사를 끝낸 양조위 배우가 야외극장에 모인 관객들과 마지막 사진을 찍고 있다. ⓒ 부산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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