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최된 영화산업 포럼에 참석한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 도미니크 부토나 회장

11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최된 영화산업 포럼에 참석한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 도미니크 부토나 회장 ⓒ 성하훈

 
"한국은 프랑스의 영화동맹이다."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 도미니크 부토나 회장이 영화산업에서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11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개최된 한국-프랑스 영화기관 산업포럼에 참석한 도미니크 부토나 회장은"한국이 프랑스를 통해 영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프랑스가 (한국을 통해) 자문을 받는다"며 "한국영화의 성공은 프랑스를 고무시킨다"고 덧붙였다.
 
1970~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할 때 젊은 영화학도들이 세계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곳이 바로 프랑스문화원이었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국영화의 중추에 있는 영화인들 상당수가 프랑스문화원 세대로 불릴 만큼 프랑스의 역할은 상당했다.
 
아울러 한국영화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연대의 의미도 있었다. 두 나라는 자국 영화산업이 미국 할리우드를 앞서는 몇 안 되는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산업의 발전을 고민하는 한국 영화인들이 종종 CNC를 방문해 영화정책 등과 관련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자국 영화산업 수호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긴밀한 대화를 통해 협력을 모색한 영진위와 CNC는 부산에서 재회를 통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음이 확인돼 주목됐다.
 
특히 도미닉 부토나 대표는 "한-프랑스 영화아카데미 준비를 제안하면서 내년 칸영화제 때 출범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가 제작자에서 학생에 이르기까지 함께 교육할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다소 획기적인 제안이다.
 
영진위는 한-프랑스아카데미에 대해 "CNC에서 부산에 와서 처음 제안했다"며 "박기용 영진위원장이 잠정 합의한 후 추진키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영화 교류가 더욱 깊이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극장 상영해야 영화, 개봉 못 하면 시청각콘텐츠
 
양국 영화인들은 이날 포럼을 통해 두 나라 영화정책 차이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1부는 "Theater vs OTT: 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유통 플랫폼을 다루는 법"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영화유통 플랫폼에 대한 양국의 시각과 대응, 그리고 그와 관련한 법·제도·정책·효과를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2부는 "For More PARASITE & TITANE: 한국과 프랑스의 양국 진출 활성화 방안에 대하여"를 주제로 할리우드 중심의 배급 상황에서 양국 영화 배급 활성화 방안과 다양성 영화의 상영·배급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조희영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 패널은홈초이스 김현정 영화콘텐츠사업국장, 웨이브 노동환 정책협력팀장, 싸이더스 이한대 대표, CNC 제레미 케슬레 유럽 및 국제정책팀 팀장, <새턴 볼링장> 파트리시아 마쥐이 감독이었다. 2부 패널로는 한국영화관산업협회 김진선 협회장,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 유니프랑스 다니엘라 엘스트네 대표이사, 슈페르브 필름 기욤 벤스키 대표 겸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11일 오후 영진위에서 개최된 한-프 영화산업포럼

11일 오후 영진위에서 개최된 한-프 영화산업포럼 ⓒ 영진위 제공

 

관심을 끈 것은 극장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1부였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이 위축되고 OTT 시장이 커진 상황에서 프랑스가 OTT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프랑스처럼 넷플릭스 등 OTT 업체에 영화발전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에 아무래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박기용 위원장의 표현대로 CNC를 분석해 벤치마킹하려 하는 의도도 있었던 이날 포럼은 프랑스 CNC 당사자에게 프랑스의 영화정책에 대해 직접 들어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서 잘못 알고 있던 내용이 바로잡히기도 했다.
 
예컨대 프랑스의 정책은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이해당사자들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CNC 제레미 케슬레 팀장은 개봉영화가 2차 판권으로 가는 홀드백 기간이 길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문가들의 협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고 CNC는 만남이 수월하게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영화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세금은 CNC에서 징수해 나눈다는 것이고, 수익의 재투자가 명문화돼 있어 20% 또는 25%를 다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레미 케슬레 팀장은 "이 역시도 지속적인 협상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OTT 과금에 대해서는 아마존 등을 프랑스 모델에 편입시킨 것이고, 넷플릭스의 경우 네덜란드에 법인을 두고 있다가 프랑스로 옮겼기에 유럽연합 기업으로 인정해 투자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85%이고 이 중 최소 20%가 영화에 투자된다고 한다. 영화에 투자되는 20%중 4분의 3은 독립제작 유럽영화에 투자된다.
 
프랑스에서 영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봉해야 한다. 제레미 케슬레 팀장은 "영화는 개봉하는 작품으로 규정하고 개봉하지 않으면 시청각콘텐츠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공적자금 지원 작품 OTT 독점 막아야
 
반면 OTT 과금에 대해 노동환 웨이브 노동환 정책협력팀장은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OTT 서비스에서 작품콘텐츠가 80~90%이고 이중 전체 매출액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부분은 10%에 불과한데, 어떻게 징수할 수 있냐?"며 "기금보다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투자자로서 협업에 대한 고민이 있고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인데, 국가지원을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 중요하다"면서 "국내 OTT 산업의 역차별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영진위에서 개최된 한국-프랑스 영화산업 포럼 1부.

11일 오후 영진위에서 개최된 한국-프랑스 영화산업 포럼 1부. ⓒ 성하훈

 
이에 대해 싸이더스 이한대 대표는 "젊은 감독은 제작이 안 되고, 제작자는 떠나가고 있다"며 "창작자가 없으면 투자도 없기에 현재의 구조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중저예산 영화 <육사오(6/45)> 투자사인 홈초이스 김현정 영화콘텐츠사업국장은 "기본급이 오르는 것과 보너스가 오르는 것 어떤 것이 더 좋냐"면서 "극장은 기본급이고, OTT는 영화인들에게는 보너스"라고 말했다. 기본시장을 지키고 보너스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육사오(6/45)>가 70억대 영화인데, 중저예산 위험성이 커서 투자가 없다"며 유통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국장은 이병헌·유아인 배우가 출연한 <승부>가 넷플릭스에 판매하기로 협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공적자금 지원이 들어간 것은 독점하면 안 된다"며 콘텐츠 중립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프랑스 영화정책과 이를 바라보는 국내 영화산업 이해당사자들의 이견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깊은 논의가 진행되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토의의 장이 더 넓어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프랑스처럼 영화산업 당사자들의 협상과 절충이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겼다.
 
영진위는 이날 현장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11월 중 '이슈 페이퍼'로 발간할 예정이다. 내용은 영진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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