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컬링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보낸 축하에 보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예준 코치, 오승훈·정영석·박종덕·성지훈 선수.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컬링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보낸 축하에 보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예준 코치, 오승훈·정영석·박종덕·성지훈 선수. ⓒ 박장식

 
한국 첫 컬링 실업구단인 강원도청 남자 컬링 팀이 전국동계체육대회 금메달을 품었다. 강원도청이 동계체전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특히 이번 우승은 주축 선수들이 공백을 가진 가운데 기록했기에 더욱 뜻깊다.

강원도청(스킵 정영석, 리드 성지훈, 세컨드 오승훈, 서드 박종덕)은 지난 12일 저녁 열린 제10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결승전에서 경일대학교(스킵 김은빈)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경일대학교는 주니어선수권·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는 등 '주니어 최강'으로 꼽히는 팀이었다.

성인 4인조 무대에서 처음 이루는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도 있었고, 오래간만의 국내대회 우승이라는 경사에 더없이 기쁜 표정을 지은 베테랑 선수도 있었다. 12년 전 우승 때 후보 멤버로서 메달을 받았던 이예준 코치는 이번에는 지도자로서 메달을 받았다. 이 코치는 누구보다도 밝은 표정으로 강원도청의 부활을 알렸다.

'관록의 팀' 다웠던 우승

강원도청의 예선은 수월했다. 첫 경기에서 광주컬링연맹을 만나 36-2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승리를 따낸 강원도청은 8강에서 인천컬링연맹을 역시 14-3이라는 스코어로 누르며 4강에 손쉽게 올랐다. 하지만 4강이 쉽지 않은 상대였다. 현 국가대표인 서울시청(스킵 정병진)을 맞닥뜨린 것.

하지만 강원도청의 전략이 빛났다. 두 번째 엔드에서 첫 득점을 뽑아낸 강원도청은 3·4엔드에도 스틸을 따내는 데 성공하며 전반전을 4-1로 마쳤다. 강원도청은 이미 벌려놓은 리드 폭을 좁히지 않은 끝에, 10엔드 중반 최종 스코어 7-3으로 승리를 자동으로 확정지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승에 오른 강원도청의 상대는 경일대학교(스킵 김은빈)이었다. 경일대는 올 시즌 '남자 주니어 최강 팀'이라는 별명을 안고 있는 팀. 특히 지난해 말 열린 동계체전 지역예선에서 실업팀인 경북체육회를 누르고 본선에 오르는 등 어느 팀보다도 뜨거운 파괴력을 발산하는 팀이었다.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강원도청 성유진 선수(가운데)가 투구하고 있다.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강원도청 성유진 선수(가운데)가 투구하고 있다. ⓒ 박장식

 
그런 경일대학교와의 결승은 중반까지 서로를 쉽사리 공격하지 않는 탐색전으로 흘러갔다. 경기 내내 블랭크 엔드가 만들어지면서 '0'의 행진도 이어졌다. 3엔드 강원도청이 먼저 한 점을 따내면서 균형을 살짝 무너뜨린 채였지만, 경일대도 이에 맞서 대량득점을 노리며 블랭크 엔드를 만드는 등 아슬아슬한 균형이 이어졌다.

7엔드 경일대가 한 점을 따내면서 7엔드에서야 경기가 1-1로 흘러갔다. 그러자 강원도청의 공세가 이어졌다. 강원도청은 8엔드 두 점을 얻어내면서 경기 막판 주도권을 잡았다. 경일대는 9엔드 한 점을 따내며 따라갔지만, 10엔드 후공권이 강원도청에 잡혔기에 쉽지 않았다.

결국 경일대는 하우스 안에 두 개의 스톤을 가까이 배치시켜 연장전 싸움을 유도했지만, 강원도청 정영석 스킵이 라스트 샷에서 두 스톤을 모두 테이크아웃 해내는 데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강원도청이 12년 만에 동계체전의 정상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그랜드슬램 복귀, 국가대표 복귀 모두 이뤘으면"

오랫동안 국가대표를 지켜왔을 정도의 강원도청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대회 결선을 오르지 못할 때도 있었던 강원도청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우승은 선수들에게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그래서였을까, 선수들은 우승의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특히 이예준 코치는 자신이 후보 선수로 있었을 때 기록했던 마지막 우승을 이뤘던 터라, 12년 만의 우승이 더욱 실감났을 터. 그래서인지 주변의 많은 지도자·컬링인들이 이 코치에게 축하를 보내는 장면도 관중석에서 볼 수 있었다.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남자 일반부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남자 일반부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선수들에게 의미도 컸다. '맏형' 박종덕 선수는 지난 2016년 신세계·이마트 대회 이후 오래간만의 대한컬링연맹 주관 대회 우승을 선수단 개편 이후 이뤘고, 정영석 선수는 실업팀 소속으로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뤘다. 오랫동안 믹스더블을 했던 성지훈 선수에게는 성인 4인조 대회로 이룬 첫 우승이기도 하다.

성지훈 선수는 "성인 4인조 시작하고 첫 우승인데다가, 팀으로서도 오래간만의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면서, "다른 대회에서는 계속 졌던 상대들을 다 이기고 올라가 좋은 결과 나왔다. 특히 국내대회에서 자꾸 2·3등만 하니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이번에 우승해서 다 날려보낸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정영석 선수 역시 "실업팀이 되니 확실히 목표가 생겨서 더 좋은 성적이 났던 것 같다"며, "특히 팀이 리빌딩 중이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서 좋다. 이 기세로 국가대표 선발전(한국선수권)까지 가고 싶다"며 웃었다.

성지훈 선수도 "한국선수권에서 1등 하고 싶다. 국가대표 타이틀을 못 단지 너무 오래되었다"며, "전국체전 1등 했던 것처럼 한국선수권에서도 1등을 차지하고 싶다. 팀으로서는 7년 동안 국가대표를 못했다는데, 우리가 우승해서 세계선수권도 다시 출전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정영석 선수는 첫 그랜드슬램 초청을 바란다. 정영석 선수는 "투어가 4월과 연말에 잡힐 것 같은데, 팀 랭킹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카나드 인이나 그랜드슬램 초청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국외 투어에서의 각오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전국동계체육대회 고등부에서는 여자부 송현고등학교(스킵 강보배)가 결승에서 만난 의성여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에서는 춘천기계공업고(스킵 김학준)가 청주 봉명고등학교를 누르고 우승했다. 아울러 16일 오전 10시에는 중등부 결승이, 17일에는 초등부 결승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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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강원도청 컬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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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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