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이명박·박근혜 정부 따라가나, 민주당 정체성 찾아야"

[부동산 정책 긴급 인터뷰 ②]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대출규제 완화, 집값 안잡겠다는 것"

21.04.29 12:41최종 업데이트 21.04.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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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해주고, 대출 규제도 풀어주겠다고 합니다. 공공재개발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에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오마이뉴스>가 전문가 4명에게 물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그 두번째입니다.[편집자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 이희훈


"이명박 정부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정부가 패닉에 빠진 것 같은데, 이성을 찾아야 합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의 한숨소리는 짙고 깊었다. 그는 지난 23일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최 소장은 특히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주택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나와선 안 되는 정책"이라며 "폭탄 돌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빚 내서 집 사라는 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책인데, 결국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보유세 부과 기준 완화와 공공재개발 아파트 고분양가 책정 등에 대해서도 "투기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들"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주거 정책의 틀을 다 흔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재개발 아파트의 경우, 평당 4000만 원에 분양하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정부가 투기꾼들의 이야기에 흔들리거나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 투기공화국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정부가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려고 한다"라며 "정부가 보수정부로 바뀐 것 같은 정책을 펴고 있는데 민주당은 본인들의 정체성이 뭔지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정부·여당, 종부세 세금폭탄론의 허구적 프레임에 갇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 이희훈


- 정부가 대출 규제 및 보유세 부과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재개발에서도 평당 4000만 원 이상의 고분양가 아파트 공급이 예상되고 있다. 총평을 한다면?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정부와 여당이 패닉에 빠진 것 같은데 이성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주거정책의 틀을 다 흔들고 있다. 매우 부적절하다. 이명박 정부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먼저 추진한 게 종부세 무력화였다. 그와 같은 정책을 지금의 정부·여당이 나서서 하고 있다.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 보수진영에서 계속 제기해 온 종부세 세금폭탄론이 먹혀드는 모양새다.

"종부세 세금폭탄론의 허구적 프레임에 본인들이 갇힌 것이다. 정치가 공공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강하면 이렇게 하지 않을 거다. 정치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개개인 이익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흔들려고 한다.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집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본인들의 자리를 지킬 고민만 하다 보니 나타나는 결과다. 매우 우려스럽다."

- 흑석동 공공재개발 아파트 분양가도 평당 4000만 원이 넘는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당 4000만 원은 서민은커녕 웬만한 고소득자들도 온건히 임금 소득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공공이 주도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평당 4000만 원이 된다는 건 분명 문제다. 물론 높은 가격에 분양해도 누군가는 살 거다. 그런데 나중에 가격 하락하면 어떻게 되나. 그 사람이 대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거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럴 경우 개발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가 있다.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를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 공공 분양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를 팔 때 반드시 공공에 되팔도록 하는 환매조건부 형태의 아파트가 바람직하다."

- 첫 번째 공공재개발 아파트가 이 가격에 결정되면 다른 곳도 비슷한 가격에 책정되고, 결국 아파트 가격을 견고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게 될텐데.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가 두려움 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구룡마을도 공공재개발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데, 동작구가 이 정도 시세라면 강남에 있는 구룡마을은 얼마에 할까 걱정이 된다. 아파트 분양은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작구에 한 평당 4000만 원짜리 아파트가 분양되면 주변 가격이 거품이 아니라 정상적이라는 신호를 주게 되고, 집값 급등의 불씨가 된다. 공공이 하면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투기꾼이 원하는 것 다 들어주려 해... 보수정부로 바뀐 듯"

- 대출규제 완화도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주택가격의 90%까지 대출을 해줘야 한다고 하고, 이낙연 의원은 50년에 걸쳐서 나눠갚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공언했다.

"대출규제 완화는 주택가격이 높은 시점에선 나와선 안 될 정책이다. 대출 규제로 아우성이 심한 모양이긴 하더라. 그런데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면, 정부가 집값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거다. 송영길 의원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풀어줘야 한다고 하는데, '폭탄 돌리기' 하겠다는 거다. 대출 기간도 40~50년으로 늘린다는데 그게 말이 되나. 요즘 직업이 그렇게 안정적인가. 왜 대출기간 30년이 현재 최장기겠나. 그리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 빚 상환이 끝나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대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주택 가격 안정에 총력을 다해야 할 때다."

- 보유세 완화, 대출규제 완화, 고분양가 아파트 중 제일 나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순위 정하기가 어렵다. 다 악영향이 크다. 종부세 완화는 양도세 완화로 옮겨 붙을 것이다. 대출규제를 완화하면 주택가격 거품이 빠졌을 때 해결 방법이 없다. 공공에서 나오는 고분양가 아파트도 당연히 문제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실하게 사는데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 투기공화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가)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려고 한다. 자산 폭등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이걸 무력화시키겠다는 건 자산양극화 관련 해결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해야 하나.

"분양가상한제 없애고 대출규제 풀고, 세금 깎아주고 투기 조장했던, 투기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들이다. 이 정책들은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썼던 것이다. 민주당은 본인들의 정체성이 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기대하는 건 이게 아니다. 정부가 보수정부로 바뀐 것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은 투기꾼들이 원하는 대로 규제를 풀 때가 아니다. 민주당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정치적) 미래는 없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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