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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맘 속으로 검은 리본 달고 뛰었습니다"

09.06.08 18:07최종업데이트09.06.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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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소속 추신수 선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애도의 글을 올렸다. 2009년 6월 7일자 <일요신문> 최신호는 '추추트레인 ML일기<7>' 글에서 추신수 선수가 쓴  "맘속으로 검은 리본 달고 뛰었습니다"라는 글을 보도했다.

 

추신수 선수는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면서, 집 뒷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내용이 뉴스로 나온다고 전했다"면서 "정말 충격"이었고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다"고 했다면서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고 되뇌었다.

 

추신수 선수는 자신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혐의로 수사을 받았고, 가족까지 받은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신분으로 자살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무엇이 그 분을 떠나게 했을까요?"라면서 "그 어떤 것이 그 분을 숨 쉬게 하지 못했을까요? 그날 밤 전 복잡한 심경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느낌을 추신수 선수도 같이 느꼈음을 토로했다.

 

추신수 선수는 안타까움만 가졌던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옯겼다. 서거 다음날 클리블랜드 구단관계자를 찾아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서 어떤 형태로든 제 마음의 슬픔과 조의를 표하고자 유니폼에 검은색 리본을 달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거가 근조 리본을 달겠다고 했을 때 추신수 선수 마음이 진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마음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구단 측에선 메이저리그 규약을 거론하며 절대 안 된다"고 하여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비통함에 잠겨있는데 혼자서 방망이를 휘두르며 경기에 출장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고 비통해했다.

 

추신수 선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한 이유는 그가 노 전 대통령과 인연 때문이 아니었다. 추신수 선수는 "저는 노 전 대통령과 어떤 인연도 없었다"고 했다. 어떤 인연도 없었던 그가 노 전 대통령을 맘속으로 검은 리본을 단 이유는 "그저 그 분의 소탈한 성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함, 그리고 국민들, 특히 가진 게 별로 없는 농촌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은 저절로 그 분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다.

 

소탈한 성격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함, 가진 게 별로 없는 농촌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존경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탄복했다. 저 멀리 미국에 살면서 노 전 대통령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데도 이 나라 높으신 분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오늘 방송을 보니까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경복궁과 시청앞 광장이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여 있더라고요. 자발적으로 노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족들의 눈물을 보면서 마음 한 곳이 아려왔다"는 말에 추신수 선수에게 머리가 저절로 숙여졌다.

 

어느 연구소 소장은 조문객 숫자가 뻥튀기 되었다고 했고, 여당 사무총장은 '사변'이라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에서도 서울광장에 참여한 시민들의 참 마음을 알고 있는데 서울에 있으면서도 뻥튀기니, 사변이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바른 마음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추신수 선수는 또 "경찰차가 시청앞 광장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에선 지금이 2009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의 한 방송사에서 진기하게 둘러싸고 있는 시청 앞 경찰차들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낯 뜨겁고 부끄러웠는지 몰랐다"고 했다.

 

추신수 선수가 보기에 '차벽'은 아늑한 것이 아니라 '낯 뜨겁고 부끄러운 것'이었다. 차벽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추신수 선수는 "클리블랜드에는 4일 연속 비가 내렸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한국의 '그 분'을 떠올렸습니다. 편히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야구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도 바르고, 깊은 추신수 선수를 보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멋진 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생각있는 선수로 자라기를 바란다.  

2009.06.08 18:07 ⓒ 2009 OhmyNews
추신수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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