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권투 통해 인생의미 깨달은 그들

영화 <주먹이 운다>를 보고

05.07.02 11:32최종업데이트05.07.0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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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영화 <주먹이 운다>를 집에서 보았습니다. 모처럼 밤에 시간이 나는군요. 내일은 토요일이라 학교의 시험감독뿐이니 마음도 가볍고요. 평판은 좋은 것 같지만,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주먹세계 영화 아닌가 했습니다. 결국 영화가 새벽 1시 30분에 끝났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졸린 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근래 보기드믄 한국영화의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의 연출력(류승완감독)도 좋고 카메라 효과도 뛰어납니다. 신파극분위기로 흐르지 않으면서도 진한 감동을 줍니다. 마지막 두 주인공의 권투시합장면은 진짜 권투경기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켰고 마치 과거 우리나라 선수와 외국선수간의 진짜 챔피언전을 보는 것처럼 승부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제 눈가는 촉촉이 젖어들었고… 그간 유명했던 외국의 많은 권투영화들을 멋지게 KO시킨 영화라고나 할까요.

인생의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궁지로 몰릴 대로 몰린, 이젠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막바지 삶을 살고 있는 두 남자의 권투이야기… 세상의 눈으로 보면 이들은 한때 쓰레기 같은 인생이었지만 권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두 사람의 권투장면은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자연의 풍경만큼이나… 최선을 다하는 그리고 그 노력이 끝난 후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표정에서 느껴지는 이상야릇한 만족감과 뿌듯함. 결과여하에 관계없이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 영화 내내 두 주인공의 표정에서 느낄 수 없었던 행복 그 자체의 모습입니다. 아 바로 인생은 저런 것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인생의 허상을 찾아 오늘도 헤매고 있는건 아닌가.

두 주인공 최민식과 류승범의 연기는 한마디로 압권입니다. 그리고 리얼합니다. 훌륭한, 한국영화의 보물 같은 존재들이라면 지나친 찬사일까요? 관객인 저는 그들의 연기에 점차 빨려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을 보고 분노했습니다. 점차 그들의 절망감과 좌절감을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다가 나중에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눈물을 흘렸으니까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는 학교와 입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여럿 보게 됩니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말이지요. 저도 인간이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이다 보니 이런 학생들이 답답하고, 교사들의 지시를 어길 경우 짜증도 납니다.

그러나 돌아서면 이들도 말 못할 복잡한 속사정이 있어서 저러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의 반복이지요. 이 영화, 제게 교사로서의 자세를 모처럼 일깨워주는 하나의 소금 같은 구실을 하네요. 제가 올해 비담임이라 그런지 그들을 어떻게 지도해야겠다는 하나의 재충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 중 교도소에서 권투를 지도하던 변희봉의 모습이지요. 그간 학생들의 지도과정에서 잘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감동의 여운이 지워질까봐 얼른 아침 일찍 썼습니다. 영화보고 늦게 자는 바람에 아침에 늦잠자서 하마터면 학교에 지각할 뻔 했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깨달음 얻은 저는 최선을 다한 두 주인공만큼이나 행복합니다.
2005-07-02 13:1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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