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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코 여사! 자신감 찾으셨나요?

[리뷰] 중년 여성의 자아 찾기를 그린 영화 <다마모에>

07.06.13 09:41최종업데이트07.06.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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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마모에> 포스터
ⓒ 씨네콰논 코리아
여성은 결혼하고 나면 아내와 어머니라는 두 개의 이름이 생긴다. 자신의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은 어느새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에 묻혀버리고 그저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살아간다. 그 누구도 강요한 삶은 아니다. 하지만 은근슬쩍 아내와 어머니가 해준 사랑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슬쩍 종용한다. 헌신의 삶을.

그렇게 아내와 어머니의 이름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은 없다. 그렇게 자아를 잃어버린 아내와 어머니. 그 안에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도,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 주부가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삶을 찾고자 가출한 사건을 그린 영화가 있다. 바로 59세의 주부가 엄마나 아내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찾는 영화 <다마모에>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에피소드들의 나열이지만 중년 여성의 삶과 심리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내 아마도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중년 여성의 캐릭터를 창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 도시코(후부키 준)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아주 착한 아내, 엄마다.

세상에 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남편 타카유키(데라오 아키라)의 돌연사. 그런 그녀는 자신과 함께 여생을 살아갈 것을 기대했던 기대감의 좌절보다 남편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데 전화 한 통이 도시코에게 걸려오고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안다.

그리고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다. 그리고 아이들은 유산에 관심이 많을 뿐이다. 그래서 홧김에 가출을 감행한다. 헌데 갈 곳이 없다. 영화는 다소 엉뚱한 출발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한 여성이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살아가다 어느 날 배신감을 느끼고 심리적 변화를 겪는 모습이 상당한 공감을 자아낸다.

갈 곳이 없는 도시코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가출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하다. 남편은 그녀를 '집안의 가구'라고 했을 정도니, 새로운 자신만의 삶이 쉽지 않을 수밖에.

▲ 도시코 여사에게 사랑도 오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이 낯설기만 하다.
ⓒ 씨네콰논 코리아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린 그녀는 남편의 동우회 사람과 연애도 해보지만 주부라는 이름이 더 좋은 그녀는 이별을 고한다. 자신의 일을 찾고 싶은 도시코가 영상기술을 배우려 극장을 찾지만 나이 든 중년 여성에게 기회를 줄 일이 없을 터.

그렇게 결정을 내렸지만 자신의 인생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너무나 가족을 위해 살아온 그녀이기에 그 과정은 익숙하지 않다.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러버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어떠했는지 잊어버린 덕분이다.

그녀는 그러한 현실에 "세상…"이라는 말을 남기면 한숨을 토해낸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렇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쉽지 않은 자아 찾기지만 끝까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도시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상기술을 배우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그녀는 알게 된다.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래된 친구도 있고, 주변에 자신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음 알고 오히려 그들을 위로해 주는 그녀의 씩씩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것은 처음부터 도시코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줄곧 내포했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한 여성이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세밀하게 담아냈다.

▲ 자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도시코 여사는 자신에게 오랜 친구가 있어 행복함을 깨닫는다.
ⓒ 씨네콰논 코리아
그런데 영화의 진가는 따로 있다. 바로 한 여성의 자아 찾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쁨, 슬픔, 절망, 희망 등의 희로애락을 담아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 배우 도시코를 연기한 일본 중견 배우 후부키 준은 중년 여성의 삶에 허황함과 그러면서도 여성으로서 살아가고픈 소녀의 마음을 눈빛 하나에 제대로 실어 보여줘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으로 이야기한다.

"중년 여성이여! 자신의 삶을 살아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6-13 09:4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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