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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금자탑 쌓다

[프로야구] 시즌 10승으로 다승 단독선두, 8년 만에 20승도 노려

07.06.24 09:49최종업데이트07.06.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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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오스는 명실상부한 두산의 에이스다.
ⓒ 두산 베어스 공식 홈페이지
다니엘 리오스(35·두산 베어스)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가 됐다.

리오스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리오스의 호투와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워 9-3으로 이겼다.

선발투수의 교본

선발투수의 덕목은 단연 많은 이닝을 끌어가는 것이다. 4~5일 휴식이 부여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구원투수의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미다. 많은 이닝을 이끌어 가는 투수들이 다수 포진된 로테이션은 구원투수의 연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리오스는 이런 덕목을 모자람 없이 갖춘 선수다. 올 시즌은 23일 현재 110.2이닝을 던졌고 경기당 약 7.1이닝을 소화했다. 여기에는 3번의 완투와 2번의 완봉이 포함되어 있다. 실로 엄청난 수치다.

경이적인 이닝소화 능력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0이닝'을 달성한 사실로도 잘 나타난다. 그만큼 리오스는 훌륭한 이닝이터(inning eater)다.

리오스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까닭은 기름기가 빠진 깔끔한 '운영능력'에 있다.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위기상황에선 좀 더 신중한 승부를 펼친다.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무리없는 투구폼도 많은 이닝을 던지는 데 도움을 준다. 와인드업 자세와 셋포지션에서의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은 리오스 특유의 간결한 투구폼이 갖는 장점이다. 여름을 거뜬하게 보내는 '타고난 체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코리안 드림'의 시작

▲ 두산 이적 전 리오스는 KIA 타이거즈 선수로 4년을 뛰었다.
ⓒ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리오스의 야구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지금이야 한국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패한 유망주'였다.

1993년 아마추어 자유계약 선수로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그는 4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에서의 등판. 기회도 많지 않았지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지도 못했다. 2경기에 출장해 2.1이닝동안 3개의 홈런을 내주는 등 9안타 5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조 토리 감독(67)으로 사령탑을 교체하고 본격적인 강팀으로 거듭나던 양키스에 리오스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방출되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한 리오스는 이후 멕시칸리그를 전전하다 KIA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리오스가 영입된 2002년, KIA는 마무리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리오스는 구원투수로 뛰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칫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발투수가 마무리 투수로 실패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구원투수 리오스는 실패로 끝났다. 대신 리오스는 선발로 투입됐다.

결과는 예상밖의 대성공이었다. 마무리로 뛸 때 화끈한 '불쇼'를 일삼던 리오스는 KIA의 복덩이로 남으며 3년 연속으로 두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등 에이스로 거듭났다. KIA의 연고지와 관련해 '전라도 용병'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기회의 땅, 두산

▲ 리오스의 통산 기록.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3년 연속 200이닝 돌파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 이호영
리오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05년은 그의 운명을 바꾼 해다.

2002년부터 3년간 꾸준히 맹활약을 펼친 리오스에게 부진이란 단어는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5시즌은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6승 10패 5.23의 평균자책점은 리오스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결국 KIA는 성적부진을 이유로 리오스를 두산으로 보낸다. 이때 건너온 선수가 좌완투수 전병두(23)다. 두산이 시속 150km까지 나오는 빠른 볼을 던지는 유망주를 보낸 배경에는 리오스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타이거즈 소속의 마크 키퍼(39), 게리 레스(34)의 영입으로 재미를 봤던 과거의 사례도 한몫 했다.

위기를 맞이한 리오스에게 두산은 '기회의 땅'이 됐다. 두산으로 이적 후 연승가도를 달리더니 시즌을 15승 12패로 마감했다. 팀을 옮기고 나서 9승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낸 것. 넓은 잠실구장의 영향과 탄탄한 두산의 수비진은 리오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사실 KIA에서 부진은 광주구장의 짧은 펜스로 인한 장타 허용과 어수선한 내야수비의 영향이 컸다.

리오스의 상승세는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200이닝을 꾸준히 넘겼고 양질의 투구가 넘쳐났다. 올해는 맨 처음으로 10승 고지에 안착하며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라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이강철(41·현 KIA 1군 투수코치)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가 된 셈이다.

자칫 평범한 선수로 남을 뻔했던 리오스는 특유의 성실성과 자기관리로 한국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리오스의 '코리안 드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prealist

2007-06-24 09:4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prealist
리오스 꾸준함 10승 6년 외국인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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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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