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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가 판치는 세상, 체육계도 술렁

한국 체육계열 학위논문 상당수 엉터리

07.09.20 18:01최종업데이트07.09.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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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가짜 박사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요즘 학력위조를 비롯해 가짜박사, 비인증 학위 등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상적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도 괜한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호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학력 선호 풍조로 단정하기에는 그 수위가 넘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허위학력 등을 파헤쳐 특종보도를 하고 있다. 학위 위조 및 허위 학력 파문에 체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취재 결과, 수많은 의혹의 박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교수들의 학위문제도 단연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체육계와 태권도계의 학위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심층적인 내용으로 연재를 한다. <기자 주>


박사(博士)가 인정받는 시대는 끝났다. 90년대 갑자기 늘어난 체육계열 교수나 강사, 그리고 일선 무술 지도자들의 박사학위. 일부에서는 이들의 박사학위 취득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박사들은 해외 '인맥'이나 '브로커'를 통해 쉽게 학위를 받는 방법을 택했다. 또 사이버대학을 통해 현지 유학을 가지 않고도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경우도 많다.


이렇게 학위를 취득한 일부는 현재 대학 및 체육단체 등에서 교수와 고위 간부로 버젓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사교수' 혹은 '태권도 박사'라며 세상을 흐려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이 어떻게 지금까지 방치되면서 이어져 왔을까. 의문의 학위는 여러 유형이 있다. 이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의 경우는 외국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개설해 현지에 가지 않고(가더라도 며칠)도 학위를 쉽게 받는 경우다. 이는 사이버대학이라는 간판으로 해외 대학임에도 한국인이 총장 또는 설립자이며 국내에 사무실 두고 학생을 모집해 학위장사를 한 경우다.


두 번째는 해외대학에 브로커를 통해 방학 등을 이용, 해당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한 경우다. 해외 정규대학임에도 해당 대학들이 해외학생 돈벌이를 목적으로 어설픈 계절 학기를 개설해 박사학위에 굶주린 현직 대학교수나 중고등학교 교원들을 상대로 학위과정 '장사'한 것이다.


세 번째는 해당국가의 박사과정 시스템을 교묘하게 이용해 학위를 취득한 경우다. 국가마다 박사학위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학위를 수여한 것이다. 그리고 해외 대학들 일부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 과정 등 다양한 제도에서 정규과정이 아닌 과정이수로 학위를 수여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이밖에 많은 유형들이 있다.


국내 한 체육대학에 연구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학위 수여자들을 분별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며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을 정도라면 해당 국가 언어를 모르고서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간단한 의사소통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해외 박사노릇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자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문은 쉽게 풀릴 수 있다. 외국어로 쓰인 학위논문을 쓴 연구자가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이 논문들은 과연 누가 써준 것일까.


심각한 것이 또 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어설프게 외국 비인가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해 국내에서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거나 현재 재학 중인 사람들이다. 과연 이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모든 것은 '황금만능주의'의 실체라 할 수 있다. '학위(學位)'란 것은 그 분야의 전공자로서 전공에 관련해 앞으로 연구(硏究)할 자격이 있음을 인증해 주는 절차이다. 분야에 권위자가 되는 것은 고 학력만이 능사가 아닐 텐데, 이번 학위 파문은 우리나라 교육계와 사회에 큰 충격과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체육계 학위논문 상당수 엉터리
[의문의 학위논문 유형]

 

우리나라 사회가 온통 가짜 학력으로 요란하다. 믿었던 공인들마저도 ‘가짜’로 밝혀지고 있어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체육계에도 상당수 학위논문들이 엉터리 인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학위논문은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한 영역의 결과물이다. 이런 학위논문에 있어 체육계에 ‘진짜 연구자’가 연구를 해서 쓴 것이냐는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3일 <무카스뉴스>를 통해 ‘의문의 학위 유형’이 보도되자 애매모호한 학위취득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학위논문 상당수가 엉터리라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한 체육계열 연구자는 “이것은 이미 체육계에 90년대부터 나온 논쟁으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학위논문중의 상당수가 베끼기와 짜깁기의 연속이다. 또 논문 표절과 관련해서는 심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A대학의 경우 논문 표절로 학위취득과 논문회수 사태가 있었다. 석사학위논문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 뒤늦게 교육인적자원부 출연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www.riss4u.net)으로부터 적발된 것이다. 정보원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해당대학은 자체적으로 논문을 검토한 후 학위취소 및 논문취소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의 학위논문들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당사자가 직접 학위논문을 작성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라는 질문들이다. 그 어려운 연구방법과 실험결과들을 2, 3년 안에 써낼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특히 학기 중 수업조차 나오지 않았던 대학원생들이 갑자기 실험을 하고 실험결과를 학위논문으로 제출하는 등 납득이 쉽게 안가는 연구자들과 논문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그 대학을 중심으로 시간강사 또는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동료 원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B대학 체육학전공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A씨는(33) “누구는 몇 년 동안 뼈 빠지게 주제(논문)를 정하고 연구하는데, 누구는 교수와 조교들을 통해 수업도 나오지 않고 쉽게 석사학위를 받는 것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카스뉴스>가 일부 대학들을 중심으로 대학원생 실태를 살펴본 결과, 각 연구실 또는 실험실에 있는 연구원들이 대신 실험을 해주는 경우도 쉽게 발견됐다. 해당 연구자가 통계나 실험 등을 고민하고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간접 참여하는 경우다. 심지어 통계나 실험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과치만을 놓고 서술하거나, 아예 통계나 실험결과까지 의뢰를 해 작성된 반 토막 연구들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구자들의 ‘연구영역’이다. 특정종목 중심의 연구가 아니거나, 해당연구분야가 다양한 경우다. 전자는 자신이 전공한 종목의 연계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 종목 저 종목 구분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후자는 운동생리학, 역학, 심리학, 역사, 철학분야 등 만능 연구자들도 있었다. 일명 연구자 끼워 넣기 논문들이 많다고 한다.


이외에 논문 심사과정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논문심사시 일명 ‘심사비’라는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심사위원에게 건네는 풍습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문제는 체육계열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풍토인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심사비는 분명 심사위원들에게 이미 논문심사비로 대학원 측에 접수한 비용이 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에게 따로 봉투를 준비한다는 것은 ‘대가성 뇌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유형 하나는 지도교수가 학술지와 서적 등에 제출한 바 있는 내용이 제자의 논문으로 둔갑한 박사논문도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체육 국립대학이라는 곳에서 표절시비와 반대로 스승이 제자의 논문을 대신 써준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증폭되는 부분이 여러곳에서 발견되는 논문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체육대학의 B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언젠가 대학원 정원을 늘려 진정한 연구를 위한 대학원이 아닌 대학과 다를 바 없는 과정으로 변질되어 버렸다”면서 “한 지도교수가 한두 명도 지도하기 벅찬데 4명에서 심지어 석박사과정생 10명을 지도하는 상황이다”고 하여 학위관리 지도체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은 엉터리 학위논문들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위 과정 자체가 엉터리로 관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이로 인해 우수한 연구생들과 우수한 논문이 나오기란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일부 대학들이 대학원 장사를 한다는 비판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체육대학의 C교수는 “체육계에서 표절 및 연구윤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커녕 대책에 대한 논의들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쉽게 학위를 받은 기득권 교수들이 제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쉽게 학위를 주는 풍토로 해석된다.


C 교수는 지금 현재의 학위관리 시스템 대책에 대해 학위논문의 진위여부를 위해서는 전산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과학적으로 이를 감시할 필요가 있으며, 각 체육계에서 나온 연구물을 공유해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원만 들어가면 석사와 박사를 취득할 수 있다는 연구자들의 방만함보다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대학원 교수들 역시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종합무술전문매체 <무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www.mookas.com]

2007.09.20 18:0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종합무술전문매체 <무카스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www.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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