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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표나게 성장한 젊은 내야수들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고영민-최 정-한상훈

07.10.07 14:47최종업데이트07.10.0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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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 입단할 당시 구단이 걸었던 기대만큼 신인급이 성장하고 활약을 해준다면, 팀 성적은 항상 좋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프로에서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들이다.

 

특히나 내야수의 경우는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 대한 부담도 적지않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수준급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시간을 투자해야할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기량 향상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올 시즌 플레이오프(이상 PO)진출에 성공한 두산-SK-한화는 내야 포지션 중 한 포지션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만큼 성장한 신인급 내야수의 활약에 미소 짓고 있다. 내심 기대만큼 걱정도 큰 기용이었지만, 의외로 경기가 거듭될수록 좋은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선보이면서 소속팀 내야의 세대교체를 일궈낸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폭넓은 수비력에 발군의 타격 선보인 고영민

 

▲ 두산 2루수 고영민 고영민 ⓒ 두산 베어스

역시 올 시즌 가장 돋보이는 기량 향상을 보인 젊은 내야수는 두산의 PO 직행을 이끈 고영민이다.

 

수비 부담이 큰 내야수임에도 불구하고, '2익수(2루수+우익수)'라는 닉네임이 붙을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폭 넓은 수비 반경으로 완벽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준데다 공격에서도 3번 타자로 맹활약하면서 홍성흔-안경현 등 베테랑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기 때문이다.

 

사실 성남고 졸업 후 계약금 1억을 받고 두산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성장해줄 것이라 생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2002시즌 프로생활을 시작할때부터 나름대로는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고영민의 포지션인 2루에 두산의 터줏대감인 안경현이 건재했기 때문에 사실 그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6시즌을 앞두고 겨우내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은 고영민은 안경현을 1루로 밀어내고 일약 주전 2루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116경기에 나와 타율 .270 2홈런 29타점 14도루를 기록했다. 가능성을 보여준 고영민은 올 시즌 125경기에 나와 타율 .269에 12홈런 66타점 36도루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감했다.

 

타율은 지난 시즌과 비슷했지만, 홈런은 10개, 타점은 37, 도루는 22개가 늘어난데서 알 수 있을 만큼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기량 향상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실책은 단 9개만을 기록했다.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서도 자신의 해야할 몫을 충분히 해낸 셈이다.

 

시즌 전 '꼴찌 후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정규시즌 2위라는 호성적으로 보기좋게 깨뜨린 두산 베어스. 2루를 굳건하게 지킨 고영민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고영민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우승팀의 3루를 굳건히 지킨 최 정

 

▲ SK 3루수 최 정 최 정 ⓒ SK 와이번스

창단 이후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따낸 SK 역시 '고졸 3루수' 최정의 꾸준한 활약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루 포지션에 내심 큰 고민을 갖고 있었던 SK입장에선 프로 3년차 20세(1987년생)의 젊은 최정이 큰 무리없이 핫 코너를 지켜줬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야 수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었다.

 

계약금을 3억씩이나 주고 최정을 영입한 SK입장에선 그의 뛰어난 공격력에 큰 기대를 거는 상황이었다. 사실 2005시즌 45경기에 나와 1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첫 시즌을 보낸 최정은 바로 2006시즌 92경기에서 12홈런 40타점을 기록하면서 공격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더군다나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둔 김성근 감독은 이렇다할 3루수가 없는 팀 사정을 감안해 그에게 3루수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도록 했다.

 

사실 그가 3루를 맡을때만 해도 우려섞인 전망이 많았었다. 강한 타구가 자주 오는데다 빠른 발을 가진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경우 순발력있는 수비가 필요한 3루라는 포지션이 고졸 프로 3년차의 어린 선수에게는 쉽지않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수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공격력에도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정은 올 시즌 거의 전 경기에 가까운 121경기에 출장. 12개의 실책만을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고, 공격에서도 타율 .267 16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면서 '하위 타순의 4번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16개의 홈런은 전체적으로 봤었을때는 정성훈-최준석등과 함께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고, 팀내 2위(1위 박재홍 17개)에 해당된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SK 입장에서는 어린 최정이 큰 경기에서 긴장하지않고, 제 몫을 하는 것이 공-수에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고질적인 2루수 고민을 해결하게 만든 한상훈

 

▲ 한화 2루수 한상훈 한상훈 ⓒ 한화 이글스

전통적으로 화끈한 타격이 돋보인 한화 이글스의 고질적인 고민은 바로 '2루수'였다. 1루에 김민재-유격수에 김민재-3루에 이범호등 수준급 선수를 보유한 한화 입장에선 근 몇 시즌 동안 걸출한 2루수가 나오지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했으면 지난 시즌엔 LG에서 2루수로 뛰면서 좋은 할약을 보였던 클리어를 영입해 2루를 맡기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이런 걱정에서는 적어도 벗어난 것 같다. 바로 지난 한국 시리즈에서 펼친 허슬 플레이를 앞세워 올 시즌 한화의 2루수 고민을 말끔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3시즌부터 프로무대에 발을 디딘 한상훈은 두 시즌동안 타율이 1할대(2003시즌 .296 2004시즌 .197)에 머물만큼 타력이 떨어지다보니 그에게 붙박이 주전을 맡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반면, 베테랑 2루수인 백재호는 수비가 많이 떨어지다보니 그 역시 주전감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몸을 사리지않는 허슬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한상훈은 기어이 올 시즌 주전 2루수로 도약. 117경기에 나와 타율 .257에 2홈런 22타점 6도루를 기록중이다. 앞에서 언급한 고영민이나 최정처럼 공격에서 화근한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수비에서는 8개의 실책을 기록.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데다 허슬 플레이로 팀의 분위기를 'UP'시킨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격에서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9일부터 시작되는 준PO를 앞두고 한상훈은 너무 열심히 한다는 죄(?)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올 시즌 첫 풀타임 출장을 하면서 시즌 막판으로 가다보니 허리 부상등 잔부상이 겹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행여나 순위와 아무 의미없는 잔여 경기에서 무리한 플레이로 부상이 더욱 악화된다면, 정작 중요한 가을 잔치에서 부진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제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항상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난 뒤에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한상훈의 세리머니가 가을 잔치에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2007.10.07 14:47 ⓒ 2007 OhmyNews
고영민 한상훈 최정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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