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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난 후'도쿄타워'에 오른 엄마

영화 속의 노년(102) :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07.11.09 09:56최종업데이트07.11.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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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원한 병실 창으로 보이는'도쿄타워'가 손에 닿을 듯하다. ⓒ 스폰지

 

아들은 엄마에게 기대어 어린 시절을, 그리고 청춘을 보낸다. 아버지는 아들이 살면서 만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같이 살 수 없었던 부모, 결국 엄마는 도쿄를 떠나 광산촌인 친정으로 돌아가 홀로 아들을 기른다. 두 모자의 세끼 밥과 아들의 교육비를 위해 엄마는 쉬지 않고 일한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아들은 엄마의 고생을 미처 알지 못해 그저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고, 엄마를 떠나 멀리 있던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엄마가 보내준 돈으로 친구들과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자유를 만끽한다.

 

성인이 된 대학 시절은 또 어땠을까. 도쿄로 간 아들은 넓은 세상에서 맘껏 청춘을 구가한다. 엄마가 때맞춰 보내주는 돈으로! 술·마작·담배·여자… 약간의 죄책감이야 있었겠지만, 제때 졸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어도 아들은 태평이다. 애가 타는 건 오히려 엄마 쪽이다.

 

'살만하니 병이 났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동안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의무와 책임감이 몸의 병까지 막아주었던 것일까, 자식 뒷바라지 끝나서 이제 겨우 한숨 돌릴만하니 덜컥 병이 나는 일은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제야 정신이 든 아들은 엄마를 도쿄로 모셔온다. 엄마와 아들과 아들의 여자 친구, 이렇게 셋이서 보내는, 모처럼만의 평화와 행복이 안온하기만 하다. 원래 활달했던 엄마는 아들 친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늘 함께 어울린다.

 

그러나 엄마의 병은 깊어지고,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엄마가 입원한 병실 창으로는 밤에 불 밝힌 '도쿄타워'가 손에 닿을 듯하다. 셋이서 한 번 같이 가기로 했는데….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포스터 ⓒ 스폰지

영화 속 엄마는 그냥 엄마다. 자리 잡고 안정감 있게 살지 못하는 남편을 떠나 혼자 아들을 길러야 하기에 억척스럽게 일하는 엄마다. 그러나 자매들과 함께 어울릴 때는 다른 사람들을 웃기기도 잘하는 밝고 명랑한 엄마다.

 

젊은 나이에 혼자 살아야 하는 엄마는 때로 거울 앞에 앉아 진하게 입술을 바르는 여자이기도 하지만, 늘 아들이 먼저이기에 최고의 자랑과 자부심은 아들의 대학 졸업장이다.

 

이런 엄마도 병실로 남편이 찾아온다고 하자 머리가 길고 흉하다며 신경쓰고, 들뜬 모습을 숨기지 못한다. 남편 역시 자기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것이 미안했을까, 아내의 마지막은 함께 한다. 다행이다.

 

엄마는 자신이 보내주는 돈을 아들이 마구 써버리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었던 것일까? 아니면 무조건 아들을 믿었던 것일까? 글쎄, 알고도 모른 척한 때도 있었을 것이고, 정말 몰라서 모른 척한 때도 있었을 것 같다. 부모란 그런 거니까.

 

중학교 아이 둘을 기르다 보니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많고, 돈 내야 하는 정해진 시간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늘 쫓기듯 살고 있는 요즘이다. 예전 우리 삼 남매 기르실 때 우리 부모님은 어떠셨을까. 지금보다 먹고살기가 훨씬 더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 등이 휜다는 말 그대로였으리라.

 

교육열만은 최고였던 '함경도 또순이' 엄마 덕에 아들뿐만이 아니라 딸 둘도 다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손가락의 지문이 닳도록 부업을 하던 엄마의 처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 속 아들처럼 군 적이 내겐 정말 없었을까? 가슴 아프고, 철딱서니 없던 내가 부끄럽다.

 

영화 속 사람들은 다 착하다. 엄마도, 아들도, (비록 가족을 책임지진 못했지만) 남편도, 아들의 여자 친구도, 또 아들의 다른 친구들도 모두 착하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그들에게는 슬픔과 함께 따뜻함이 있다. 눈물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엄마도 비록 몸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떠나는 걸음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으셨으리라. 평생을 바쳐 기른 아들이 제 앞가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을 아셨을테니까.

 

엄마는 결국 세상 떠난 후에 '도쿄타워'에 오른다. 그러니 세상에 미룰 일은 없다.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특히 사랑하고 감사하는 일이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감독 마츠오카 조지 / 출연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마츠 다카코 등.

2007.11.09 09:5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감독 마츠오카 조지 / 출연 오다기리 죠, 키키 키린, 마츠 다카코 등.
도쿄타워 엄마 어머니 영화 속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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