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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카페에 불어닥치는 '악플 퇴치운동'

최근 잇단 '악플사건' 이후 반성하자는 분위기 이어져

08.10.23 09:21최종업데이트08.10.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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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각계에서 이른바 '악플'을 퇴치하자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격투 스포츠 쪽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투기-개인종목의 특성상 격투기 팬들은 상당히 직설적이고 강한 의견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니아 스포츠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지라 축구-야구의 광 팬들에게 비할 바는 못되지만 넷상에서의 '악플'로만 따진다면 이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미르코 크로캅, 고미 다카노리를 필두로 한 동양권 링 단체의 레전드들과 최홍만, 김민수, 박용수 등 국내 파이터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은 그 위험수위가 도를 지나쳤다는 분석이다.

 

크로캅과 고미 등은 열성 팬과 안티 팬이 극명하게 갈린 채 꾸준하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최홍만 등 국내스타들은 대부분이 비난하는 댓글일 정도로 때를 가리지 않고 네티즌들의 도마 위에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서양철장단체의 선수들에게는 그렇게 너그러우면서 동양권 단체 그리고 국내파이터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것 같다"는 일부의 의견도 있지만 다수의 악플들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 네이버의 유명 격투기 모임인 '앤디훅 카페' 마니아들의 집합처인 격투기 카페에서도 차츰 '악플'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일고있다. ⓒ 네이버화면 캡쳐

 

마니아들 집합처 각종 격투기 카페, 정화운동 활발

 

최근에는 최홍만 선수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현재의 힘든 상황을 토로해 많은 주목을 끌었다. K-1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홍만은 국내 격투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일등 공신 중 하나. 하지만 이러한 공로와는 상관없이 외모나 기타 행동 등으로 악플러들에게 찍힌 후 수년째 상상할 수 없는 인격 모독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정도는 선수를 보호해 줘야할 언론마저도 그를 '괴물'보듯 해 조회수 높이는데만 혈안이 되어있는 실정이다.

 

자신이 써놓은 몇 마디 글귀가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자 최홍만은 급히 글을 지우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이러한 상황을 옹졸한 거인의 행태로 몰아가며 끈질기게 악플러들을 부추기는 '집요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미 최홍만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팬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안정된 소재거리였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각 포탈 격투기 카페 운영진들은 이번 기회에 선수비방과 악플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에 들어갈 태세다. 이들 카페들은 마니아들이 모여있는 특성상 파이터들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그런 와중에 해외파이터들에 비해 경력-기량 등이 딸리는 국내 선수들은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명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에는 이른바 3대 격투기 카페가 있다. 최고 회원수를 자랑하는 '앤디훅 카페'를 필두로 'MMA스테이션' 'MMA 하우스'가 뒤를 받치고있는 모습. 하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는 회원수를 바탕으로 한 것일 뿐 유명 마니아들의 상당수는 앤디훅보다는 나머지 두 카페로 옮겨간 상태다.

 

일단 매너만을 놓고 따졌을 때는 'MMA 하우스'가 으뜸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당 카페는 아방이라는 마니아가 처음부터 이 점에 중점을 두고 모임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는 운영진들의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눈살 찌푸리는 '악플'을 보기 힘들게 됐다. 간혹 신입회원들이 말썽(?)을 부리다가도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선다.

 

'MMA 하우스'는 한창 프라이드-UFC로 마니아들끼리 심한 논쟁이 오가던 시절에도 이러한 분란을 피해 회원들간에 건전한 토론이 형성되었을 만큼 매너 하나 만큼은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비단 네이버 뿐만 아니라 타 포탈 사이트의 각종 격투기 카페를 통틀어서도 가장 잘된 축에 속한다.

 

'MMA스테이션'같은 경우 한때는 초창기의 이미지를 잃고 상당한 악플이 오가며 카페를 아끼는 회원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실제로 그러한 분위기에 실망을 느껴 활동을 멈추거나 타 카페로 옮겨간 회원들의 숫자도 상당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매너운동이 벌어지며 현재는 자체정화가 거의 이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2대 매니저인 화백향은 "워낙 격투기라는 종목에 깊은 애정을 쏟는 회원 분들이 많다보니 간혹 서로간의 신경전이나 선수에 대한 실망감이 도를 지나쳤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모두가 함께 하는 공간이니만큼 조금씩 양보하는 배려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앤디훅 카페'이다. 회원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일까, 초대 매니저의 군 입대 후 이곳은 그야말로 악플러들의 천국이 되어버렸다. 고군분투하며 '클린화'에 힘쓰던 일부 뜻 있는 회원들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선에서 두손을 들어버리고 외부로 나가 따로 카페를 만들어버리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MMA 스테이션'과 'MMA 하우스'가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금 운영진들이 새로 뽑히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과거의 좋았던 이미지를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선수 비하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책을 선포하고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예전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그 성과에 대해서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음 같은 경우는 네이버에 비해서는 운영자들의 간섭이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숫자가 방대하게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이종격투기 카페'같은 경우는 무려 60만명을 넘는 수준인지라 나름대로의 조화를 통해 큰 덩어리로 굴러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악플러들과 매너 좋은 회원들이 뒤섞여있는 모습으로 운영진은 지나치다 싶을 때만 어느 정도의 기준 속에서 규제를 하고있는 상황이다. 수준 높은 마니아들도 많은지라 운영진이 나서기 전에 자체적으로 악플러들을 막아서는 광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빅사이즈 카페라는 특성상 특정선수 비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손을 놓아버린 모습. 회원들의 분쟁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고있지만 파이터들의 인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무풍지대'라는 분석이다. 20만명이 넘는 회원수의 '파이트클럽'또한 '이종격투기 카페'와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2008.10.23 09:2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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