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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함께 지낸 친구 '소', 따뜻한 믿음과 감동의 삶

[리뷰]우직한 삶에 대한 헌사, 명품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09.01.14 09:44최종업데이트09.01.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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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의 한 장면 ⓒ 이충렬 감독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15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그리고 2009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분에 출품되었다. 이미 여러 영화제를 통해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은 만큼 영화 완성도에 대해 굳이 부연설명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명품이다.

이 작품은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이충렬 감독의 끈기와 노력의 산물이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 가장 주요한 캐릭터는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그리고 30년 동안 할아버지와 함께 동거한 소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 세 캐릭터의 일상생활과 동거, 그리고 삶에 대한 진솔함은 <워낭소리>가 전해주는 가장 큰 감동이다. 이 세 명의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다큐멘터리 영화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이충렬 감독에게 돌아가야 될 것 같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성상 항상 주인공들과 밀접하게 생활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야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워낭소리>가 이렇게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충렬 감독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지나간 삶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이 작품에 등장한 최원균 할아버지, 이삼순 할머니, 30년 동안 함께 동거한 소는 꾸며내거나 연출된 모습이 아닌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다. 마치 우리가 지난 세기 어떻게 살아왔는지 솔직하게 보여주는 자화전적인 이야기 같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치 우리 부모님을 보는 것 같이 친숙하다. 이런 친숙함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감동이다.

허구가 아닌 현실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워낭소리>는 담담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그 담담한 일상은 때론 우리에게 감동과 환희를 가져다주고 때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다준다. 이 모든 것이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 살아 있는 진솔함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워낭소리>가 보여주는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의 대화는 가식이 없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다. 그분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속에서 나누는 모든 대화는 우리 부모님 이야기 같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결국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진실한 모습으로 대면하게 되는 내 가족 이야기 같은 매력이 <워낭소리>가 보여주는 가장 큰 힘이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명품이 되려면 어떠한 길을 걸어야하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란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그 만큼 소소한 일상이 전해주는 감동이 다큐멘터리 영화 전반에 살아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을 접하게 되는 관객들은 최소한 영화를 통해 내 삶과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경험이 아니다.

또 다른 감동, 인간과 소가 보여주는 믿음과 희망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가 이 작품에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할아버지와 30년 동안 동고동락 한 소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정과 믿음은 또 다른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 평생 농사일만 하면서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에게 30년 동안 동고동락 한 소는 평생의 친구이자 믿을 수 있는 동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소는 특별한 친구 이상일 수밖에 없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우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각박한 세상 어디 한 곳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준다. 이런 감동은 그 믿음이 절대적이란 것에 있다.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30년 지기 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은 이 다큐멘터리 전체를 관통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제는 기력이 쇠해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에게 30년 지기 소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소는 아무 말 없이 할아버지를 달구지에 태워 데리고 다닌다. 할아버지가 소에게 보여주는 애정과 헌신 또한 대단하다. 최원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소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멈추지 않는다. 30년 동안 동고동락한 친구 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할아버지에게 있어 절대 떼놓을 수 없는 분신이자 동무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애정과 헌신이 절대적이란 것은 바쁜 세상 속에 서로 믿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슴 깊은 부끄러움을 이끌어낸다.

딱딱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에 웃음을 더하는 이삼순 할머니

▲ 워낭소리 영화스틸컷 ⓒ 이충렬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적인 부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어렵다. 특히 현실적인 부분을 그대로 들추어내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단점은 많은 관객들이 함께 할 수 없게 만드는 약점이다.

하지만 <워낭소리>에는 감초 같은 인물이 한명 존재한다. 지난 30년 동안 할아버지와 소의 동고동락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는 이삼순 할머니의 존재이다. 할머니는 딱딱한 다큐멘터리에 소금과 같은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할아버지에게 늘어놓는 넋두리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이삼순 할머니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워낭소리>가 명품 다큐멘터리 영화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삼훈 할머니의 존재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할아버지와 소의 30년 동고동락에 절묘한 균형감각을 잡아주는 인물이 이삼순 할머니라고 할 수 있다. 딱딱해지기 쉬운 현실 다큐멘터리 영화에 감초 역할을 단단히 하고 계신다.

명품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뛰어난 명품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개봉하는 극장수가 소규모인데다가 상영시간까지 어중간하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과 의사소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 이렇게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TV용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미 뛰어난 작품을 접해본 경험이 있지만 작품 그 자체로 평가해서 명품이라고 부를 정도의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는 접해본 경험이 거의 전무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뛰어난 작품이 많은 관객들과 의사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다.

농촌에서 평생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온 최원균 할아버지, 이삼순 할머니, 소와의 30년 동거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지나온 우리 삶에 대한 찬사이자 헌사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이렇게 뛰어난 명품 다큐멘터리 영화를 언제 다시 접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디 많은 관객들이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해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진솔한 삶이 보여주는 감동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14 09:4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 최원균 이삼순 이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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