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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드컵 유치... 아님 말고?
조중연 회장님, 업적 남기기 욕심났나요

국민에겐 한 마디 말도 없이 속전속결로 추진

09.02.04 09:46최종업데이트09.02.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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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월드컵경기장 전경 ⓒ 이권재


2월에 막 들어서자마자 뜬금없이 대한축구협회가 2018년 혹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겠다고 유치의향서를 국제축구연맹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제까지 월드컵 유치에 대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던 축구협회가 왜 갑자기 그와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일까?

축구협회, 2022년 월드컵 유치... 아니면 말고?

일단 축구협회는 지금 유치 신청을 한다고 해서 별다른 손해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축구협회가 FIFA에 제출한 '월드컵 개최 관심표명'은 말 그대로 우리가 월드컵을 치러보고 싶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여부나 여론의 추이 등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다. 축구협회가 이런 인식 속에 '아니면 말고' 식의 결정은 아니었는지 심히 우려스럽다.

월드컵이 어떤 행사인가? 하나의 스포츠 이벤트를 뛰어넘어 온 나라의 국력을 집중시키고, 직, 간접적으로 모든 국민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행사이다. 이런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고자 하는데도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얘기도 없이 소수의 축구협회 관계자들끼리 은밀하게 그것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일사천리로 유치를 선언한 것은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월드컵이 축구협회의 능력 안에서 너끈하게 치러낼 수 있는 행사라면 유치 신청을 하고 말고의 문제로 시비걸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02년에도 보았듯이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축구장 건설, 인프라 확충 등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이 들어가고, 국민의 성원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한일월드컵 당시 지어진 축구장 가운데 상암구장 빼고 나머지는 적자 운영에 허덕인다고 한다. 이 손실분은 누가 책임지고 있는가? 축구협회가 감당하고 있는가? 모두 국민의 혈세로 메우고 있지 않은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가져간다더니 일은 축구협회가 벌이고 뒤처리는 국민이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니 당황스럽다.

축구협회에 묻고 싶다.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언제부터 가졌느냐고. 월드컵 유치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나 한 번 해 보았는지 의문스럽다. 항간의 소문처럼 '일본이 나서니까 우리도 한 번 해볼까'라는 심리로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중연 회장, 임기내 '업적 남기기' 욕심났나

신임 조중연 제51대 대한축구협회장이 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당선소감과 축구협회 운영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그렇다면 월드컵 유치에 대해 아무런 계획을 밝히지 않던 축구협회가 왜 마감시한이 다 되어서 갑자기 유치 의사를 밝힌 것일까? 아마 조중연 신임 축구협회장은 재임 기간 중에 굵직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을 것이다. 전임 회장이었던 정몽준 의원이 한일월드컵 유치에 성공하면서 국민적인 인기를 모았고 그것이 훗날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 회장은 내심 그런 자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다시금 월드컵을 유치하게 되면 그의 입지와 명예도 자연스레 상승할 것을 내다보고 서두른 것이 아닌가 싶다. 정몽준 의원 역시 FIFA 부회장으로 다시 한 번 월드컵 유치에 힘을 실어주어 유치가 확정된다면 2002년 이후 주춤했던 자신에 대한 국민적인 인기도 단숨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들했던 축구에 대한 관심도 집중시킬 수 있고, 축구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정부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민을 결집시키는 데 이것보다 더 좋은 수단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국민의 눈과 귀를 월드컵에 집중시켜 놓으면 정부는 정책을 운용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골치 아픈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내일 모레가 월드컵인데 이래가지고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고 윽박지르면 된다.

만일 유치에 실패한다면? 유치에 실패해도 실패에 대한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후발주자로서 한계가 있었다, 올림픽 유치와 맞물려 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등 외부 요인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다. 한마디로 축구협회 수뇌부로서는 유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여론은 월드컵 유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보다 유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지난 2002년 월드컵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유익은 무엇이었는가? 물론 한국대표팀이 4강 신화를 쓰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누렸던 기쁨과 행복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월드컵은 모르핀 주사처럼 잠시동안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잊게 만들 뿐이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면 현실은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 놓여있다. 잠시라도 좋으니 일상을 잊고 한 번 2002년처럼 열광해보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국가적인 반짝 이벤트에 희망을 거는 국민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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