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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언론', <워낭소리> 주인공 삶에서 손 떼!

상업주의 언론, 나만 피해 안 보면 상관없다?

09.02.04 17:45최종업데이트09.02.0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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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작품의 주인공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의 평온한 삶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영화 사이트를 운영하기에 인터뷰나 다른 경로로 무엇인가 특종을 얻어내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두 분은 연기를 업으로 살고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박한 시골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의 평온한 삶을 누가 어떤 권리로 깨뜨릴 수 있을까요?

사실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같은 일은 이전에도 계속 있어왔습니다. TV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유명해진 산골소녀 영자, 영화 <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 엄기봉씨 등은 모두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에게 자신이 원치 않았던 유명세는 행복이 아니라 불행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당시 활활 타오르던 이분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열정이 식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원래 대중의 관심이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영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익히 봐왔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런 것은 인기를 영양분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 해당하는 것이겠죠. 이분들은 자신이 연예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이분들이 원했던 것은 평온한 삶과 예전처럼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한 순간의 인기는 이분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우리들은 아무렇지 않게 쏟아져 나오는 기사와 이야기를 키득거리며 마치 일반 연예인들 가십처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분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후 혼자 남겨진 이분들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요? 우리가 지나치게 일반인의 삶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를 원해서 생겼던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분들의 삶을 송두리째 변하게 한 우리들의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 어느 누구 선뜻 나서 반성하거나 다시는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일반인들 중에서도 유명세를 타게 되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라면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원치 않는 일반인들에게 오는 대중의 지나친 관심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데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나친 상업주의 경쟁, 피해자가 나만 아니면 된다?

사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워낭소리>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의 모습을 포착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전적으로 지나친 상업주의에 기인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는 자극적인 기사나 방송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게 일상처럼 되어왔습니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자극적인 기사나 방송을 통해 피해보는 사람이 나만 아니면 누구든지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기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나 자신이 이익을 보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의 피해쯤은 신경 쓸 필요도, 관심 가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겠죠.

외국에도 자신들 스스로 황색언론이라 표방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곳이 있습니다. 대중은 이런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단순히 지나가는 기사거리로 여기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연예 부분과 관련해서는 거의 모두 황색언론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지극히 정상적인 언론사에서 나오는 연예기사도 대부분은 자극적이고 호기심 위주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자극적인 일이 있는 곳이라면, 자극적인 기사가 되는 소재라면, 그곳이 어떤 곳이든, 어떤 기사든 작성해 올리는 일이 당연시되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오보라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니면 말고'라는 사고방식이죠.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나친 상업주의식 선정적 연예 기사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이런 기사에 대중의 관심이 몰리게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게 된다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기사를 쓰지 말라고 주문하더라도, 계속 그런 기사가 높은 관심을 받게 된다면 다른 선택이 없어지는 경우겠죠.

결국 기사를 소비하는 구독자가 어떤 기사에 관심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기사 수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기사들이 넘쳐나도 그런 기사에 구독자들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외면하고 자극적인 기사에 매달리게 된다면, 기사나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 역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나 글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워낭소리>에 출연한 최원균 할아버지와 이삼순 할머니 일을 보면서 예전에 TV 다큐멘터리, 영화 등에 출연해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 분들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우리 스스로 그분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과연 <워낭소리>와 같은 좋은 독립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아마 다시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두 분의 삶이 대중의 지나친 호기심 혹은 언론사의 지나친 상업주의 취재에 의해 깨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워낭소리>가 관객들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이 살아왔던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 것이지, 그분들을 취재한 기사나 혹은 방문해서 그분들을 보는 것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워낭소리>를 통해 얻었던 감동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볼 때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 최원균 이삼순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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