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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KCC, 어느덧 가드 왕국

'가드부재'는 옛말, 양적-질적으로 최고의 가드진 완성

09.02.07 11:09최종업데이트09.02.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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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CC는 임재현 혼자에게 의지하던 예전의 가드진이 아니다 ⓒ 전주 KCC

 

'가드난? 이제는 먼산 너머 남의 일'

 

프로농구 전주 KCC는 최근까지 가드난으로 고생했던 가장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나름대로 구색은 갖춰놨지만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가드가 없어 조직력 및 팀 플레이에서 많은 애로점이 있어왔던 것. 이같은 상황은 지난 시즌을 거쳐 올 시즌 초까지 계속해서 팀을 괴롭혀왔다.

 

허재 감독은 한때 현역 시절 뛰어난 가드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팬들의 원성을 샀다. 지나치게 높이에만 치중하다가 정작 그것을 활용할 조타수가 없어 가진 전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시즌 초 KCC는 지금은 전자랜드 선수가 된 서장훈(35·207㎝)을 비롯해 하승진(24·221cm)까지 보유하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서장훈과 브랜든 크럼프(27·205cm)만으로도 정규시즌 2위를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하승진마저 보강되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허재 감독은 한술 더떠 외국인선수들마저 모두 2미터 이상의 장신자로 뽑으며 KCC를 역대 프로농구 사상 최장신팀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현역 시절 자신이 김유택-한기범-김주성 등 빅맨들의 도움을 유달리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빅맨 곁에 바로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그것을 쓰는 사람에 따라서 그 위력이 달라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였다.

 

물론 허재 감독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중앙대 시절부터 뛰어난 가드로 명성을 떨쳤던 임재현(32·182㎝)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임재현은 장신자들이 즐비한 팀 내 상황 속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KCC의 가드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가드진이 흔들리자 다른 포지션도 제 위력을 펼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출장시간에 불만을 품은 서장훈의 돌발 행동은 팀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그동안 공격력 부재만 부각되었던 신명호(26·183cm)는 임재현의 부상을 틈타 출장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약 주전급가드로 급성장했다. 비록 약점은 크게 나아진 바 없지만 강점인 수비가 더욱 강해지면서 "수비도 압도적이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공식(?)을 보여주었다. 리딩과 공격력에서는 지금도 많이 아쉽지만 수비력을 통해 상대가드진의 평균 활약치를 뚝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서장훈과의 맞트레이드로 KCC의 일원이 된 루키 강병현(24·193㎝)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그는 포인트가드로서는 리딩과 패싱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지만 본래의 포지션인 슈팅가드에서는 아주 우수한 수준이다. 때문에 누가 포인트가드를 보더라도 그를 보좌하면서 원활한 볼배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거기에 정의한(25·187cm) 역시 백업 포인트가드로는 괜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KCC를 '가드왕국'으로 불리게한 것은 토니 애킨스(29·178.4cm)의 가세가 결정적이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2009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KCC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전체 1순위가 말해주듯이 어느 정도는 검증 받은 최고 수준의 포인트가드다. 과연 그가 명성만큼 잘해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무난히 적응만 한다면 국가대표급 가드로 손색이 없다는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임재현-신명호-강병현-정의한에 토니 애킨스까지 이제 KCC는 질적-양적으로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가드진을 보유하게 되었다. 당장 내년 시즌 신명호-정의한 등이 군 문제로 빠지게 된다 해도 그 공백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드 부재로 신음하던 KCC, 그러나 이제는 "있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까?"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생겼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최근의 KCC다.

2009.02.07 11:09 ⓒ 2009 OhmyNews
새옹지마 전주 KCC 토니 애킨스 강병현 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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