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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마르소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빙빙바?"

인턴기자가 한국에 온 프랑스 배우에게 보내는 편지

09.02.11 21:32최종업데이트09.02.1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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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피마르소 "박찬욱 감독님, 나를 잊지 말아요!" 지난 10일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가 11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문경미


프랑스 출신 톱스타 소피 마르소가 11일 오전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앗. 어서오세요 소피 마르소 누님. 2월 10일 어제 한국에 도착하셨다구요. 어떻게 잠자리는 편안하셨나 모르겠네요. 누님께서 계시는 이 하얏트호텔은 누님 같은 특급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단골로 찾는 호텔이에요. 부시 미 전 대통령이랑 톰 크루즈도 여기에 묵었어요.

89년 드봉 CF 찍으실 때부터 꾸준히 방한 하셨었잖아요. 마지막으로 오신 게 2000년 영화 <피델리티> 홍보차였으니까 꼭 9년만이시네요. 초등학교시절 제 책받침 한 쪽에서 청초하게 웃고 계시던 누님을 제가 어찌 잊겠어요.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청순한 표정으로 할 말 다 하던 <라붐>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유 콜 잇 러브> <브레이브 하트> <안나 카레리나>, <007 언리미티드>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 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쇼메>(CHAUMET)의 모델로 선정되셔서 브랜드 홍보차 방문하신 거 맞죠? <쇼메>가 나폴레옹 황실 전속 보석상이잖아요. 누님만의 타고난 우아함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네요. 하긴 누님께서 13년동안이나 애용해온 브랜드라 하시니 어련하시겠어요.

"담배 끊고 김치를 꾸준히 먹어서 예뻐"

1980년에 누님께서 라붐으로 데뷔하신 지도 30년이 다 되어가요. 그 때가 13살이셨댔죠? 66년생이시니까 한국 나이로 올해 무려 44세잖아요. 남들처럼 세월이 무색하다느니, 아름다움이 변치 않는다느니 하면서 뻔히 입에 발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화장으로도 주름살은 감추기는 힘들어 보이시네요. 얼굴살이 빠지면서 두상도 길어 보이고….

하지만 나이는 감출 수 없어도 클래스는 영원한 것 같아요. 누님이랑 같이 80년대를 휘어잡은 브룩 쉴즈나 피비 케이츠 봐요. 이 아줌마들은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 인터넷에 쳐 봐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걸요. 셋 중에서 가장 롱런하고 계시잖아요.

제가 누님이랑 나이는 무려 16년씩이나 차이 나지만, 그래도 누님이 사귀자면 사귈 거예요. 이혼녀지만 상관없어요. 누님 밑에 딸린 아이들도 키울 자신 있어요. 응? 아, 맞다, 새 남자친구랑 같이 오셨지. 쳇. 크리스토퍼 램버트라구요? 2007년에 누님께서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트리비알>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친구인데 함께 촬영하면서 가까워지셨나 보군요. <하이랜더>에서는 칼 한 자루 들고 누더기나 걸치고 나오던 친구가 여복 한번 끝내주네요.

그런데 평소에 미용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네? 담배를 끊고 김치를 꾸준히 드셨기 때문이라구요? 하하. 농담도 잘 하셔라. 김치 이야기야 사실이겠지만 누님이 담배를 피웠을 리가 없잖아요. 믿지 않을래요.

"박찬욱 감독 영화에 출연하고파...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빙빙바?"

프랑스 출신 톱스타 소피 마르소가 11일 오전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키스를 날리고 있다. ⓒ 유성호


한국영화가 독특한 재미가 있어서 평소에 자주 보신다고, 한국의 영화감독 중에서 임권택 감독이랑 박찬욱 감독이 기억에 남으신다구요. 네. 두 사람 다 훌륭한 영화감독이죠. 앗, 그런데 박찬욱 감독이랑은 다음 작품을 같이 하자는 약속도 했었다구요? 누님을 잊지 말아 달라 전해 달라구요? 이런… 박찬욱 이 아저씨가 제 정신인지 누가 누구한테 부탁을 해야 하는건지 원.

아니, 그리고 어제 오셨었는데 당장 내일 중국으로 떠나신다니요. 고작 2박 3일만 누님을 볼 수 있다니 안타깝네요. 짧은 시간 동안 누님이 좋아하신다는 한국 음식 많이 드시고 가세요. 빙빙바가 아니라 비빔밥이에요. 외국사람은 원래 발음하기 힘들어요. 그러니 기자회견장에서 누님 발음 못 한다고 사람들이 깔깔대고 웃은거, 가슴에 담아 두지 마세요. 누님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정확히 읽자면 '소피 막소'인데 한국 사람들 제대로 발음 못하니 피차일반 아닌가요.

그런데 이렇게 떠나면 또 언제 돌아 오실건가요?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한국사람들이 어려워하는 프랑스 영화'로 다시 찾아와 주신다구요? 하하. 한국사람들이 프랑스 영화를 대체로 어려워 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시네요. 누님께서 출연하신 영화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던데. 알겠어요. 그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렇게 봬서 정말 기뻤어요. 그럼 다음번에 또 뵐게요.

덧붙이는 글 이중현 기자는 <오마이뉴스> 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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