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선수시절 영리함 이어가지 못한 김상식 전 감독

화려한 현역시절과 달리 아쉬웠던 첫 감독생활

09.03.03 09:44최종업데이트09.03.03 09:46
원고료로 응원

프로농구 현역 최연소 사령탑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구 오리온스의 김상식 감독(41)이 결국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좋지 못한 팀 성적과 이로 인한 부담감이 사퇴이유로 짐작되고있는데, 어쨌든 간에 한팀의 수장이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휘봉을 놓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2003년 현역에서 은퇴하기 무섭게 그 이듬해부터 발빠르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케이스. SBS(현 KT&G)-오리온스에서 코치와 감독대행을 모두 경험하며 일찌감치 풍부한 현장수업을 쌓아나간 끝에 올 시즌 정식으로 프로농구 사령탑에 취임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지 불과 9개월만에 감독직을 사퇴하며 씁쓸한 입맛을 남기고 말았다.

 

일단 직접적인 당사자들인 오리온스의 팬들은 "진작에 이뤄졌어야 될 일이다"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한명의 지도자가 시즌을 끝마치지 못한 채 그만둬야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지도력에서 워낙 실망을 줬던지라 끝내 팬들의 마음속에서 멀어지고 말았던 것. 구단에서 시즌 중에 발빠르게 사퇴 건을 처리한 것도 어느 정도는 팬심을 반영한 조치로 보여지고 있다.

 

 

감독 김상식은 선수 시절의 영리함을 코트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중도하차하는 비운을 맛봐야만했다 ⓒ 대구 오리온스

 

현역시절의 영리함을 지도력으로는 이어가지 못한 김상식 전 감독

 

오리온스는 현재 꼴찌 KTF에 이어 리그 9위를 달리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현재의 전력으로는 내년 시즌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은 상태. 때문에 구단에 대한 관심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오리온스 팬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김상식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성적을 물론 팬들의 마음을 잡는데도 실패했다. 승부에서 지는 것은 그렇다쳐도 무기력한 내용으로 완패한 경기들이 너무 많으며 작전타임시 보여주는 카리스마나 운영능력도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후문. 거기에 이해하기 힘든 외국인 선수교체와 트레이드 등은 가뜩이나 떨어진 신뢰도에 불을 질렀다는 평가다.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당분간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시즌 내내 팬 들 사이에서 너무 평이 좋지 않았고, 이렇게 쌓여버린 멍에는 한동안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영리하지 못한 행보로 빈축을 많이 산 김상식 전 감독이지만 그의 현역 시절은 이와 사뭇 달랐다. '날다람쥐' '이동미사일'이라는 멋들어진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센스와 테크닉을 모두 갖춘 흔치않은 전천후 슈터였다.

 

비록 대부분의 선수시절을 기업은행(실업), 나산 플라망스(프로) 등 약팀에서 보내느라 가지고있던 기량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는 적게 받았지만 실력만큼은 당대의 쟁쟁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 했다. SBS에서 뛰던 시절에는 이미 전성기의 기량을 상실한 상태였다.

 

현재도 그렇지만 김상식 전 감독이 현역으로 뛸 때에도 돌파-드리블-패싱-슈팅력 등을 고르게 갖춘 선수는 극히 드물었다. 그는 찬스에서 받아먹기만 하던 대부분의 슈터들과 달리 뛰어난 개인기로 수비수 한두명 쯤은 가볍게 제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기가 막힌 패스로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능력도 탁월했다.

 

거기에 스탭까지 빠른지라 상대팀에서는 그를 막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이런 그를 두고 많은 팬 사이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대표 주자인 허재의 '다운 그레이드'판이라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였다. 기업은행과 나산에서 뛰던 시절 상대팀 벤치에서는 "상식이만 막아! 상식이 놓치지마"라는 소리가 습관처럼 들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올 시즌 그가 본격적으로 감독생활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약팀에서 서러움도 많이 겪었고,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었던 카리스마도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영리한 플레이가 일품이었던 선수였던지라 충분히 지도자로서도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됐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머리는 좋지만 너무 사람이 물러서 선수들을 장악하는데 있어서 애로점이 많았다"는 혹평도 있다. 맹장으로서 선수들을 완전히 휘어잡던지 아님 부드럽게 융화가 되어야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스타일로 인해 오리온스 선수들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퇴가 김상식 전 감독의 지도자 생활의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제 겨우 40대 초반이며 그정도 나이에 이만큼 지도자 경력을 쌓은 이는 많지 않다. 적어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명예회복'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선수시절과 지도자생활 초년의 아쉬움을 보기 좋게 뒤집어버릴 김상식 전 감독의 2라운드를 기대해본다.

2009.03.03 09:44 ⓒ 2009 OhmyNews
중도하차 김상식 아쉬움 대구 오리온스 프로농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