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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일장기'를 들어주자

FC서울vs감바오사카, '한일전'에 오사카 응원석에 앉아서

09.03.18 10:01최종업데이트09.03.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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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감바 오사카의 선수들의 경기 시작 전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다. 서울 선수들은 둥글게 원을 만들고 서서 파이팅을 외친 후 포지션으로 이동했지만, 일본 선수들은 바로 자신들의 포지션으로 위치해서 공을 차며 휘슬을 기다렸다. 홈이라서 충분히 몸을 푼 서울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적응하려는 오사카의 입장이 이러한 차이를 만든 것일까. 아니면, 단결을 중시하는 한국문화와 개인주의가 아직은 우리보다 심한 일본의 문화가 나타난 것일까.

 

일본 응원석에서 바라본 경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원정석에 대다수가 일본인 이다보니 마치 한국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매점, 화장실, 흡연장소 같은 곳에서 일본어가 계속 들려오는데다가 우리와 조금 다른 그들의 눈빛과 패션이 자그마한 그 공간을 더욱 일본느낌으로 만들었다.

 

경기 시작 후 인상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일본, 한국, 브라질 국기를 계속 들고 있는 오사카의 서포터들이었다. 물론 그 팀에 소속된 선수를 응원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다른 팀도 대게 그렇게 하고 있다. 그들은 90분 내내 2명이서 이 국기들을 들고 있었다. 심지어 하프타임에 선수들이 없을 때도 들고 있을 정도였다.

 

우리도 일장기를 경기 내내 들고 있을 수 있을까. 우리도 강원FC에 마사히로같은 일본 선수가 있어서 일장기를 든 한국인을 조만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장기를 들고 있는 한국인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은 분들이 꽤 있을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일장기를 든다면 그것이 스포츠에 국한되더라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본을 용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용서차원을 떠나서 어떤 반일감정의 이유로든 일장기를 들고 있는 마냥 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감바 오사카의 태극기를 보고 있자니, 강원FC의 일장기도 보고 싶다. 일본도 태극기를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는데,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보여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게다가 이것은 스포츠이며 게임일 뿐이다.

 

감바 오사카의 응원은 아주 감칠맛이 났다. 특히 "감바~감바~오사카~감바!" 의 응원구호는 빠르면서도 운율이 특이해서 나도 모르게 손으로 리듬을 타게 했다. 전반 21분 '오사카'의 조재진이 코너킥 경합 중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자 "조~재~진, 오레! 조~재~진, 오레!" 하는 응원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들에게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프타임에 서양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세 나라의 국기를 들고 있던 서포터즈에게 가서 말도 걸고 사진도 찍으며 대화를 나눴다. 과연 한국인들은 그럴 수 있을까? 특히 스포츠긴 하지만 '한일전'에 적진에 가서 놀 수 있을까. 다행히도 오사카 서포터즈 바로 뒤에 있던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은 아니다. 물론 오사카의 대승이라서 사진쯤은 찍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후보 선수들은 하프타임에도 우리나라 선수들보다 몸을 오래 풀었다.

 

후반전 이후 경기가 오사카로 기울다보니 85분쯤부터 관중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조재진은 88분 교체아웃 되면서 오사카 팬들의 박수를 한껏 받았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레안드로는 골을 넣을 때마다 원정경기에 와준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첫 골 때는 광고판도 뛰어넘어 달려왔다.

 

경기가 끝난 후 오사카의 선수들은 서포터즈와 만세 삼창으로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앞으로는 종종 원정 온 외국팀에 앉아서 경기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표를 끊지 않아도 그 나라에 2시간동안 갔다 올 수 있으니 말이다.

2009.03.18 10:01 ⓒ 2009 OhmyNews
서울 일장기 한일전 챔피언스리그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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